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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 이야기

작성일 07-06-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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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조회 6,362회 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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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은 전분 대신 밀가루를 반죽하여 면발을 뽑아낸다.
밀가루 반죽을 묽게 하거나 되게 하는 정도에 따라 면발의 찰기가 달라진다.
밀면은 우섭게도 먼 거리에 배달을 갈 수 없는데, 냉면을 흉내낸 밀면이
삼십분이 지나면 육수 속에서 불어나 국수 비슷하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밀면은 신데렐라처럼 밤 12시 이전에 무도회에서 뛰쳐 나와야
하는 순간적 공주이다.
밀면은 또 냉면과 같은 육수를 사용하기도 하고, 달리 한약재를 섞어 육수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육수에 약초 냄새가 새어 나오기도 한다.
육수 제조 방법은 집집마다 달라요. ^^
밀면은 부산, 밀양, 마산, 김해, 울산 등지의 경상남도에서 탄생하였는데
그 원조를 자세히 모른다. 먹거리가 귀한 시절 밀가루 구호품으로 만들었지
않나 추측해 본다.
부산에는 가야 밀면이 유명하다.
주로 나는 자갈치와 부평동, 남포동 일대의 밀면을 먹으며 자랐다.
내가 태어난 마을에도 '함흥냉면'집이 한 곳 있는데 송도 아랫길
방향에서 수산센터(공동어시장)을 지나 남항등대에서 내려 등대 시장
입구에 위치해 있다. 어둡고 좁고 약간 비위생적인 분위기인데
냉면과 밀면 맛은 뛰어나 멀리서도 찾아온다. 이곳 주인아주머니는
나를 귀여워했는데...이미 오래전에 타계하였고 그 아주머니의 명성이
남아 아들, 딸 내외가 냉면집을 이어가고 돈을 벌게 하고있다.
이 집의 장성한 아들과 딸 내외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손님 중의 하나이겠지...)
나는 여기서 밀면을 먹을 때 마다
삼십년전 밀가루를 반죽하여 냉면 짜는 기계에 넣고 긴 쇠막대를
지렛대처럼 눌러 사리를 짜고 차가운 물에서 사리를 여러번 씻고
헹구는 그 힘든 일을 하시던 아주머니 생각이 난다.
그 시절은 참 식당이 작고 보잘 것 없고 가난한 시절이였다.
그 아주머니의 손맛이 지금껏 남아 자식도 먹고살고, 손자도 富(부)를
이어 가고 있는데....밀면, 냉면의 사리처럼 질기게 보이게 하는 그
마술의 면발처럼, 이미 떠난 분의 손길이 아직도 길게 길게 느껴진다.
* 밀면은 부산과 경남 사람 이외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 분은
밀면은 냉면의 사촌 쯤 되는데, 사리가 전분이 아닌 밀가루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면...얼추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겠는가.
기회가 된다면 평안도 이북식의 숯골냉면에 대해서 글을 써보겠다.

댓글목록

길손님의 댓글

profile_image 길손 아이피 (211.♡.244.91)
작성일

글 맛나게 잘 먹고 갑니다.
숯골냉면도 기대해 보겠읍니다.

짜장 왕곱배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짜장 왕곱배기 아이피 (61.♡.142.171)
작성일

히히히...
 
  코미디를 해라, 야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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