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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팬티

작성일 24-07-0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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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조회 5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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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거의 나가지 않기에 철저히 준비해야 된다. 일단 따뜻한 물로 사워도 하고 양말도 새걸로 꺼내 신었다. 반바지도 나름 메이커로 입고 상의는 한 벌뿐인 카라 있는 셔츠로 깔끔하게 준비한다. 팬티는 입었는지 벗었는지 여러분의 판단에 맞기겠다. 걸을 때 아프면 안 되니 진통제도 먹어야 했다. 며칠 전 약통에 넣어둔 반쪽짜리 진통제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통을 열어 이리저리 돌려봐도 찾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대충 아무 놈(진통제)으로 붙잡아 반으로 쪼개 입에 털어 넣었다. 방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몇 번 반복하고 책상을 붙잡고 다리 스트레칭도 했다. 몇십 분 후 약기운이 살짝 돌기 시작할 때 팬티를 교환하기 위해 BYC 전문 매장으로 나섰다.

 매장과 집 사이의 거리를 네이버 형님한테 물어보니 대략 1.5km 정도였다. 그동안 수련으로 나는 하체를 충분히 단련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걸림돌이 있다면 워낙 안(집 안)과 밖(집 밖)을 철저히 불리해서 지내다 보니 나에겐 두 공간이 서로 다른 우주로 느껴졌다. 서로 독립적인 각각의 우주처럼 방안은 나처럼 느리고 천천히 움직이고, 밖은 바깥의 세상 사람들 속도에 맞게 움직였다. 난 아직 바깥세상(우주)의 속도에 익숙하지 않다.

 역시나 한 벌뿐인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최대한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해가며 한 박자씩, 한 박자씩 걸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는 곳의 공기는 마치 빠른 물살처럼 나를 밀었다. 천천히 걸어야 한다는 걸 나도 알고, 내 몸도 알고, 다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걸음 속도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게 떠밀리듯 골목을 지나 차가 다니는 2차선 도로까지 왔을 때 난 겨우 표지판 기둥을 잡고 멈춰 선다. 오른쪽 다리가 터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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