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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도 후회라는 걸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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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순간 (120.♡.118.151) 댓글 11건 조회 6,841회 작성일 12-05-0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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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도  후회라는 걸 할까?
 
거리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꽃잎들이 하늘하늘 춤을 춘다.
지는 꽃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사람들은
저마다 갈 길을 재촉한다.
기척없이 내리는 봄비가 세상을 적시고
연약한 벚꽃은 가는 빗줄기에 뿔뿔이 흩어져 허공에 날린다.
 
꼬박 일 년을 기다렸다.
꽃이 피기를.
그러나 언제 활짝 피었나 싶더니
순식간에 벚꽃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만다.
꽃이 만발했을 때가 바로 꽃이 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 후회는 없을까?
절정과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질 때 미련은 없을까?
 
봄 날 아침 앞마당에는 산화한 꽃들이
마지막 흔적을 새기고 있다.
남은 꽃잎들도 먼저 떠난 이의 뒤를 좇아
잠시 허공을 여행하다가 이내 땅바닥에 떨어진다.
현관으로 이어지는 돌담은 하얀 화강암이 아닌,
엷은 분홍 꽃잎으로 뒤덮여 있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벚꽃은 떠나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후회는 없을까?"
 
그런데 산화한 꽃잎들의 표정에는
후회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흔히들  "한순간'"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인간의 일생과 비교하면,
정말 찰나를 살다간 그들이지만
슬픔이나 미련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리라.
시간에 관계없이 꽃을 피운다는 소명을
완전히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어떠한가?
사람도 하루하루 생명을 부지하는 일조차 힘든 시대가 있었다.
옛 사람들은 순간에 지는 벚꽃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곤 했다.
먼저 떠나는 벚꽃과 그 뒤를 따라 떨어질 벚꽃,
현대의학은 인간과 죽음을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놓았지만,
자연은 변함없는 진실을 우리에게 속삭인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명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그 진리를 깨친 벚꽃은 미련없이 떠났다.
당당한 벚꽃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를 기도했다.
 
   중  략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자신의 역사이자, 자신을 대변하는 인생길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미소를 머금으면서 다음 세상으로  향할 수 있으리라.
 
눈부시게 발달한 의학 기술로 육체의 고통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인생이라는 선생은 절대 호라호락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한 사람의 일생을 점검하면서 막지막 숙제를 부과 하는 것이다.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 에피로그중
 
이곳 사이트를 접하면서 매순간 순간을 알아차리고 존재하려는 행위에 집착(?)하던때
너무도 일찍 지는 벚꽃이 아쉽기도 하고 짧은 화려함을 뒤로 하고 흩날리는 모습을 볼때
벚꽃이 만약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
책에 딱 맞는 말이 나와서 당장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주어진 시간은 매순간과 같은 말이 겠지요.

댓글목록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69.♡.189.211) 작성일

매순간님 ~
 게시판에 글을 올릴때  수수 자신을 벗겨 놓는거 같아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특히 첫글은 더욱 용기가 필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다행히 오지랍이 넓은 타고난 수수의 끼가 눈 질끈 감고 글을 올리면서
뒤 돌아서면 삭제하고 싶었으나 버티어 내기도 하며 많은 수수를 지금도 만나고 있지요...
비숫한 병들을 앓고 있는 우리 게시판 병동에서^^
함께 아푸고 함께 웃으며 거울 처럼 서로를 비추어
 많은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놀이터를  만들었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글구  가능한한 댓글에 대한 댓글은 달아 보세요(수수의 글에는 더욱 ㅎㅎ)
눈으로 볼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존재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됩니다

한순간에 져내리는 꽃을 보며 우린 비숫한 생각들을 하나 봅니다^^
매순간님 수수도 매순간님을 기억합니다
잘생긴 젊은 남자는 특히 ㅋㅋㅋ
다음 모임 때는 꼭 만나요~~~

꽃으로님의 댓글의 댓글

꽃으로 아이피 (14.♡.77.225) 작성일

'비슷한 병들을 앓고 있는 우리 게시판 병동' ㅋㅋㅋ
1. 용기가 없다.
2. 좀(?) 착하다. 다른 말로 하면 바보다.
3. 화 한 번 제대로 못 낸다. 미워하는 것도 눈치보여 잘 못 한다.
4. 남 의식 엄~청 한다.
5. 내꺼 잘 못 챙긴다. 어어어.. 하다 당한다.
6. 배우자에게 잡혀 산다.
7. 돈도 없다. ㅎㅎ
8. 외면당할까봐.. 거부당할까봐.. 두렵다.^^

매순간님의 댓글의 댓글

매순간 아이피 (124.♡.77.65) 작성일

네네!! 맞습니다. 꽃으로님 적어주신게 정말 저예요 ^^

어떻게 형성된건지 묻고 싶고 찾고 싶었던 것들..

"왜 이 모양이지?" 하던것들...

그걸 찾기 위해 허비한 마음의 시간들...

그로인해 철저하게 무너져 내린 삶...

이 곳 게시판이 큰 힘이였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꽃으로님의 댓글의 댓글

꽃으로 아이피 (14.♡.77.225) 작성일

제 모습이기도 해요...

서정만1님의 댓글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221.♡.67.204) 작성일

4,8번은 저한데 해당사항이 안되네요 ㅎㅎ꽃으로님 저는 빼주세요 ㅎㅎ
꼭 제얘기를 하는것같아...특별히 리플답니다..전아닙니다..전아닙니다..
전 벌써 퇴원했어요..퇴원했어요..ㅡㅡ;

꽃으로님의 댓글의 댓글

꽃으로 아이피 (14.♡.77.225) 작성일

ㅋㅋ 알고 있어요. 퇴원하신거..~

매순간님의 댓글의 댓글

매순간 아이피 (124.♡.77.65) 작성일

이곳을 통해 변화된 제 모습은 더 이상 질문은 하지도 스스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문제와 늘 뒤엉켜 있지만 담담히 풀어 헤쳐나가거나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왔듯이..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의 제가 느낀것을 풀어 놓고

혜안이 많으신 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아직은 막 들이대기(?)가 .. 쫌 그래서.. 천천히 음미하는 중입니다. ^^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여기서도 좋은 글로 뵙고 오시면 꼭 만나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태님의 댓글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19.♡.114.245) 작성일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ㅋㅋ
반갑습니다.

매순간님의 댓글의 댓글

매순간 아이피 (124.♡.77.65) 작성일

분발해 보겠습니다.  ㅋㅋ

루시오님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8.♡.169.142) 작성일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머리속으로는 저도 갑자기 죽게된다면, 후회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미련이 많아 후회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되어요 ㅎㅎ

매순간님의 댓글의 댓글

매순간 아이피 (116.♡.82.232) 작성일

루시오님 반갑습니다.

저도 후회 같은건 안할것 같다고
대범한척 얘기할꺼 같지만...
찌질한 마음이 있을껏 같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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