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이마가 파도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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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책 (218.♡.179.162) 댓글 1건 조회 5,910회 작성일 10-04-18 10:32본문
심(深) 상좌와 명(明) 상좌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어부의 그물에서 잉어가 펄떡이면서
뛰쳐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심 상좌가 말하기를,
『 명형(明兄)이여! 참으로 날쌔지 않은가!
마치 납승(衲僧)과도 같구나.』 하니
명 상좌가 말하기를,
『 비록 그렇긴 하지만
애초에 그물에 걸리지 않은 것만 하겠는가?』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심 상좌가 정색을 하면서 말하기를,
『 그대는 깨달음에 흠(欠)이 있도다.』 하였는데,
명 상좌는 밤중이 돼서야
비로소이 말의 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운문고가 이 화두를 가지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날쌔도다! 일약 두 겹의 깊은 못(淵)을 뛰어나니
벽력이 뒤좇아도 돌아오지 않는다.
우습구나! 용문(龍門)에서 꼬리를 태운 이들이(燒尾者),
아직도 멍든 이마(點額)가 파도 속에 있구나.
하고는 이어서 말하기를,
『 명 상좌가 밤중이 돼서야 깨달았다고 하니, 말해 보라.
그가 그물에 걸린 것인가?
그물에서 벗어 난 것인가?』 하였다.
나중에 심문분이 이 화두를 들고 말하기를,
『 심형은 그물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았고,
명형은 그물에 들어간 것을 가엾이 여겼다.
천하의 납승들은 이 이야기를 거론할 줄 만 알았지,
그물이 머리 위에 덮여 있는 줄은 모르는구나!』 했다고 한다.
댓글목록
ahffk님의 댓글
ahffk 아이피 (112.♡.175.97) 작성일
그물에 빠지기도 쉽지않지만 빠져 나오기는 더쉽지않구나.
황금그물이라면 황금이 되어 빠져나올때까지야 보람있는법.
못빠져 나올것을 걱정말고 황금못되는걸 부끄러워 해야 하리라.
본래 그물도 황금도 분명이 없다면 거기가 심형래(바보) 사는곳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