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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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海 (118.♡.131.98) 댓글 1건 조회 5,535회 작성일 11-02-26 21:06본문
백수 3일째.
어설픈 백수생활에 적응이 안되어
이틀내내 쏘다녔더니,
비로소 감기신이 임하여
그핑계 삼아 환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콜록 콜록
핑!핑!핑!
머리맡에 보기 좋게 코 풀어낸 휴지로 산더미 같은
데코레이션을 해놓고,
여기 저기 늘어논 컵이며, 굴러다니는 볼펜과 공책들
완전히 식음전폐 폐인모드다.
울었다.
왠지 울어야 더 불쌍할거 같아서
아픈몸에 울었다.
울었더니 코가 더 많이 나온다
그래서 휴지로 탑을 쌓았다.
그 와중에도,
휴대폰 문자가 오는지
백수 되었다고 어캐 알았는지..
매일 날아드는 천만원 30분안에 드립니다
라는 광고 문자 조차 없다.
안부 문자도 없고
파마약 파격세일 땡처리 문자도 없고
학교도 휴학했으니, 수강신청 하라는 문자도 없다.
조용하다.
모든게 스톱! 한거 같은...
이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 간다면....?
벌떡!
일어 났다.
그랴..내몸에 붙어서 기생하는 우울과 외로움이 놀라서
나를 쳐다 보았다.
까이꺼...미뤄 두었던 여권사진이나 찍자!
주말 햇살을 느껴보며 거릴 활보 한지가 얼마만 인가?
아직도 눈에는 미용실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저 가게는 바쁘군
여긴 손님이 많네..
난 아직도 백수를 실감 하지 못하고 있다
울어서 부운눈을 그냥 카메라에 들이 대었다.
3년 만에 찍는 증명사진이다.
요즘은 늙지 않는 컴퓨터 그래픽 덕에
언제나 나는 주름하나 없는 세월이 비켜가는 얼굴이다.
햇살과 바람덕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흥흥 거리며
감기 걸린 몸을 보하고자 삼계탕 집에 혼자 앉아서
인삼주도 홀짝 거리며 낯술을 했다.
까이꺼~~~!
기분 좋쿠만~~
한시간여 사진 나오기를 기다리며
빙빙 돌다가, 드디어 사진을 찾았다.
옴마나
옴마나..
여보세요
이게 저예요?
이게 저란 말이예요?
왜요? 이상있어요?
그게 아니고...넘 착해 보여요~~~!
세상에나,
다시 3년전 증명사진을 꺼내서
대조해 보았다
분명 이집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진기술이 바뀌었나?
3년전 나는 자신감에 차있는 차가운 얼굴을 한
카리스마 그 자체다.
지금의 난..부드러우면서도 착해보이고
어떻게 보면 무척 따뜻해 보이고..
이게 나란 말이지?
어젯밤에 울어서 부운눈은 안구정화가 되었는지
까맣게 보이고
주황색 잠바 탓인지
부드러움을 더했다.
좀 촌스럽다.
ㅎ...
그렇지만 난 알고 있다
언제나 가슴속 분노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나는 방어적인 차가운 얼굴을 가졌다
눈물을 잊기로 하면서 웃음도 잃어버린..무표정!
지금 사진속에 나는
그때 보다..많이 똑똑해 졌다.
정말로...
그져 좋은게 좋은게 아닌..
자신에게 좀 솔직해 졌다.
아주 조금...
사진속에 나는 그대로 지만,
사진속에 나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따뜻하고, 착하고..순해졌나 보다.
쌤?..감사해요..덕분에 많이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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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즈님의 댓글
히피즈 아이피 (110.♡.44.69) 작성일짝짝짝~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