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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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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海 (203.♡.196.17) 댓글 2건 조회 8,382회 작성일 11-09-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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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참으로 어쩔줄 몰라

내 작은 아파트에서 운둔하며 지냈다.

삼일째 감지 않은 기름 흐르는 머리를 해서,

언니가 음식한다고 맡겨놓은 강쥐와 함께, 서로 햇반을 데워 먹으며

라면을 먹으며, 그렇게 궁상 맞은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알수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나를 잡았다.

늘 바쁜 대목에 종종 거리던 나,

시댁 챙길 선물이며,

용돈이며, 잔머리 굴리며, 계획 하던나는...

이제...없다.

바쁘지도 않고, 해야 할일도 없다.

어색한 추석은 친정식구들 틈에 섞이지도 못한다.

생전 처음으로 친정 식구들과 맞는 추석!

어린 시절에도 우리들은 이렇게 추석을 지내본 적이 없다.

언니나 오빠들이 전화오면, 쿨하게 거부하며

혼자서 불쌍하게 집에 있어야지...하는 내안에 얼토당토 않은 희망이 피어 올랐지만

내가 있어보지 않았던, 명절이라 그런지...

제천의 오빠들은 전화 한통 없었다..............!

모두들..귀향길로 떠나고,

밑에 집에서 올라오는 들기름 냄새가..추석임을 알려주었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비 마저 3일을 내리고..

그렇게..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나는 머리는 기름에 쩔고, 뒤통수는 새집을 지어, 떡 하니 벌어져 있지만,

맘껏...거지꼴이 하고 싶었다..

아니..그래야 할것 같았다...! 스스로 즐거우면 안된다고..너 가..그러면 안된다고..!

나쁜년은 그럴 자격도 없다고...하면서...스스로를 모질게 학대 했다.

맏며느리가 빠져버린, 시댁!

엄마가 없는 추석! 남들 보나 따나가 생명인 시댁과 남편은 큰집에 어떻게 갈까?

스스로 두려워 지고, 불안해 졌다.

그토록, 편안하고....할일없고...어디든 떠날수 있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텅비어 버린 아파트 단지를 개를 안고 비를 맞으며, 추적 추적 걸었다.

스스로 처량함을 창조 하며, 24시간 편의점에서 맥주한캔과 오징어포를 하나 샀다.

계산대에 올리는 순간, 내 꼬라지가 부끄러워, 귓볼까지 빨개졌다.

잔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받아들어쥔, 손엔..힘없이 맥주가 떨어져...거품을 내고 있었다.

방에 들어와서,, 개랑 나랑..오징어를 나눠 먹었다.

깊은 한숨이...후욱......하고 내쉬어졌다.

내가 원한 삶이 이것 이었을까?

그토록 버거웠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난 지금...난 ..자유로운가..?

혼자..온갖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되고,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고, 눈물의 파티를 했다.

바쁜 명절엔 철저히 혼자가 되는 아주 좋은 시기 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명절...머릿속엔 티비에서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의 모습이

나의 미래처럼...각인되기 시작 했다..

그렇게 궁상을 떨면서 맥주가 얼굴로 승화되어

시뻘개질 무렵....초인종이 울렸다..!

언니가 조카들과 튀김이며, 전이며, 송편과 과일을 싸가지고...나를 보러온게 아니라

자기네 개를 보러왔다....ㅎㅎㅎ

언니네 가족이 가고 또 개와 단둘이 남은 나는...잠깐의 환경변화로..기분이 전환이 되어

오빠집에 가는 차표를 예약 하고 있었다.

.....................................................................................................................................................................

추석 연휴가 지난, 지금....추석 일주일 전부터, 무척이나 두려워 하고, 불안해 하고

소심하고, 잘 삐지는 나를 보았다.

바쁘고 분주한 시장 풍경이며, 물가가 올랐다고 속상해 하는 매체를 보면 화가 났다.

어느새...

나는 추석과 거리가 먼...타국 사람 처럼 느껴졌다.

스스로 단죄 하고 괴롭히던 일주일이 지나갔다.

경험부족과 경력부족으로...홀로 맞는 추석은...내안에 소용돌이 치는 원맨쑈로 끝났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다던..추석이

난.. 죄값을 받아야돼...하면서 자학하던 추석이..

오빠집에서 술한잔에 히히덕 거리며... 하나둘씩 지나갔다..!

휴대폰을 잃어 버리고....바뀐 전화 번호를 아무도 모르니..연락이 없는건 당연한건데...

그들이..나를 잊었다고...챙겨주지 않는다고...나는 서러움에 몸부림 쳤다..!

난...소심하고..쪼잔하고..그렇다...!

그래서....어쩌라구.....................................버럭!

댓글목록

아무개님의 댓글

아무개 아이피 (211.♡.1.212) 작성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처음부터 길이 없었듯이....
처움부터 규칙이 없었듯이...

바다해님만의 길과 규칙을 만들면 되지 뭬그리 옆눈질을 하느라고....
내가 온전히 겪여내야만 하는 일이지요.
때가 되면 알게 됩니다.
내가 왜 이자리에서 지지리궁상을 떨 수 밖에 없었는지를...

사랑해..
바다해 아우....^^
그대가 아무리 지지리 궁상을 떨어도 그대가 품은 멋진 꿈은 절대로 상하지 않는다오....

사과가존재하는 이유는 빨간껍질도 아니고...
맛있는 과육도 아니라오...
사과가 깊숙이 품고 있는 씨앗때문이라오....
사과의 껍에 상처가 났어도...
사과의 과육이 패였더라도 절대로 씨앗이 상하는 법이 없지.
절대로.....

流心님의 댓글

流心 아이피 (210.♡.134.200) 작성일

바다해! 오랜만이네요
바다해가 없는 부산도덕경모임의 빈자리가 너무 큰것 같네요!

항상 시끌벅적하고 생동감이 있었는데....
요즘 너무 조용한 모임이 된것 같애요^^

바다해는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추석을 홀로 지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바다해를 그리워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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