아내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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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천 (211.♡.219.66) 댓글 2건 조회 8,958회 작성일 09-01-13 12:51본문
사랑하는 나의 관세음보살님께...
2009년 소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지난 삶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소중한 나날들이었습니다. 당신과 처음 데이트하던 날이 눈이 펑펑 오던 날이었지요. 아마 하늘도 우리의 인연을 축복하였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 못난 나는 왜 그 사실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을까요. 당신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당신과 처음 신혼살림을 시작한 후 행복함도 잠시, 그야말로 괴로움의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불법을 만나서 고사리 손으로 합장을 하고 법화경 경전을 독송하고 제목을 봉창하면서 성장하였기에, 나름대로 결혼생활에 대한 이상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당신의 의부증 때문에 무참히 부서져 버렸습니다. 말이 좋아서 의부증이지 그것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부처님과의 인연으로 전생의 저의 죄를 참회를 하였지만, 마음속의 괴로움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요...
그러다 2001년과 2002년에 우리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큰일을 겪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 일은 우리 부부를 오히려 더욱 화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뒤 2년 정도는 별다른 부부 싸움도 없이 화목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무렵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처님께 우리 가정의 행복과 안위만을 비는 속 좁은 인간이었습니다. 명색이 경중의 왕인 법화경을 수지하는 자가 어찌 그리도 작은 인간이었던지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 무렵 저의 첫 번째 변화가 그동안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 의한 알음알이로만 알고 있던 “묘법연화경”다섯 글자에 대하여 지식이 아닌 가슴으로 체득하고 싶다는 변화가 생겼고, 오직 그것을 깨우치기 위한 수행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념에 억겁의 신로를 다하는 마음으로 정진하던 중 약 100일 쯤 되던 날에 그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환희로움을 어떻게 글로써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요, 아니면 마구니의 장난이었을까요... 약2년 동안 잠잠하던 당신의 의부증이 또다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그전에는 이런 일을 당하면 내 마음속에서 억울함과 원망의 마음이 가득하여 괴로움의 연속이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저의 마음속에는 오리지 당신의 괴로움이 마치 맑은 거울에 사물이 비추어지듯이 그렇게 저의 가슴 가득히 투영되어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픔에 진심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부처님, 제가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로 인하여 저의 아내가 겪고 있는 괴로움은 그대로가 현실의 괴로움입니다. 부디 저의 아내가 정말로 하루 속히 괴로움의 바다에서 건너올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진심으로 참회의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퇴근하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이야기 좀 하자고 하고선, 다짜고짜로 나에게 도저히 더 이상은 나와는 못살겠다고, 이혼을 하자고 하였을 때, 나는 당신에게 무릎을 꿇고서 “여보, 내가 잘못했소. 나 때문에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는지 조금 이나마 느끼고 있다오... 용서해주구려...정말로 미안하오...”이렇게 시작한 대화에 어느 새 당신도 눈물을 흘리면서 지난 10여년간 당신의 폐부 깊숙이 자리했던 응어리들을 토해내기 시작하면서 하얀 밤을 지새웠지요...그때 당신이 토해내던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 그리도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던지요... 과거의 나는 그런 애기를 들으면 “너는 그런걸로 그러느냐, 너는 나에게 어떻게 했는데...”하면서 서로의 억울함만 강조하면서 극한으로 치달렸었지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로 당신의 아픔만이 오롯이 저의 가슴 가득히 메우고 있었고 저의 가슴에도 당신의 아픔에 진심으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정말로 열심히 잘 살자고 서로가 다짐하면서 끝이 났지요... 돌이켜 보면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여자문제(의부증)로 서로 싸운 일은 없었네요...
나는 당신과의 이 일에서 불법의 “번뇌즉 보리”의 법문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006년 가을에 당신은 나에게 또 다른 큰 가르침의 선물을 주었지요. 당시 나는 회사일로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나름으로는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가지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힘들게 밤늦게 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아이도 당신도 나에게 무관심한 모습을 보면서 “아빠, 지금 와! ^^, 당신 이제 퇴근해요? 오늘은 어땠어요? ^^”하면서 서로 정답게 맞이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내심 기대하면서 나의 가슴에 조금씩 불만이 쌓여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추석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식사 도중에 당신이 이 번 추석에 처가 집에 가자고 이야기 했을 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면서도 나의 입에서는 “아니, 싫어”라는 말이 불쑥 튀어 나와 버렸지요. 순간, 아니 이게 아닌데 하면서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나의 입으로 나오는 말들은 엉뚱한 소리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결혼해 살면서 명절이나 이럴때 언제 우리 집에 한 번 이라도 먼저 간 일이 있었느냐, 이 번 만은 싫어.”하는 소리가 나왔고 이 말이 화근이 되어서 그날 모처럼 대판(?) 싸우고, 나도 화가 나서 밤에 아이를 우리 방에 보내고 아이 방에서 혼자 누웠을 때, 순간적으로 아!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깨달았습니다.
그때, 당신과 함께 밤을 세워가면서 이야기하였을 때,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오늘 이렇게 당신과 싸웠단 말인가? 그때 그 마음도 나요, 지금 싸운 이 마음도 난데 그 한마음에서 어떻게 이렇게도 다른 마음이 생긴단 말인가......? 그것은 바로 나의 가슴에 나는 이렇게 하는데 당신은 몰라준다고 하는 '나'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무아”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금강경에서 말씀하는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라는 말씀을 신독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의 생명의 수행은 급진전하기 시작하였고, 2007년 여름에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9월 5일 밤 10시 30분경에 퇴근 후 샤워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그야말로 순간적으로....눈이 열려 버렸습니다. 그래요. 눈이 열려버렸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네요...마치 장님이 눈이 열려서 깜깜한 암흑천지에서 광명을 보듯이...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네요...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샤워를 하다가 알몸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지요. ^^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돌이켜 보면 당신이 없었던들 어떻게 오늘의 내가 있으리오... 참으로 당신은 저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 선지식이시며, 관세음보살이시며, 부처님이십니다.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진심으로 당신께 회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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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ffk님의 댓글
ahffk 아이피 (61.♡.7.149) 작성일
생활속에서의 수행담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큰 도반은 가족입니다.
현재 인연되어 있는 사람과 환경이 수행터입니다.
저도 솔직하게 제가 처한 상황에 만족못하고 제 주위분들을 관세음보살로 스승으로 도반으로 여기지 않을때가많습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그렇게 실제적으로 스승으로 도반으로 나 에게 힘과 도움을 주시는 관세음보살님으로
여겨질때도 많습니다.
생활을 떠나선 도가 어디있겠습니까?
스님은 스님대로 재가자는 재가자 되로 모든걸 수행하는 것으로 마음 먹으면 수행이 되는 것이고,
수행이 아닌 마음이라면 수행이 아닌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두들 잘 정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25.♡.91.239) 작성일사천님, 참 사람사는 모습이 비슷한가 봅니다. 님의 솔직하고 실감나는 글을 읽으며 제 이야기같이도 여겨집니다. 전 아직 사천님과 같은 신비로운 경험이나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님의 글에 공감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기쁨 충만하신 나날과 날로 우리가 못느끼게 덧씌워졌던 것들이 한꺼풀씩 벗겨져 나가는 희열을 누리시는 님이 참 보기 좋습니다. 님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꾸웁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