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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6-0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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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조회 3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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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최근(2022)까지 연락이 되는 친구(여자)가 한명 있다. 그친구는 내 닉네임(봉식이할매)을 줄여 할매님이라 불렸었다. "할매님", "할매님" 이렇게 말이다. 그 친구가 나에게 "할매님" 이렇게 부를 때면 나는 포근하고 보드라움 느끼곤 했다. 간혹 같이 술을 마실 때면 그녀는 술주정처럼 말하곤 했다 "내가 할매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죠?" ​

 혹여나 '좋아한다'라는 의미에 여러분의 상상을 더해 남녀 간 사랑 비스무리한 결과물을 이끌어 낸다면 그건 여러분 마음의 표출이지 그 친구의 '좋아함'이 아니다. 단지, 그녀의 '좋아함'은 이성적인 사랑의 의미보다 인간적인 '좋아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있다. 그럼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물어봤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나'라는 인간은 여자랑 대화가 서투르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모든 것에 이유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모른 체 지내도 괜찮다면 모르는 게 약이다. 나에게도 저런 친구 한 명 있다는 건 내가 허투루 살지는 않은 거 같다.  그 친구는 내가 다시 세상과 담을 쌓고 방구석에 열심히 처박혀있을 때 생일 선물이라고 책 한 권 보내 줬었다. 난 책 제목도 확인하지 않고 포장된 그대로 책장 위에 올려놨었다.

 3년간 방치된 선물, 그 위엔 먼지가 뽀얏게 덮여 있다. 손으로 먼지를 "툭", "툭" 털어내고 포장지를 풀어본다. 책을 펼쳐 이제 막 걸음걸이를 시작한 아기처럼 한 글자씩 조심스럽게 읽어 본다. 몸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그 친구에게 달려가고 있다. 전화해 볼까?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생각에 포근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행복감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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