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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작성일 15-04-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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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75.♡.214.244) 조회 6,852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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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나는 나의 몸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걷는 운동부터 책 읽기 그리고 글쓰기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인지는 몰라도 꽤 좋아졌다.
작년 이맘때 동네 한 바퀴 약 3km를 걸으면서 도중에 무려 5번은 쉬었다.
그랬던 내가 이젠 5km 정도는 호흡 한번 흩트러 지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걷는다.
작년 처음 썼던 글들은 지금 내가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만큼 글쓰기 실력이 개판이었다.
요즘 쓴 글들은 읽으면 대충 이해가 된다. 그리고 재미도 조금 있다. 느낌을 전달하는 실력이 붙은 거 같다.
그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생겨서 나를 밖으로 들어내는 경향도 많아졌다.
그런 나의 노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많이 아프다. 몸의 통증 때문에 현재 안개속에서 방황 중이다.

무책임한 게으름이 피어올라 책 대신 게임을 하고 글쓰기 대신 드라마를 보고 그러면 오죽 좋으련만
등을 열심히 괴롭히던 통증이 이젠 목으로 옮겨갔다.
목이 아프면 머리 쓰는 일들을 좀처럼 할 수가 없다.
의자에 앉아 목을 고정해서 머리 굴리는 작업을 시작하면 곧바로 머리에 통증이 찾아온다.
그 머리에 쥐가 나는 통증은 1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나를 꽁꽁 묶어 버린다. 아주 무책임하게 나를 가둔다.

나의 둘러싸고 피어오른 안개는 길이라 여기지는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나침판이 고장 난 배가 같은 자리만 빙글빙글 맴돌듯 나는 좀처럼 안갯속을 빠져나갈 수 없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막연하게 보낸다. 똥이 마려워도 엉덩이에 힘을 주지 못한다.
힘을 조금이라도 주면 금세 두통이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그런 나의 무력함을 체험하다 보면 나는 서서히 지쳐간다.
나에게서 그 어떤 희망의 불씨도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그때 찾아오는 절망감은 나를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밀친다.

끝이라 여겨지는 공간엔 악령의 기운이 잠들어 있다.
먹잇감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서면 본능적으로 잠에서 깬다.
그리고 내가 볼 수 없는 눈으로 자신들을 깨운 나를 쳐다본다.
그들은 입을 벌려 절망의 향기로 나를 유혹한다.
그들의 포로가 된 난 서서히 마비되고 어느세 온몸이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럼 그들은 나의 몸에 올라타 나의 목을 손을 올리고선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한다.
기다란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곤 나의 목을 축축한 혓바닥으로 핥는다.
나의 입에 키스하고 귀에 대고 죽음에 찬가를 속삭인다.
이성은 잊혀지고 나에게서 떠나간다. 공포에 마비된 몸은 그들을 탐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함은 나를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내가 그들에게 벗어날 방법은 손에 쥔 카드를 버리는 것 뿐이다.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모든 것에서 손을 놔버린다.
찬란하게 빛나는 꿈과 같은 미래를 쓰레기통 속에 미련없이 집어 던진다.
내 것이라 여겨지던 모든 것들을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 속에 던져버린다.
미래가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내 것이 녹아버린 난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그리고 나는 안개와 하나가 된다.

댓글목록

바다海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바다海 아이피 (112.♡.76.8)
작성일

오~~~~~저것이 악령 이란 말이요?  완전 귀요미 네요.  부적스탈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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