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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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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보 (180.♡.6.2) 댓글 7건 조회 8,703회 작성일 11-04-05 22:21

본문

0.
사실 우리가 자주 쓰는 '믿음'이란 것에 대해 때로 그 의미를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음으로 하여
뜻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는 것 같다.
1.
신학자 마커스 보그의 분석에 따르면 '믿음'이라는 말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남의 말을 참말이라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믿음이다.
좀더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가 직접 경험하거나 확인할 길이 없는 것에 대한 진술이나
명제를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른바 'assensus'로서의 믿음이다. 이 라틴어
단어는 영어 'assent'의 어근이다. 우리말로는 '승인承認'이라 옮길 수 있다.
이런 믿음의 반대는 물론 '의심'이다.
현재 교회에서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하는 것은 이런 '승인으로서의 믿음'을 가지라는
뜻이다. 교회에서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면 무조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근대에 와서야 이런
형태의 믿음이 '믿음'으로 강조되기 시작하다가, 근대에는 급기야 믿음이라면 바로 이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계몽주의와 더불어 과학사상이 발전하고, 이와 더불어 진리를 '사실factuality'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중 창조, 노아 홍수
등 사실이라 인정할 수 없는 것들을 배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그리스도교 지도
자들 중 더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에 있는 이런 것들을 '사실'이라 받아들일 것을
강조하고, 결국 믿음이란 이처럼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중 사실이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사실로, 참말로, 정말로 받아들이는 것과 동일시하게 된 것이다.
엄격히 말해서 이런 종류의 믿음은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고,
또 처음부터 가장 보편적 형태의 믿음으로 내려온 것도 아니다.
둘째, 성경에서, 그리고 17세기 계몽주의 이전에 강조된 믿음이란 '턱 맡김'이다.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내가 하느님을 향해 '나는 하느님만 믿습니다.' 할 때의 믿음과
같은 것이다.
이때 믿는다는 것은 성경 이야기나 교리 같은 것을 참말로 받아들인다는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이런 식의 믿음은 어떤 사물에 대한 진술이나 명제, 교리나 신조같이
'말'로 된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신의와 능력을 믿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fiduncia'로서의 믿음이다. 영어로 'trust'라는 말이 가장 가까운 말이다. 우리말로 하면
'신뢰로서의 믿음', '턱 맡기는 믿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믿음은 실존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표현한 대로, 천만길도 더 되는 깊은 바닷물에
나를 턱 맡기고 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잔뜩 긴장을 하고 허우적거리면 허우적거릴수록
더욱 빨리 가라앉고 말지만, 긴장을 풀고 느긋한 마음으로 몸을 물에 턱 맡기고 있으면
결국 뜨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을 믿는 것은 하느님의 뜨게 하심을 믿고 거기에 의탁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반대 개념은 의심이나 불신이 아니라 바로 불안, 걱정, 초조, 두려워함,
안달함이다. 우리에게 이런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근심과 염려, 걱정과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장 강조해서 가르치려 하신 믿음도 바로 이런
믿음이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
신다....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라(마6:25~32)하며 하느님의 무한하고
조건없는 사랑을 믿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오늘처럼 불안과 초조,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와 긴장이 많은 사회에서 우리에게 이런
신뢰로서의 믿음, 마음 놓고 턱 맡김으로서의 믿음은 어떤 진술에 대한 승인이나 동의
로서의 믿음보다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에 대한 이런 믿음은
그렇기에 우리를 이런 모든 어려움에서 풀어주는 해방과 자유를 위한 믿음이다.
셋째, '믿음직스럽다'거나 '믿을 만하다'라고 할 때의 믿음이다.
내가 믿음을 갖는다고 하는 것은 내가 믿음직한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라틴어로 'fidelitas'라 한다. 영어로 'faithfulness'라 옮길 수 있다. '성실성'으로서의
믿음이다. 이런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하느님께만 충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이런 믿음의
반대는 우상숭배이다.
넷째, '봄으로서의 믿음'이다. 이른바 'vivio'로서의 믿음이다.
이런 믿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봄 seeing things as they really
are'이다.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사물의 본성nature이나 실재reality, 사물의 본모습, 실상,
총체적인 모습 the whole, totality을 꿰뚫어봄에서 생기는 결과로서의 믿음이다.
이런 믿음은, 말하자면 직관, 통찰, 예지, 깨달음, 깨침, 의식의 변화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확신conviction같은 것이다. 일종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이나 역사관같이 세계와
삶에 대한 총체적 신념같은 것이다.
- 또다른 예수 / 오강남 / 예담 / 2009 / p189-293 -
2.
위 마커스 보그의 분류와 오강남 교수의 해설에 따른 믿음의 종류를 놓고 보았을 때,
우리 도덕경모임, 이 싸이트의 게시판에서 통용되는 '믿음'의 의미는 넷째에 해당하는
'봄으로서의 믿음'일 것이다.
또한 적어도 첫째에 해당하는 믿음을 논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蛇足)
글이 넘 딱딱하죠 ? ^^

댓글목록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04) 작성일

네가지 믿음..모두  제게 부족한 요소인것 같아요 ㅋㅋ
전 두번째 믿음이 가장 절실하고 또한 부족해서 자주 죄의식에 사로잡혔었는데..
지금은 네번째 믿음과 마구 썩여서 더 혼란스럽네요 ^^
쌤 덕분에 잠시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됬네요..
점심시간 이용해서 한번 갈게요..사무실 복지사 쌤하구요
오랜만에 밥한끼 해야겠지요?
저두 늙어가나봐요...왜 다들 언제 한번 만나서 밥한끼 하자..고들 하는지..
이제야 알것 같네요...숟가락..한솥에 담궈 먹으면서 정도 들고 ..더 친숙해지고..
늘 응원하고있어요...좋은 소식 들려주시기를 바래요 ^^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80.♡.6.2) 작성일

저 또한 자주 혼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자 이곳에서의 대화에서 소통의 부재를 느끼고는
제작년에 읽었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옮겨봤어요.
넘 진진하게 생각마세요. 저처럼 딱딱해지니까요.^^

그래요, 언제 밥한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념집중님의 댓글

일념집중 아이피 (211.♡.129.74) 작성일

저도 이책을 보긴 봤는데, 처음본것 처럼 새롭네요...기억이 가물가물...ㅎㅎㅎ

오강남교수님책을 보고난후,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는 ,아니 본질적으로 방향이 전혀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 훌륭하신 분이라는 느낌...

어떤 대화에서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가 어떤 부분을 지칭하는 지 그 범위를
줄여놓고 얘기한다면, 쓸데없는 마찰을 피할수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 좋네요...
글이 좀 학술적이긴 하네요..ㅎㅎㅎ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221.♡.50.89) 작성일

제가 잘 구분하지 못한 채 사용하다가
제 스스로도 이야기의 맥락을 놓치고 엉뚱하게 흐르는 경우가 더러더러 있어서,
책에 기술된 내용을 빌어온 것이라 학술적일 수 밖에 없군요.^^

오강남 교수는 오래전 '예수는 없다'라는 책으로 알게 된 분이신데
제가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는 기독교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시죠.

Lala님의 댓글

Lala 아이피 (183.♡.110.132) 작성일

오강남교수는 책이 좀 팔리는 비교종교학자입니다.
라라가 학자하고 한 게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직업을 바꿔야지요.

저분은 기독교와 성경내용에 대해 역사적이고 실증적인 관점에서
기독교를 가리가리 비판하는 논조의 글로 유명해 졌지요.

학자는 근본적으로 믿음이 깊어질 수 없지요. 비교종교학자는
종교밖에서 여러종교를 학술적으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사람입니다.

이분은 기독교 초기 영지주의등 요즘 인기많은 공인된 기독교와 다른
면 (통합종교스타일)만 파고들며 공부하는 분이지만
정작 신학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밖입니다.

비기독교인이나 종교혐오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종교지식인입니다.
심심하고 시간많으신 분들이 이분 책보고 종교비판하면 딱이지요.

기독교를 잘못알고 싶으신 분은 이분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그러나 기독교를 바르게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성당이나 교회나가도록 하십시요.

여기서는 실제로 그러실 분이 아주 드물겠지만...
간혹 공자님같이 교회나간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더군요.

나가더라도 매주 나가시는지 궁금하고, 기도는 하시는지 더 궁금합니다.
교회나가도 기도 않하는 사람은 기독교인 아닙니다.

사람들이 교회 나가서 헌금 몇천원하고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지요.
그러니 기독교인이나 일반사람이나 삶의 모습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시대 대형교회들은 아주 대놓고 교회를 사교장화하고 있지요.
목사들도 헌금과 신도수를 우선 순위에다 두니 교인들이 싫어하는 내용의 설교는 않합니다.

믿음은 순종의 다른 말이고 믿음은 삶으로 말해져야 그게 온전한 믿음입니다.
내만 복받기위해 울부짓는 기도는 교회만 그런게 아니지요.

물질에 집착하는 세상일 수록 종교도 기복종교화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교회만 그런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종교타락현상은 몇가지 징후가 있습니다.

종교기관과 종교로 먹고사는 직업인의 수가 많아집니다.
넓게 보면 오강남 교수도 거기에 포함됩니다.
티벳같은 나라에서는 한때 남자 세명중 한명이 승려였지요.

고려시대에도 불교가 그러했습니다. 지금 네명중 한명이 기독교인이라 하고
수만개의 교회와 전세계신학생의 과반수 이상이 한국사람이랍니다.

사람들이 목사되면 출세 성공한다고 신학교가라고 이야기 하고는 하지요.
어째든 라라가 중구난방으로 막 나오는데로 이야기 해댈 수도 없고 ....

 내 머리로 이 세상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은 파국을 맞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때 비로서 온전한 믿음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믿고 싶어도 믿어지지 않아서 못믿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의 심리를 탐구해보면 매사에 믿음이 없어서 늘 의심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을 늘 의심만하다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마음을 열지못하고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반면에 매사에 믿음이 충만한 사람은 정서적으로도 늘 편안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먼저 마음을 열고 믿어줍니다. 믿어주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고 그냥  믿어줍니다.
상대가 본능적으로 그차이를 알아차리며 반응하지요.

그러면 상대또한 방어막을 걷고 서로 진실되게 관계하게 되지요.
믿음은 호흡과 같습니다. 사람은 믿음없이 일초도 살아가지 못합니다.  이만 하겠습니다./



.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221.♡.50.89) 작성일

반갑습니다  Lala님

오강남 교수에 대한 기독교계의 평가가 어떤지 잘 몰랐는데 Lala님 덕분에 조금 이해할 수 있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오교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분이 비교종교학자이시기에 종교라는 메뉴판에 올라있는 여러 종교들의 심층
을 꿰뚫어 알려주시기 때문이랍니다.

본문의 글은 '믿음'이란 것에 어떤 것들이 있는가에 대해 알아본 것이구요. 이렇게 믿음이란 것을 분류해봤을 때, 이곳
도덕경게시판에서 통용되는 아니 관심을 가지는 믿음은 어디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 알아본 것이랍니다.

Lala님께서는 댓글처럼 곧잘 주제를 벗어나는 경향이 있으십니다.^^
하여간, 님의 생각과 의견은 참 좋은 크리스챤으로서의 자세인 것같습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아무개도 교회나가는데요. 아마 매주일마다 나가서 기도도하고 찬송도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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