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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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실 (58.♡.244.35) 댓글 3건 조회 7,079회 작성일 10-10-29 23:41본문
우리 어머니의 훈장이십니다.
요즘 이 훈장에 태클을 걸어봅니다.
낼 모레 오십 바라보면서 유치찬란하게 칠십 훌쩍 넘으신 노파와 신경전을 벌입니다.
아무리 봐도 제가 죽일년(?) 입니다.
하라는 결혼은 안하고.. 이놈은 이래서 싫다... 저놈은 저래서 싫다... 애먼 애미에게 팍팍하게 군다고 그러십니다.
얼마나 착했으면 학교 예절시간에 모범예절아이로 각반을 돌아다니며 예절 시범을 보였겠습니까?
집에서 끊임없이 배워온 가정교육(?)이 요즘에 와서 새삼 억울하고 서럽고 그렇습니다.
시효가 지났어도 한참이나 지난 투정입니다. 옛날 같았음 노망난 거지요.
시위를 하던 투쟁을 하던 사달을 내려면 나 혼자서도 먹고 살 배짱 있을 즈음에 집에서 내쳐질 각오하고 맞짱떠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놈의 교육이 뭔지... 도저히 그땐 할 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일단은 반항하는 방법을 몰랐거든요.
목소리 크게 올리는 방법도 몰랐거든요.
사실 맞지요..효란 하늘의 섬김이요 만물의 근원이라 했는데...감이 부모와 맞짱뜨려 한다면 말이 됩니까? 안 되는 일지요.
그런데 왜 난 지금 이걸 걸고넘어지려고 하는지....
에이~ 나쁜 년 ㅠㅠ;
아니...있다손 치더라도 전 현실주의자기 때문에 무덤 앞에서 냅다 욕을 한들 내 입만 거칠어지는...이문 없는 일이니 그냥 pass!
아직 어머니 건강하게 살아계시니...아버지 몫까지 덤탱이 씌워서...(아버지를 선택한건 어머니니까 어머니가 동반 책임져야할 의무 있다고 봐서....)
가을햇빛 한가하고 거실에 국화꽃향기까지 흠씬 거리니... 햇빛 베개 삼아 소파에 누워
엄마! 그땐 왜 그랬어? 라고 어린 날 얘기를 슬쩍 꺼낸 것이 사달이 난거지요.
나는 내심 어린날 내가 하고 싶었던 불만을 추억삼아 놀이삼아 꺼낸 건데
기껏 키워 줬더니 뒤 늦게 자식에게 원망 듣는다고 서럽고 노엽다 하십니다.
아차! 이거 보통일이 아니네...
엄마! 그게 아니고...엄만 내가 사춘기도 없이 지나 간줄 알지?..아냐...나 사춘기때 불만 많았어.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그런데 그런 거 엄마 기분 상할까봐 한 번도 말한 적 없어.
...어린것이 얼마나 눈치 봤게?...난 지금 수영이(제중3조카^^)가 할 말 못할 말다하며 저렇게 말썽부리는 게 부럽기도 해. 그러니 내 맘 뒤늦게라도 알아줘..웅~~
이렇게 필살기 애교를 부리며 말했어야 했는데 어머니의 완전발뺌이 못내 서러워
엄만... 밥만 주면 키우는 거 아니잖아...마음을 읽어 줬어야지...
게 눈 감추듯 뚝딱 내뱉은 말, 눈물까지 질금거리며 했던 말이 장고의 신경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착한말만 했으니 다툴 일도 없었고 엄마도 큰소리로 절 야단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분쟁이 나면 해결할 방법을 모릅니다.
애초에 분쟁요소를 발견하면 일찌감치 훠~이 치워버렸습니다.
이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면 남자를 만날 때도 그대로 적용된 것 같습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하고... 그냥 연락을 끊어버리고 마는 근사한 자존심(?)....
제 마음이 많이 서러웠습니다.
나이 드신 엄마가 불쌍하다던가 내가 먼저 사과 해야겠다던가 하는 맘이 일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착한 저를 만나니 더 서럽고 억눌렸던 제 모습이 억울해 미치겠는 거 있죠?
난 결코 착하지도 모범적이지도 격조 있는 여성이길 바라지도 않았는데
무늬는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실을 스무 살 즈음에 진지하게 고민한적 있는데 그때부터 좀 더 격하게 내 인생 뽕짝인생으로 좌회전하고 살았어도 재미있었을 텐데...
뭐가 무서웠는지.... 에휴~~
떨어져 살 땐 밤잠 설치며 걱정하던 사람들이 뒤늦게 만나 싸~~한 냉기가 흐릅니다.
차라리 싸움이라도 하면 괜찮은데... 싸움의 기술이 없다 보니까요...
엄마의 반응을 보면 전 또 어쩔 수 없이 죄책감 같은 거 땜에 맘이 천근만근이니까요...
그리고 너무나 확신에 찬 우리 엄니 인생철학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덤비는 자식은 자식이 아니다...'
에고~~~
제가 노인나라 들어가면 고현정처럼 할망구 대통령되어 이 헌법 확! 바꿔 놔 버리겠습니다.
댓글목록
행복한나무님의 댓글
행복한나무 아이피 (115.♡.218.126) 작성일
내 나이도 사십중반~~~~~~~~그러나 요즘 도덕경 에서 배운 성인아이~(인증있음-작은 말의 상처를 깊이새기는 습관. 스트레스 상황을 매우힘들어함-정태기님 강연에서 배움)
울엄마 ..너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셨기에 자식에게 한치의 양보가 없다.
자식들이 사회적 잣대로 나름 성공이란 이름을 뒤집어 쓰고 있기에 그 훈장은 떼어낼줄을 모르고 무기화 (?)되어있다 .만약 그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지금 힘든 대장암 투병도 이겨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울엄마 ..정말 고생 많이 하시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울엄마
나는 울 엄마에게 내가 자랄때 힘들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었다
두번다 노여워 하시면서 히스테릭 반응으로 나를 도망가게 만들었다
아 알았어 엄마 울엄마는 내가 행복해지는게 싫은가?
아니야 울엄마는 자기가 아는것은 다 실천하셨기 때문에
분하고 억울한 것일게야..
엄마에게 한번 따뜻하게 위로 받고 싶던 마음을 .지쳐서 내려놓고
스스로 나를 위로 할 이는 나 외에 없노라
다짐? 또 다짐
그러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럽니다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19.♡.14.170) 작성일
진실님의 글을 읽으면서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반가움 같은 것이 내면에서 올라왔습니다.
아, 드디어 진실님 안에서 '생명'이 움틀대는구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오래전 읽었던 <데미안>의 한 구절이 새삼 떠오릅니다.
어쩔 수 없이 형성된 진실님 안의 '착한 사람' 콤플렉스,
이제 그 껍질에 균열이 가고
깨어질 때가 된 것이지요.
괜찮습니다.
싸움을 할 줄도 모르고, 분쟁이 일어나도 어떻게 해결할 줄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이 또 죄책감이 올라오고,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꾸어라'라는 착한 말과 또 부지직 충돌해도 괜찮습니다.
그렇듯, 아무것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정리하려 하지 말고,
죄책감을 따라 또다시 얼른 꼬리 내리지 말고
다만,
“제 마음이 많이 서러웠습니다. 나이 드신 엄마가 불쌍하다든가, 내가 먼저 사과해야겠다든가 하는 맘이 일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착한 저를 만나니 더 서럽고, 억눌렸던 제 모습이 억울해 미치겠는 거 있죠?”라고 하신 님의 말씀처럼, 단지 그 마음이면 됩니다. 예, 단지 그 마음이면 됩니다.
아, 비로소 자신을 만나기 시작한 진실님께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173.♡.102.5) 작성일
으아~ 진실님....
비원님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제게 다가와 눈물이 핑돕니다
학교 예절 시간에 선생님의 훈장처럼 진실님을 앞세우며 예절 시험을 보이셨던 모습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을까....ㅋㅋㅋ
사회에서 요구되어 만들어진 모습에서 한번도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길들여진 착하고 예의 바른 모범생의
무게에서 이제 한 인간으로의 서고자하는 진실님
그 눈부신 피어남 앞에 수수도 춤을 춤니다
그 무거운 무장을 내던져 버리고 아주 어색하지만 한걸음씩 있는 그대로의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누리는 자유로움....괞찮아요
그래도 정말 괞찮아요
그래서 수수도 조폭처럼 마구 살고 있어요 ㅋㅋㅋ
우리 다음에는 아무나 거슬리는 놈이 있으면 맞짱 붙어 싸웁시다 화이팅 !
맘껏 망가지는 진실님 ㅃ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