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만화공상이야기 - 김사이전(傳)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기수 (121.♡.81.216) 댓글 7건 조회 6,138회 작성일 11-04-06 02:15

본문

저는 세상의 즐거움에 빠져 가르침을 자주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세상의 즐거움에 빠져드는 제 자신을 제어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만들어가려고 하는 공상만화이야기입니다.

전기수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노인이나 환자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살아갔는데 오늘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오후 늦게 커피를 한잔 얻어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기수는 차라리 글을 쓰자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만화이야기랄까 공상이야기랄까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참고할 책을 여러 권 책상에 펴놓고 자신이 짓는 글 적당한 곳에 그 책의 내용이나 표현을 베껴 쓰려고 표시해 두었다.

**

아버지는 아들의 장래를 걱정했습니다.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말을 더듬었고 한쪽 눈을 잃었고 남아 있는 눈마저 매우 어두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생에서 고생스럽더라도 저승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이름을 ‘만덕’이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만덕은 그럭저럭 잘 자라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조상이 보우해주셨다고 믿으면서 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아들을 마을의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우연히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습니다.

“뱀의 독이 퍼질 때에 약초로 다스리듯, 이미 생겨난 분노를 극복하는 수행승은,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모두 버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으로 그때부터 아들의 이름을 ‘사이(捨二)’로 바꾸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봄날에 김사이는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인더스 강가의 모헨조다로 지역에 <파라하 궁전>이 있는데, 그 궁전 안에는 지금까지 해독할 수 없었던 상형문자가 일곱 개의 황금항아리 표면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무유 선생님이 그 상형문자를 찾아 적어올 사람을 구하시는데 제가 그 소임을 맡고 싶습니다. 아버지, 허락해 주십시오.”

김사이는 상형문자를 구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햇볕이 따뜻했습니다. 도중에 아버지가 장만해 주신 주먹밥을 먹고 나서 다시 걸었습니다. 저녁 무렵에 키빠 요괴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키빠 요괴들은 문제 내기를 좋아해서 마을을 통과하는 나그네라면 누구든지 그 문제에 대답해야 했습니다.

김사이가 오는 것을 보고 키빠 요괴 중 하나가 문지기로 변장하여 마을 어귀에 서 있었습니다.

문지기가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에 가는가?”

김사이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인더스 강가에 있다는 <파라하 궁전>에 간다.”

문지기가 다시 물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동안 키빠 요괴들은 문지기로 변장하여 모든 나그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이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러면 어떤 나그네는 “나는 마른 막대기다.”라고 대답했고, 어떤 나그네는 “나는 신(神)이다.”라고 대답했고, 또 어떤 나그네는 “나는 그대이다.”라고 대답했고 또 어떤 나그네는 “나는 오온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키빠 요괴들은 요술 방망이로 나그네들이 대답하는 바로 그것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마른 막대기라고 대답하면 마른 막대기로 만들어 주었고, 신이라고 대답하면 세계(世界)를 하나 창조해서 그곳에서 신이 되게 했고, 그대라고 대답한 나그네에게는 요괴로 만들어서 하인으로 살게 했고, 오온이라고 대답한 나그네에게는 평생 오온을 나로 보도록 또 한 개의 세계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문지기가 물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김사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 그런 말 하지 말라.”

이 말을 듣자 문지기는 본래의 키빠 요괴로 돌아왔습니다.

김사이는 요괴의 무서운 형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수습하여 키빠 요괴와 마주했습니다.

키빠 요괴가 말했습니다.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김사이가 말했습니다. “앎이 있는 자를 묶어 둘 수 있는 것은 없다.”

말이 끝나자 갑자기 키빠 요괴가 사는 마을은 사라지고 텅 빈 들판이 나타났습니다.‘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김사이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까이에 있는 나무 아래로 가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

전기수는 공상이야기를 한 개 만들어보았지만 아직도 잠이 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커피를 주더라도 사양해야지 하면서 내일부터는 생수병에 물을 가지고 다니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가 커피를 주면 ‘저는 이렇게 물을 가지고 다닙니다.’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전기수는 내일 읽어 줄 책을 책장에서 고르면서 읽기 연습을 했다.

댓글목록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6.4) 작성일

재밌습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잘 보았습니다. 요새 이 싸이트 분위기로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아무개이다.^^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5.5) 작성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만화공상이야기에 질문을 단다는 게 좀 그렇긴 한데요, 궁금해서요^^
'더이상 혼란이 없어야겠다'부분이요
꼭 혼란이 없어야 하나요???
우문이었다면 용서하세요.....^^

전기수님의 댓글

전기수 아이피 (121.♡.83.72) 작성일

전기수는 얼마 전에 자신이 자주 가던 사이트에서 나왔습니다.
제 의견이 그쪽 분들에게는 맞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기수는 마음이 다소 방어적이고 대인기피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전기수는 지금 홀로 지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 건네주신 분께 제 소견을 올릴 수 없사오니
널리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바라오며
이만 인사올립니다.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9) 작성일

아~ 네~!
존중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무불님의 댓글

무불 아이피 (125.♡.248.86)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하신 흔적이 느껴집니다.

앎이 있는 자는 묶어둘수가 없도다...



이 부분은 조금 바꾸는 게 어떨까요?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묶을 수가 있고

앎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이미 스스로 묶이나니

앎도 없고 앎이 없음도 없는 자는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다..

무불님의 댓글

무불 아이피 (125.♡.248.86) 작성일

밀가루로 만들어진 세상이 있습니다.

짐승도 흙으로 빚고 인간도 흙으로 빚고 신도 흙으로 빚어진 세상입니다.

어느 날 김 사이는 자신이 짐승과 다른 인간만의 불성을 지닌 존재라고 알고서

열심히 명상을 해서 불성을 깨달으려고 불철주야 명상을 했습니다.

어느날 냇가에 다리를 담그고 참구를 하다가 자신의 다리가

물에 녹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자신이 밀가루로 빚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소며 돼지며 닭이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두고 있는 하늘 땅 조차

밀가루라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냇가에 흐르는 물조차 밀가루가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얼마전에 입적한 숭산스님이 줄곧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The whole world is a singel flower!  이 세계는 거대한 한송이 꽃이다.

맞아!!! 여태까지 물속에서 물을 찾고 있었구나.

온통 밀가루 세상에서 형태와 모양이 다르다고 서로 다르다고만 생각했으니..

세존께서 여래를 형상과 모양으로 찾으려는 자는 실패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이것이었구나하고 김사이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Total 6,237건 105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637 아리랑 8312 11-04-12
3636 vira 8790 11-04-12
3635 야마꼬 8809 11-04-12
3634 인화 7867 11-04-12
3633 아무개 5487 11-04-11
3632 일혜 5967 11-04-11
3631 일혜 5081 11-04-11
3630 일혜 5299 11-04-11
3629 김기태 7468 11-04-11
3628 꽃씨 7683 11-04-10
3627 꽃씨 13516 11-04-10
3626 실개천 8037 11-04-06
3625 김기태 8588 11-04-06
3624 아무개 5393 11-04-06
열람중 전기수 6139 11-04-06
3622 전기수 5394 11-04-10
3621 아무개 5846 11-04-05
3620 권보 8705 11-04-05
3619 아무개 5069 11-04-05
3618 일호 5315 11-04-04
3617 아리랑 8729 11-04-03
3616 아무개 5141 11-04-03
3615 아무개 5521 11-04-03
3614 아무개 5674 11-04-03
3613 데끼 8543 11-04-01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8,441
어제
12,981
최대
18,354
전체
5,767,731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