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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20일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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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ira (110.♡.249.160) 댓글 4건 조회 6,234회 작성일 11-02-07 19:39

본문

(1)
고3되는 아들과의 미얀마와 태국여행 이야기를 쓰려는데 문득 예전에 읽은 책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여행과는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 글쓰기를 망설였으나, 지금 이 순간의 진실을 그냥 받아들이며 적어본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어느 마을에서 만난 소치는 목동 스바스티와 마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너희들이 귤을 먹을 때 먹고 있음을 알고 있어라. 귤 껍질을 벗길 때, 귤 한 쪽을 입으로 가져갈 때, 귤의 향긋한 냄새와 달콤한 맛을 경험할 때 알고 있어라. 너희들이 귤을 먹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면 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귤을 먹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귤을 진정으로 먹는다는 것은 귤을 먹는 동안 그 귤에 참되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2)
스승을 찾아가 그간의 수행을 점검받기 위해 삼배 드리고 약간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말씀드렸더니, “빤야띠(개념, 관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라고 가볍게 일축한다. (항상 그랬었다.) 그래서 “대상과 그것을 아는 마음만이 있는데 이때 그것에 대해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항상 질문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대상을 향해 알아차림이 가서 부딪혔는데 이제는 대상이 다가와 부딪힙니다.”라고 하니 좋다며 격려해주신다. 그리고 잡담 조금.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닌 마음과 마음 작용의 이해를 항상 말씀한다. 복도에서 2007년에 알고 지냈던 말레이 화교 수행자 ‘장’을 우연히 만났다. 친했던 체코 승려 ‘수리야’의 소식을 물었더니 환계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독일 친구 ‘마이클’은 독일로 돌아가 요가원을 차렸다고 전한다. 문득 그들이 그리웠다. 특히 마이클과의 마지막이 생각난다. 안개 자욱한 새벽 탁발을 가기 위해 맨발로 나섰을 때 달려와 오늘 떠나기로 했다며 인사하던 그의 착한 표정, 합장하고 서있던 마르고 큰 키의 실루엣,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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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간, 끝없이 드넓은 평지 속의 흙먼지와 마차, 2,500여개의 탑들, 숨막히게 아름다운 일몰,오랜 친구 마차꾼 ‘윈레’와의 재회, 그리고 우연히 만난 많은 사람들...만달레이, 매연과 소음과 건조한 더위, 꼰 냄새, 더러운 하수도와 대비되는 아름다운, 역사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밍군대탑과 이야와디강의 매력. 양쉐의 인레호수, 바다 같은 호수와 사원들과 인뗑유적지, 여전한 티크우드의 여주인 ‘뎅기’와 그녀의 어머니, 맛있는 국수, 모힝가...방콕,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로드에서 약속한 스님을 만났다. 치앙라이 근교의 시골 절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아들, 갑자기 무에타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5일짜리 코스를 등록시키고 도미토리를 구해주었다. 그리고 며칠간의 식비를 쥐어주고 난생 처음 혼자 외국에서 지내보라고 격려하고는 혼자 ‘판’으로 떠났다. 몇 군데 절을 방문했고 스님들을 만났으며 언제든지 와서 머무르고 수행해도 좋다는 약속을 받았다.

(4)
고지식하고 소심한 아들은 조금씩 커지고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68.♡.190.244) 작성일

vira님  궁금했는데 방가워유~
엉뚱한 아빠를 둔 아들의 세계도 궁금하군요 ^^
무에타이는 무엇인지요
건강히 잘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3짜리 아들을 아빠와 딸려 보내신 부인도 대단하십니다 ^^
멋진 가족 !!!


자신에 대해
질문이 남아있는 자와
질문이 사라진 자.....그냥 맛있는 귤을 까먹으며 귤의 전과정과 하나되는 삶
브라보 !

ahffk님의 댓글

ahffk 아이피 (112.♡.175.235) 작성일

대상과 아는 마음만이 있는데~
생각으로 헤아리지않고~
다만 이것은 무엇인가?
참좋습니다.
더욱이 내가 대상에 다가가지않고 대상이 내게 다가 온다는것이 참좋군요~^^
바깥경계에 그렇게 끄달리지 않으니 참부럽습니다.

수수님 무에타이는 말하자면 울 태권도와 같이 태국의 국기입니다.
특히 발차기가 일품인것으로알고 있습니다.^^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211.♡.61.46) 작성일

저도 아들과 베낭 여행을 계획 하고 있습니다

아들왈

내가 엄마랑 왜 가야 하는데?

맞습니다

망구 내 생각 이었습니다..
여행보다..먼저 해야 할것이 있습니다..
그져..함께 머물며 지켜 보기 였습니다..

부럽습니다
선뜻 따라 나선 아드님이...ㅠㅠ

vira님의 댓글

vira 아이피 (110.♡.249.47) 작성일

수수님,ahffk님,바다海님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마왕 아버지와 대마녀 엄마,외할머니의 강력한 잔소리와 간섭 속에서
  자란 아이라 결은 고운데 주눅들고 눈치보며 소심한 구석이 있습니다.
  예전에 어리석어 녀석에게 준 상처들 밖으로 드러내어 용서를 구하고
  사과했습니다.내 마음속 남아 있는 일 생각날적마다 그랬지요.
  아이 엄마도 어느 순간부터 마음 달래주는 작업을 하는 듯 합니다.

  지난 여름방학때에는 고향의 조그만 절에서 노스님과 한달 보내고
  오더니 자기속의 힘을 조금씩 보는 모양입니다

  자기 앞에 펼쳐진 삶을 맘껏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지요.

  모두들 편안하시길.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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