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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작성일 15-04-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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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25.♡.80.1) 조회 6,533회 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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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차 안에서 나에게 이런 저런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 40대 중후반의 직원분이 계신다.
며칠 전, 그 분은 나에게 '내가 신임 순경 때, 파출소장님이 '역지사지',이 것만 기억하면 성공한다. 라곤 하셨어
난 그래서 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라고 말해주셨었다. 그래서 난 '아,예...'라고 대응을 하긴 했지만, 속으론 '그래서? 그게 애쓴다고 진정으로 이해가 될려나?'라고 되물었다.ㅋㅋ
 
그리고 며칠 뒤 외출 때, 외출일자가 맞는 부대 후임들과 같이 저녁밥을 먹고 2차로 노래방으로
가는 길에 대뜸 후임이 나에게 한 마디 한댄다. '저, 주환이형..형이 저희에게 잘 해주시고, 늘 먹을 거 사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데, 한 편으론 그게 부담도 되요. 형이 하나를 주시면, 저도 하나를 돌려드여야 할 것 같은데...
형이 돈이 얼마나 많으신지 모르겠지만, 한 달에 10만원 남짓 받는 저희 월급으론 형의 스케일을 따라 갈 수
없어요.' 이 말 한 마디에 난 쇼크였다.
 
난 재작년에 에버랜드에서 알바를 하며, 직접 돈을 벌기 시작할 때...내 돈으로 타인에게 선물을 하거나
밥이나 술을 사며, 그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오는 즐거움...그 기쁨 하나에 만족하며, 늘 내가 남에게
돈을 쓰는 타입으로 변해버렸던 거다. 아마 사랑받지 못하고 커서, 상대의 기쁨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기뻐했을...아픔이 남아있었나보다.
 
그래서 입대전 알바로 모은 돈 중 약 300만원을 따로 계좌에 넣어서,
이 돈은 전역시까지 부대원들에게 간식 사 줄 돈으로 정해서 입대했고, 지난 1년6개월의 시간 동안
선,후임 할 것 없이 틈틈이 음료수나 과자사 치킨이나 피자나 늘 내가 사주었다.
 
그 덕에 난 부대에서 로얄 부유층으로 불렸었다. 난 누구에게 대접하고, 그로 인해 뭘 얻겠다~란 생각보단
부대에서 만난 인연들도 깊은 인연이기에, 이들에게 내 돈으로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은 생각 뿐이었는데...
부담을 느낀다는 말에 쇼크였던 거다...
 
그리고 이내, 위에서 직원 분이 말 해 주시던 역지사지...저절로 그들의 입장이 내 가슴속에 찾아오니
'아...부담이 되었겠구나...'임을 알 수 있어서...억지로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는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상대의 입장을 알 수 있단 것 자체가 감사해졌다.
 
그래서 그 후임에게 '부담을 느꼈다면, 미안했어. 2차 노래방에서 음료수는 니가 사줘라. 고맙게 받을께^^'
라며, 이제 상대의 호의도 고맙게 받으리란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안과밖의 구분도 없는데...난 매 순간의 나 자신은 받아들이자는 맘 가짐을 다지면서...
상대가 돈을 쓰려는 건 극구 말리고, 늘 내가 돈을 쓰던 내 모습들이 생각나면서, '아...안과 밖은 없는데
달리 행동 했었네. 이제야 기태 쌤이 했던 말을 알겠네...누가 부르던 yes하고 달려가시던 그 모습...
무엇이 오든 그냥 감사한 맘으로 다 고맙게 받아야 겠다. 모든 원리는 다 똑같네..^^' 라고..
 
내가 그 후임에게 음료를 고맙게 얻어 먹고 난 뒤, 부대에선 후임들이 치킨에 아이스크림에 커피에...
서로 사다주는 거 마다 않고 고맙게 얻어먹고 있는 중이다.ㅋㅋ
 
사실, 내 계좌에 알바로 모아둔 돈을 다 써서 이제 후임들에게 먹을 걸 사주는 것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었다.
진정한 자립은 서로가 의지하는 형국이 아니라 각 자 스스로 서 있을 수 있어야 자립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제 내 코가 석자라 누군가에게 무언갈 사줄 힘이 없는 타이밍에 이런 진실을 배우게 되어 감사하다.
 
1년6개월간 300만원치 수업료를 내고 재밌는 메세지를 배운 것 같다.ㅋㅋ
그럼 모햐...이제 내 수중엔 2천원이 전부인걸 ㅋㅋㅋㅋㅋㅋㅋ

댓글목록

햇살님의 댓글

profile_image 햇살 아이피 (175.♡.55.224)
작성일

잘 지내시죠?^^
역지사지가 여러 곳에서 유용하게 쓰이네요.
맞아요. 계속 받기만 하면 부담감이 생기더라구요.
때마침 역전이 되어 다행입니다. 이제 뿌린만큼 거두기만 하면 되겠어요ㅎㅎ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루시오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악ㅎㅎㅎㅎ 햇살님!^^
저야 잘 지내죠.ㅋㅋ 햇살님도 잘 지내시죠?
뿌린만큼 거두면, 저 돼지됩니다ㅜㅜㅋㅋㅋㅋ

주말 저녁 잘 보내세요~ 댓글 감사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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