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이 없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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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정만 (221.♡.67.204) 댓글 4건 조회 6,522회 작성일 11-09-16 19:46본문
오랜만에 추석을 집에서 보내고 아쉬운마음으로 집앞에 있는 터미널로 갔다....시골구석동네라..예약을 안하고 와도된다고
해서 아침8:30분차인데 집앞이라 느긋하게 8시25분에 나갔다...어머니는 잘가라고 차비도 챙겨주시고 음료수를 사준시다며
수퍼로가셨다...난 버스기사가 좌석이 없다!!짜증나네 손님다태웠는데 이제와서 이러면 어떻하냐고 화를 내면서 전화를
하길래 머지?하면서 아저씨 '동서울가는차인가요?'하니 짜증나는 투로 아무대나 앉으세요...라고 해서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어머니와 작별하고 앉아있으니 버스가 갈생각은 안하고 버스기사가 울산시내터미널 매표직원이랑 싸우는소리만들렸다...
'지금 2명이나 더 탔다고요...그럼 시내터미널에서 그전날 예매손님 몇명인지 이야기해줘야 손님안태우지 지금 다태웠는데
예매손님이야기 해주면 어떻하냐'고 짜증을 막내셨다..에이씨발 짜증나게 하네 아침부터 하면서 모르겠다..그냥 출발해보자..
하시면서 출발하셨다...가다가 십분쯤 지나서 손님들중 두명이 더탔는데 울산터미널가면 예매손님이 있어서 내리실지도 모르니
지금 내리실분없냐고 하신다..당연히 아무도 대답안하고 안내렸다..난 갑자기 배가아팠다..긴장도 됬다..
'아~내가 젤 늦게탔는데...내가 1순위되는것 아닌가?큰일이다'
각 정거장마다 문을 여시며 '지금 시내에 예매손님이 있어서 좌석없습니다.'했는데...정거장마다 한사람씩 예매한사람들이
탔다..탈때마다..아저씬 '아~씨발 짜증나네 도대체 예매를 얼마나 한거야..매표소직원새끼' 어쩌구 짜증을 내셨다..
난 제일 앞좌석에 앉아서 그 소리가 날때마다 긴장되었다..난 상상했다...시내에서 쫓겨나는모습을....ㅠㅠ
결국 시내에 도착해서 터미널 기장님이 사태를 수습해준다고 나왔다...두명은 내려야한다고 했다...
예매한사람은 안되고 방어진에서 에몌없이 탄사람들중 두명이었다...난 1번좌석 이었는데...
다행이 1번좌석은 예매한사람이 없었다...10번11번은 예매좌석인데 거기에 앉은 사람두명이 걸렸다..
난 속으로 '하하하 로또당첨됬다.'.하고 좋아했다..난 두명에게 맘속으로 '잘가~오늘만 날이 아니니 내일 올라와~'하고 위로해주었다..
한명은 고분하게 말을듣고 내리는데 나보다 더어린 젊은 청년이 '아 불공평해서 안된다고 난 8:00시에 왔는데 나보다 늦게온사람
부터 내려야지 내가 왜내리냐고!'불같이 화를 내었다...
난 순간 기분좋았다가..'나보다 늦게온사람'이란 말에 '아..씨발..그냥 얌전히 내리지'하고 생각했다..
그녀석은 화가 날때로 나서 어른이고 머고없었다...할아버지뻘되는 기장님에게 고소한다고 노발대발하였다..
그리고 점점 구체적으로 논리적으로 파고들어갔다..'내가 봤는데 8시25분에 탄사람도 있는데 왜 내가 내리냐고..'
난 긴장되게 기장님의 답변을 듣고있었는데 멋진 우리기장님은 젊은놈이 싸가지가 없어서 니가 내려야겠다고
시간이고 나발이고 너같은거 안태줘준다고 가라고했다...난 속으로 '잘한다..잘한다..내려라..이놈아...'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몹시 두려운나는 저녀석의 우기는게 보통이아니라서 차선책을 머리속에 굴리기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엔 난 '기장님 전 버스복도에 앉아서 갈께요' '8:00시나 8:25분이나 그게 그거지하고 따지기' '자는척하기'
'내옆에 앉은 나보다 나이가 적어보이는 남자애가 나보다 몇초일찍왔다고 옆에놈 물고늘어지기'
'나한데 화살이 돌아올까바..옆에놈이 나랑거의 같이 탔으니 물고늘어져야겠다 '하고 결심했다
그래고 좀 사람답게 보이고싶어서 '그래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해요'라고 말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난 갑자기 버스안에서 승객들전원이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생각하니 웃겼다...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한 나도 웃겼다..
옆에 녀석을 힐끗보니 갑자기 헤드셋을끼고 음악을 들으며 자는거였다..'아..이놈 관심없는척하면서 자는척하는거아닌가?'하며
생각했다...젊은청년은 계속 8:25분과 고소한다,못내린다고 했다...기장님은 첨엔 점잖으시다가 밑도끝도없이..젊은청년이 무슨말
하면 '젊은녀석이 나이도 어린게....' '내가 기장이야!!'라고 그말만 무한반복하셨다..정말 밑도끝도없이 그말만하셨다...ㅎㅎ
난 갑자기 기태선생님 일화 '밑져야본전'이랑 비슷하네 하고 생각하고 혼자 킥킥거렸다...ㅎㅎ
난 그래도 대비책을 세우기위해 '곰이오면 자는척하는 우화'가 생각이 났다!...그래 '나도 자는척하자'
난 옆에 놈한데 질까바..최대한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떨구고 숨을 색색거렸다..근데 잠이 안왔다..
싸우는 소리..'이 젊은녀석이..!!'란 기장님의 고함소리에 잠이 오지 않았다...내려서 음료수도 사먹고 담배도 피고싶은데...
내리다가 괜히 걸릴까바 못내리고있는데 내옆의 녀석은 멋지게 헤드셋을 벗고 자기랑 아무상관없다는듯 기장님 옆 버스문앞에서
담배를 피었다..나도 용기를 내서 내려갔다..혼자가 아니니 맘이 좀편했다..근데 담배를 세모금이상 빨다가 급해서 빨리 자리에
올라와서 앉았다...괜히 낙오될까바..올라오니 전체적분위기가 짜증과 불안이었다..
어떤 목소리큰 남자분이 '우리 서로 티격대지 맙시다!동병상련끼리 너무 그러지 맙시다'하고 말했다...
'동병상련'..에 뭉클했다..난 늦게오나 빨리오나 그게그거지 머그리 싸우나'하면서 내가 젤 늦게와서 찔려서
그런지 그말이 크게와닿았다...ㅠㅠ 결국 예매손님 몇명이 안와서 다시 그 젊은놈이 탔다...
그 젊은놈은 자존심이 세보였다..일이 마무리되었는데도 고객 서비스니 버스개선사항등 몇마디말을 끝까지 기장님께 전했다..
난 속으로 '좋으면서 괜히 딴소리하네 ㅎㅎ'하면서 나도 일이 마무리 되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버스전체의 공기가 좀 편해진것같았다...여기저기서 전화도 하고 수다도 했다...
기사아저씨도 갑자기 친절해지셔서 부담스런 멘트를 많이 날리셨다...짜증내고 욕하고 씨발대던 아저씨가 정말 친절한 금자씨로
변했다..그래도 기분좋게 올라와서 다행이었다...
댓글목록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1.♡.72.2) 작성일
정만아 웃음이 최고지 ㅋㅋㅋ
어쩜 이리도 글을 리얼하게 잘쓰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너무 멋져 정만아~~~
정만이 홧팅~~~
정만이 최고~~~
정만이 넘버원~~~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04) 작성일
네..살면서 힘든일도 많고 짜증도 많이나고 내멋대로안되지만
그 가운데서도 웃을일이 있다는건 참 좋은것같아요...^^
전 오랫동안 기뻐하는걸 죄책감을 느꼈는데 최근에 나도 기뻐할수있게
허용해주니 참 많이 웃게되었어요..
맞아요 동의해요 ㅎㅎ 최근이지만 항상글을 적으면 '아~글이 별로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전과 달라진것없지만 제가 직접쓴글을 보며 저도 참 많이 웃었어요 ㅎㅎㅎ
밑도끝도 없이 기장님이 '내가 기장이야!!''젊은놈이~'그대목이 다시생각나면서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그게 왜이렇게 웃긴지 모르겠지만 ㅎㅎㅎㅎ
아리랑님~ 정만이라고 4번외쳐주시고 정말 감사 감사 감사 감사 해요~저도 4번 ^^
전국모임한다구 바쁘실텐데 잘 되길 기원할꼐요...제 사랑을 아리랑님께 보냅니다..^^
부목님의 댓글
부목 아이피 (222.♡.202.67) 작성일
ㅎ ㅎ ㅎ
정만님의 수고로움에 웃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살아가면서 슬픈일도 많은데 웃고산다는게 쉬운것 같아도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204) 작성일
부목님이 즐거우셨다니 글을 적은 보람이있어요 ^^
어제 저두 갑자기 그냥 같은상황인데도 피곤해서 그런지 무지 힘들었어요..
집안 대청소를 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ㅠㅠ 이를 악물고 끝까지 했는데
나중에 기분이 좋더라구요...근 몇달만에 이불빨래했어요 ㅎㅎ 어머니들은 참
대단한것같아요..집안일을 묵묵히 하신다는게...추석때 어머니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엄마 대단하다'생각했어요..
힘들지만 웃음이 있기에 사는게 그나마 살수있는것같아요..^^
감사합니다..부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