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불쌍함'이 아니라 '미안함'

페이지 정보

작성자 둥글이 (116.♡.205.9) 댓글 0건 조회 6,454회 작성일 10-04-03 12:39

본문

우리는 흔히 아프리카 후발 도상국 등의 나라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삶을 사는 이들을 대할 때
마음속에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감정이 솟아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사는 삶을
전지구적인 차원으로 보지 못하고
편협한 자기 이해 속에서 빚어낸 무지함의 결과이다.
지구 자원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내 손에 지금 뭔가를 쥐려면
결국 이는 다른 사람으로 부터 빼앗아야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손에 뭔가가 쥐어지면
결국 나는 아무것도 쥘 수 없게 된다.
이런 터이기에 지금 양 손에 뭔가 묵직한 것을 들고 있는 우리는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저들을 '불쌍히' 여겨야 할 것이 아니라,
'미안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고 다만 안타깝고 가련하게 여기면서 주머니에서 내 작은 일부를
꺼내 던져주고 싶은 심정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진 것들에 대해 미안하고 불편히 여기는 것이 온당하다.
그래서 내 것을 마땅히 함께 나누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도덕적 의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너'가 바로 '저쪽에 서 있는 나'임을 온전히 알면 자연스레 그리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다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확대될 때...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와 나'와의 관계에서 올바로 정립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발로 대지에 온전히 서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앎'이란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실제세계와는 괴리된,
초월적이고 관념적이며 허황된 주절거림에 지나지 않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37건 127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087 베가 8783 10-04-11
3086 둥글이 6242 10-04-11
3085 둥글이 6389 10-04-11
3084 수수 5945 10-04-10
3083 ahffk 5469 10-04-10
3082 축복과 평화 5813 10-04-09
3081 둥글이 6575 10-04-10
3080 베가 8996 10-04-09
3079 공유 8364 10-04-09
3078 둥글이 6366 10-04-09
3077 둥글이 6900 10-04-08
3076 베가 5672 10-04-06
3075 일념집중 5131 10-04-05
3074 둥글이 6554 10-04-05
3073 둥글이 6380 10-04-05
3072 둥글이 6273 10-04-05
3071 둥글이 6320 10-04-04
3070 산책 5639 10-04-09
3069 구름 5685 10-04-04
열람중 둥글이 6455 10-04-03
3067 둥글이 6369 10-04-03
3066 산책 5952 10-04-01
3065 바다海 5602 10-04-01
3064 일념집중 5177 10-04-01
3063 공자 5571 10-03-31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0,234
어제
13,009
최대
18,354
전체
5,730,278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