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깨달음에 관한 작은 소묘(素描)...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화평 (125.♡.75.211) 댓글 3건 조회 5,254회 작성일 11-06-26 23:53

본문

1.
그릇이 하나 있다.
무엇하나 제 몸에 담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릇은 그릇이로되 나는 무슨 그릇인가?
이름은 나를 개념화하고 구체화 시켜준다.
그러나, 한계성에 빠지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
밥을 담는 순간 나는 밥그릇이 된다.
국을 담는 순간 나는 국그릇이 된다.
차를 담는 순간 나는 찻잔이 된다.
똥오줌을 담는 순간 나는 똥오줌통이 된다.
밥그릇에 밥대신 국을 담으면 안되는가.
국그릇에 차를 담으면 안되는가.
오강에 국을 담으면 안되는가.
나는 밥이 아니다.
나는 국이 아니다.
나는 똥오줌이 아니다.
그럼 나는 무엇인가.
나는 그릇이다,
그릇의 본질은 무엇을 담느냐에 있지 않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2.
무엇인가를 담으려면 틀이 있어야 한다.
크든 작든 무언가가 담기려면 그것을 담을 수 있는 틀이 있어야 한다.
만약 틀이 없다면 그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저 하늘위에 구름이 담겨있다.
바람이 담겨 있다.
먹구름을 잔뜩 품은 태풍 메아리도 담겨 있다.
태양도 담겨 있고 달도 담겨 있고 별들도 담겨 있다.
빛도 담겨 있고 어둠도 담겨 있고 온 우주가 다 담겨 있다.
누구 하늘의 그릇을 본 사람이 있는가.
저 하늘의 틀을 보신 분???
그 무엇도 담을 수 없는 하늘에
온 우주가 담겨있는 아이러니한 이 모순을
지금 우리는 눈 앞에서 보고 있다.
3.
마음이라는 그릇이 있다.
기쁨을 담기도 하고 슬픔을 담기도 하고
욕심을 담기도 하고 사랑을 담기도 한다.
생각을 담기도 하고 공상을 담기도 하고
환상을 담기도 하고 희망을 담기도 한다.
추억을 담기도 하고 미래를 담기도 한다.
누구 마음의 그릇을 본 사람 있는가.
이 마음의 틀을 보신 분???
그 무엇도 담을 수 없는 마음에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담겨 있는
아이러니한 이 모순을 지금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4.
깨달음?
도대체 그 것이 무엇인가..
소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았는가.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 밖의 모든 선사들은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있으니
내가 곧 부처라는 것..
마음이 부처라는 것..
그렇다면 내가 내 마음을 이야기 하면 나는 깨달은 사람인가?
아니다.
왜???
무엇인가 담겨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담겨 있는 내용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담고 있는 그 놈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 놈을 알아 보았을 때 비로소 견성 하였다고 말한다.
그럼 왜 나는 깨달은 사람이 되지 못했는가.
본성을 본다는 것은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행위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머리로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알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머리로만 이해하려하기 때문에
깨달음은 신기루가 되어
황량한 사막 저편으로 자꾸만 달아나는 것이다.
5.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첫째, 머리로 이해하기를 멈추고
행위로 알아보겠다고 마음 먹는 일이다.
둘째,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행위에 관한 방편,즉 요가나 명상이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수도 없이 깔려있다.
그 많은 방편들 중에 자신에게 맞는 것 하나만 집중한다.
세째,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깨어있음 과 릴렉스
6.
위에서 지금까지 길게 이야기 한 것은
바로 이 두개의 단어를 말하기 위한 방편이다.
수없이 많은 요가와 명상을 해 왔으나 아직
깨달음의 그림자도 못 보았다면
이 두 개의 키워드를 놓친 것이다.
생각이 멈추고 감정이 사라진 고요속에
오감마져 끊어진 그자리에
오롯하게 깨어 있는
바로 그 놈
그 놈은 누구인가?
7.
항상일로(恒常一路)라는 말이 있다.
그 놈을 보았다고 해서 그 자리가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는 말이다.
이제 비로소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뜻이다.
겨우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10년을 넘게 자동차를 몰아본 사람과 대동소이 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래도 모르겠다면
이 생에엔 깨달음과는 인연이 없으니
깨달음이라는 단어 자체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그냥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리라.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덮힌 들 길 걸어갈제.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서산대사 -

댓글목록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182.♡.165.252) 작성일

화평님
수수가 은근히 기다렸는데
끝까지 모임에 오지 않아서 서운했어요

수수 목소리는 개미같은데
기차 화통같이 시원한 화평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걸랑요 ^^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220.♡.55.187) 작성일

흠~~~

한반도에 태풍이 6월에 온 것은 처음이란 얘기가 있더라고요..(아님 말고 ㅎ)

바람은 불고 구름은 잔뜩 하늘을 덮어 별을 보고 싶은데 별이 보이진 않아 아쉬워요..

그래두 짙은 녹색은 뭔가 얘기하고 있는 것같기도 하구..(조금 답답 ^)

그 누구도 잘못을 하지 않은 오늘... 그래요 오늘...♥♧♣♩♪♬

ps. 소묘(素描, drawing)
    예전에 좋아하던 여인,,, 가까이 다가갔다 다시 멀리서 바라만 보던... 다신 눈길 조차 줄 수 없었던...
    그래도 눈물은 안흘렸는데...
    가슴만 먹먹할 뿐...
    (이 이야기는 제 이야기입니다... 펌을 많이 해서 오해가 잇을까봐~^)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04) 작성일

아~저도 실개천님이 시를 많이 퍼와서 그런줄알았어요 ㅎㅎㅎ

주석을 달아주셔서 오해가 풀렸음 ㅋㅋ

Total 6,216건 144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641 피리소리 5073 09-02-16
2640 ahffk 5807 09-02-16
2639 오뚜기 5166 09-02-16
2638 오뚜기 8025 09-02-18
2637 대원 5371 09-02-15
2636 봉다리 6279 09-02-15
2635 공유 5369 09-02-15
2634 공유 7432 09-02-14
2633 구름에 달 가듯 8159 09-02-14
2632 피리소리 4831 09-02-14
2631 노사 5074 09-02-14
2630 대원 8126 09-02-13
2629 ahffk 5405 09-02-13
2628 공유 5467 09-02-12
2627 그림자 13434 09-02-12
2626 대원 7025 09-02-12
2625 수수 6189 09-02-12
2624 야인 4843 09-02-11
2623 수수 7279 09-02-11
2622 공자 5384 09-02-10
2621 피리소리 5685 09-02-10
2620 대원 5693 09-02-10
2619 운영자 7105 09-02-10
2618 공유 6232 09-02-09
2617 대원 4984 09-02-09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2,301
어제
16,777
최대
16,777
전체
5,111,589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