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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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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호 (14.♡.40.191) 댓글 8건 조회 5,571회 작성일 11-04-16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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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밑에 아무개님이 해 주신 그릇의 크기에 대한 말씀 중에 3번을 보면, 나라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불과 몇 줄 안되는 쉬운 말씀으로, 국가주의, 국수주의, 민족주의, 인종주의, 제국주의, 나아가서 다문화주의, 해외이주노동자차별에 대한 문제까지 포괄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지혜라는 생각입니다.

아무개님은 이런 얘기를 그릇의 크기를 들어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저는 그릇에 대한 조금 다른 관점의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김기태선생님께서도 소주잔과 맥주잔에 대한 말씀을 하시지요. 맥주잔이 더 크고 좋아 보여 나는 소주잔을 거부하고 맥주잔이 되고 싶어 했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비슷한 얘기입니다. 어렸을때부터 비롯된 컴플렉스같습니다. 한마디로 그릇이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스스로 생각해도 리더쉽이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포용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관념이 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대범하고 포용력이 큰 사람을 보면 항상 저의 부족함을 절감했습니다.

스무살 나이에 논어를 처음 볼 때, '논어'에 대한 선입견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자왈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어찌나 말들이 멋있고 반갑던지요. 하지만, 달갑지 않은 부분도 두어 군데 있었습니다. 특히나, 군자는 불기라 君子不器 하는 부분은 어렸을 때의 저를 생각나게 하면서 외면하고 싶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군자는 화이부동 和而不同 이라는 구절도 그랬고요.

다른 논어의 구절은 그렇게 반갑고 읽을때마다 상쾌함을 느끼면서도, 이 군자불기와 화이부동이라는 부분은 저의 작은 그릇과 남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저의 못난 부분이 느껴져서 아픈 구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얼마 전에 논어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군자불기라는 말의 뜻이, 군자는 그릇이 커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것을요. 세상에, 이 단순한 해석을 두고서, 저는 이십년 가까이 군자불기 君子不器라는 말을, 군자는 그릇이 커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것을, 어째서 저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까요? 말 그대로 그냥 군자는 그릇이 아닐 뿐인데요.

김기태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건 제가 맥주잔이 되고 싶어서였겠지요. 소주잔인 제가 못나고 싫어 더 크고 보기 좋은 맥주잔이 되고 싶은 마음에,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는 쉽고도 단순한 말도 군자는 그릇이 커야 한다는 말로 봤던 것이었겠죠.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이 단순한 말을 군자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는 말로 알고 있었던 지난 무지에 허탈하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지금이나마 군자불기를 제대로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습니다. 안 그랬으면, 군자불기를 위하여 얼마나 대기만성을 했을까 싶어서입니다.

댓글목록

아침님의 댓글

아침 아이피 (61.♡.162.248) 작성일

아무개의 말은 비유를 들어서 말하는것이지 틀린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군자불기를 저는 그릇이 없다로 들린닙니다
물론 있다 없다의 관점이 아니라 초월하는 관점에서 입니다
물론 님이 말한 아니다도 기다 아니다가 아니라 그관점을 초월한 의미겠지만
그릇의 크기는 생각속에서만 있는것이지 실제하지는 않다고 보이구요
아무튼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잘 봐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아무개의 말은 공감한다는 뜻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런것이 '참다운' 지혜라고 봅니다라고 쓰려다가 너무 아부하는 것 같아서, '참다운'이라는 말을 뺐습니다. ^^

안 계시니 그 분 뒷담화를 해 보자면 아무개는 남을 가르치실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 스스로야 남을 가르치고말고 할게 없다고 생각하시겠습니만. ^^

그릇이 없다는 말씀에도 공감이 갑니다. 저도 실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4) 작성일

일호님...아무리 딱딱한 글을 써서 올리셔도
전 마냥 코믹합니다
어제 비원님께서도 화이부동에 대해 말씀 하셨거든요 ^^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앗! 그런가요? 어제 구미모임이 있었군요.
다음번에 김기태선생님뵙게 되면 제가 안부인사드린다고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전해주세요. ^^
꽃씨님의 타임머신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4) 작성일

비원님 만나면 항상 일호님 애기합니다..
일호님처럼 삥뜯어 먹지는 않아도..
자칭 수행비서라고 저를 소개하곤 합니더 ㅋㅋ
비원님은 말안해도 다 아십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비원님은 눈치가 꽝이셔서 잘 모르실 것 같은데요.
말씀을 드려야 아시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다른 사람 놀려먹는거는 다른 사람 흉보는 거 다음으로 재밌습니다. ㅋㅋㅋㅋㅋ)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4) 작성일

맞아요 ㅋㅋㅋ꼭 전할게요
일호님은 비원님 흉볼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더라고..ㅋㅋ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허거거걱! 흉볼때가 아니고요.
비원님 놀려먹을 때....아니, 아니. 비원님 분석할 때라고 해주세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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