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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공상이야기 - 2 김사이전(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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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기수 (121.♡.80.133) 댓글 0건 조회 5,393회 작성일 11-04-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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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기수는 몇 년 동안 명상사이트에서 글을 읽곤 했다. 그때마다 받아들일 수 없는 표현들이 있었다. 전기수가 사람에게 읽어주는 책에는 나오지 않는 ‘나는 신이다.’, ‘나는 우주다.’ ‘내가 그대다.’ ‘중생이 부처다.’ 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전기수는 불쾌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오늘 전기수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더 이상 마음에 혼란이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김사이전을 계속 쓰기 위해 책을 몇 권 펼쳐놓고 인용해야 할 곳과 참고할 대목을 표시했다.

* *

아침이 되어 김사이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봄바람이 불었고 날이 따뜻했습니다. 잠시 쉬어가려고 어떤 나무 아래에 앉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뒤편에서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나그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남의 말을 엿듣는 것 같아 자리를 옮기려고 하자 두 나그네가 여기 말고 다른 곳에는 쉴 곳이 없으니 자신들의 대화가 시끄럽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쉬라고 김사이에게 말했습니다. 김사이가 자리에 앉았는데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습니다.

나그네1이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나는 신이다.>, <나는 우주다.>라는 말을 한다면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네.” 그러자 나그네2가 말했습니다. “나도 그렇다네. 저기 보면 짐승은 짐승이고 사람은 사람이고, 만일 있다면 하늘사람은 하늘사람이 아니겠나? 어찌 사람이면서 하늘사람이라고, 그리고 더 나아가 신이라고 할 수 있겠나?”

나그네1이 말했습니다. “그렇네. 내가 아무리 저기 송아지가 마음에 들고 송아지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싶어도 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저기 송아지에게는 해줄 수가 없고, 단지 짐승에게 해주는 바로 그만큼 해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네. 바로 나는 사람이고 저기 송아지는 짐승이기 때문에 그렇다네.” 그러자 나그네2가 말했습니다. “바로 그와 같은 이치로 사람인 나는 사람에 마땅한 바탕위에 서 있을 뿐이지, 내가 사람을 벗어나서 하늘사람이나 더 나아가 신이 될 수는 없을 걸세.”

나그네1이 다시 말했습니다. “만일 하늘사람이 있다면 나아가 신이 있다면 하늘사람이나 신은 사람보다 더 뛰어난 힘과 지식을 소유했을 것이고, 그 힘과 지식으로 사람의 일을 꿰뚫어 볼 것 같네. 그렇지만 하늘사람이나 신은 사람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는 없을 걸세. 마치 내가 송아지를 사람으로 바꾸어주지 못하듯이 말일세.” 나그네2가 말했습니다. “그런 이치로 하늘사람이나 신은 사람이 자기 스스로 신이라고 한다면 마치 송아지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경우에 벗어난 일이라고 여길 것일세.”

두 나그네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김사이는 그만 몸이 피곤했던지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습니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더니 두 나그네는 어디로 가고 눈앞에 스피요괴가 있었습니다.

스피요괴가 말했습니다. “우리 스피요괴 마을에 종이 부족해서 사람을 잡으러 왔는데 마침 너를 발견했으니 나를 따라 오너라.” 김사이는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파라하 궁전’에 가야 하는데 졸다가 그만 스피요괴에게 붙들리고 말았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때 스피요괴가 말했습니다. “스피요괴 마을의 촌장님 아들이 철학을 공부하는데, 철학 선생님이 문제를 냈다면서 나보고 답을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나도 답을 몰라 고민 중이다. 만약 네가 답을 안다면 스피요괴 촌장님이 너를 풀어줄지도 모르겠다.”

김사이는 스피요괴 마을에서 며칠 간 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에 힘이 다 빠졌고 그래서 잠이 꾸벅꾸벅 왔습니다. 이때 갑자기 김사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일어나 앉아라,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된 자가 잠이 웬 말인가?’라는 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김사이는 잠을 물리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비록 굶주려서 몸이 마르고 살이 빠졌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졌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스피요괴 촌장 아들이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깨어 있고 누구에게 잠들어 있는가?”

김사이는 어제 누군가가 들려준 말을 그대로 해주었습니다.

“나는 중생에게 깨어 있고 부처님에게 잠들어 있노라.”

이 말을 듣고 스피요괴 촌장 아들은 돌아갔고 얼마 후 김사이는 풀려났습니다.

* *

그동안 전기수는 수행자나 명상가들의 글을 조금 읽어보았다. 그 중의 어떤 사람들은 명상의 깊은 단계를 책에 써놓기도 했다. 우주나 신에 대해서도 써놓은 것을 보기도 했다. 당시에 전기수는 그 말들을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들을 전기수 자신은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짐승은 짐승의 몸을 받았고 사람은 사람의 몸을 받았고 하늘사람은 하늘사람의 몸을 받았으니, 사람인 전기수는 사람의 일을 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정 생활을 하면 훌륭한 재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집나간 수행자가 된다면 훌륭한 수행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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