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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브레이킹 배드(미국 드라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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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2,142회 작성일 24-06-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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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니지만, 30대 중반까지 글쓰기 근처도 가보지 않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받아쓰기, 독후감 그리고 방학 일기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당연히 나에게 글쓰기란 그저 혼나는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은 바지를 꼭 쥔 체 선생님 잔소리가 끝나기만 기다려야 했다. "넌 커서 머가 될래" 죽어도 쓰기 싫은데, 어떻게 하겠나. 난 그렇게 평생 글이랑 아무런 관련 없는 그리고 재능 따위는 1도 없는 사람이라 의심치 않았다. 그런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한 믿음이 깨진 건 10년 전 히키코모리 생활이 끝날 무렵이었다. 지금도 어찌 보면 어떤 생각(파리)을 붙잡고 다시 글 쓰겠단 마음을 먹은 거처럼 10년 전도 비슷했다.

 한 사람의 생각 바꾸기가 지구를 뒤집는 거보다 힘들다 했다(김기태 선생님 왈). 아마도 히키코모리를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지구를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은 뒤집어야 가능할 거다. 나는 늘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에게 푹 빠져 있었다. 좀 심하게 빠졌다. 그가 마치 실제 존재하는 사람인 것 마냥. 그렇게 주인공을 응원하며 주인공이 서서히 변해가는 걸 지켜봤다. 주인공은 회가 거듭될수록 서서히 삶이 변했다(화학 선생님 -> 폐암 선고 -> 마약 제조업자 -> 마약왕). 난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제조하는 그저 오락거리 드라마보다 주인공이 변해가는 것이 궁금했다. 지극히 평범한 화학 선생님이 암 선고를 받고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무엇이 바뀌었길래, 인생을 저리도 재미있게 사는 건지. 그런 물음만 가득했고 이유를 도무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드라마 시리즈가 최종회로 들어갈 때쯤, 궁금증도 끝을 행해 달려가고 있었다.

 드라마를 틀어 놓고 이제 최종회까지 몇 편 안 남았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삶에 몸부림치는 주인공을 보며, 문뜩 '아! 마음이 변했었구나, 주인공 마음이 변해서 삶이 변한 거구나'. 한 생각이 일어났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운다. 번뜩이는 생각 뒤에 누군가 있는 듯했고 그는 내 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살면서 꼭 듣고 싶었던 말. '상우야, 너도 할 수 있어' 나는 그 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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