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단둘이 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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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海 (118.♡.131.103) 댓글 1건 조회 6,229회 작성일 11-03-02 10:07본문
2박3일 짧은 일정으로
가장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를 이용했다.
봄방학 인지라
어린이들이 많이 왔다
가족단위, 부부, 회사동료, 아들과 엄마 2팀
우리 아들은
가는날 아침부터, 입에 쟉크를 달더니
배가 출발하고, 하우스텐보스? 에 도착해도 말한마디 안한다.
가슴속에선...
괜히 오자 했나?
내 이럴쭐 알았다..좀 신나게 놀면 어디가 덧나나?
아...짜식 버거워 죽겠네
내돈 쓰고 이게 무신 눈치밥이고..중얼 중얼..불평분만 출현!
그렇지만, 그래...오기 싫은거 와 준것 만으로도 감사하지
스무살 아들이, 친하지도 않은 엄마와 동행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서...까이꺼..맘껏 불편해보자!
그냥 불편하자..팅~해서 입이 어디까지 나온 아들을 보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첫날, 호텔에 들어서니 옷도 안벗고 씻지도 않고
그냥 주무신다고 이불속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는다
원하지 않는 여행이다 보니, 급 피곤 한갑다.
나름, 아들과 대화도 하고, 어릴때 같이 놀아주지 못한점 등등..
사과도 하고 싶고, 뭐..그런 거창한 계획이 물거품 처럼 사라졌다.
현실은 그게 아니니..
감기가 걸려 기침이 심한 나는 밤새 콜록 거린다고 잠을 못잤다.
하우스텐보스(정확한 지명을 모름)는 3d상영관이 많았다
개인 얼굴을 스캔해서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코너가 있는데
울..아들 엄청나게 웃었다..!
그래서, 이번엔 웃으며 즐겁게 여행하겠구나 했더니
왠걸...그곳을 떠나자 마자...무표정 근엄한 얼굴이 되었다.
순간 순간, 불편함이 올라 왔다.
다른집 아이들 처럼, 이것 저것 사달라고 해도 되는데..
손잡고 걷고 싶은데
아들 따로.. 엄마 따로..간격유지 하며 걷는다.
사진도 아들 모르게 몇장 찍고,
감히, 찍어달란 말도 못하고...그러다 겨우 한장 찍었다.
내 마음에 불편함...남들과 다른 우리 모자의 서먹함.
20년 역사가 우리가슴에 고스라니 남아 있다.
그래도 불편하고 불안하기를 각오 했으니..
뭐...그래도 불편했다..ㅎㅎㅎ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
여긴 어때? 몰라..
일본 온 소감이 어때?...그져그래..
다른나라도 가볼래?...싫어!
이게 내 현실이다.
함께 투어를 하던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다 큰 아들이 어떻게 엄마를 따라 왔냐구..!
참 착하다고..
요즘 애들 엄마 절대로 안따라 다니는데
아드님은..엄마랑 늘 같이 붙어다닌다구..
말없이 잘 다닌다고...
헐...그렇구나..
나는 남들에게 다정한 모자로 보이고 싶어서
남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고 다니고
그랬건만......!
그건 망구 내생각 이었다.
아들과 마지막으로 일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서로 바라보며..빙긋이 웃었다.
충분히 어색하고,
충분히 불편하고.
충분히 불안했던...아들과의 여행 이었다.
일본을 떠나면서...아들은 한마디 했다!
엄마!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아쉽다!
댓글목록
지무님의 댓글
지무 아이피 (173.♡.0.94) 작성일
바다해님, 안녕하세요~
행복하신 모습이 봄아지랑이 되어 막 피워 오르네요.
마지막 그 한줄 땜에! 20년 동안 엄마역할 하시느라 얼마나 애쓰셨을까 ㅉㅉ.
위에서 부터 계속 ~ 짜안한 가슴이 확 풀리는 데목입니다.
이 단락에서 아들 낳길 잘 하셨지요.
참 편하고 쉬게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