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 시점에 여친이 생겼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하늘의 타이밍이 참..죽여줍니다.ㅎㅎ
그리고 여자친구는 저의 성장을 위한 하늘의 천군천사였습니다. 여친 역시 마찬가지겠죠?^^
어제 아침에 눈을 떠, 평소처럼 여친의 카톡이 왔는지 톡을 켰는데...세상에!
여친의 카톡 프사에 웬 남자의 사진이..그것도 하트 모양의 남자 사진이었고
프로필 메세지도 생일 축하한다며 그 뒤에 하트 모양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 그대로 벙쪘습니다. 멍하니..
그리고 여자친구와 대판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의 생일이라고, 아무 감정 없는데 왜 오빠 혼자 오버하냔 식으로
나오고, 전 그게 말이나 되느냐, 너 제정신이냐 부터 시작해서 지난 달에 기념일도 제대로
안 챙겨저 준 불만까지 나오며 싸움을 시작했어요.
지난 달에 빼빼로데이 때, 여친은 저에게 초콜렛 하나 던져줬어요. 자기는 상술적인 기념일이 싫다고...
전 그 초콜릿 받고, 서운했던 감정을 어제 다 토해냈어요. 그러자 여친은 저에게 전화로 울면서
'난 오빠가 내 일터에 찾아와 준 것 만으로 감동인데, 오빤 그 깟 겉에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고, 다른 여친있는 남자들이 받는 선물과 비교하냐...내가 오빠 주려고 쉬는 날 하루종일
발품 팔아서 구해 온 선물은 안 보이느냐' 란 말에...
전 말을 못했습니다. 스스로가 다른 여친있는 남자들이 받는 빼빼로와 내가 받은 초콜릿 한 통과
비교하는 내 모습에...상술적인 기념일을 챙기기 싫단 여친의 말에도 초콜릿 달라고 구걸하며 초라해진
내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는 순간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는 난 이 여자를 나의 여자로 '소유' 하려 했었구나...임을 느끼며 막막해졌습니다.
이 여자도..자신만의 가치관이 있는데...그걸 존중해주려 하기는 커녕 그 가치관을 소유하려 했으니...
이 여자는 내 것이 아닌데..그렇다고 자신 것도 아니고..그냥 흐르는 대로 존재할 존귀한 아이인데...
내가 소유하려 했음을 알았을 때, 가슴이 참 막막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었던 점을 '확인' 할 수 있단 그 사실에...그 자체가...
너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홍일점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단 그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늘 여친과 싸우게 된 큰 문제였던, 다른 남자의 사진...
정말 수치스러웠고, 기분이 더러웠어요. 화도 많이 났고...근데 넘 힘들었던건, 그 순간들을
외면해버렸기에...새벽4시까지 잠을 못 자며, 제 가슴들을 짓눌렀어요. 넘 괴롭고, 그 수치스러움들을
외면했기에 26년간의 잠들어있던 열등감들이 화산 폭발하듯 제 가슴속에 열등감이라는
'욕망의 에너지 덩어리' 들이 제 온 몸을 휘감아 넘 괴로웠습니다. 가슴이 짓눌러진 그 뭣 같은 기분...
그래서 여친에게 새벽4시에 장문의 톡을 쳤어요. 그동안 하고펐던 말들을...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지었어요. '어제 너랑 헤어질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도망쳐봐야 그 엿같은 수치스러움에 도망갈 뿐
아무런 해결이 안 됨을 안다. 그래서 도망 안 치련다. 다 나의 마음의 문제일테니...이 문제를 해결할테니
기다려라. 아니구나...해결도 아니구나. 그 아픔 속에 부딪힐께' 라고 작성하고
그 저항하던 아픔들에 부딪혔습니다. 있는 그대로 맞이하였습니다. 그러자 물밑듯 쌓여왔던
26년산 열등감 화산 폭발 에너지들과 함께....그런데 그제서야 숨통이 트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자유와 행복에 감사하며...그 열등감을 깨워준 여자친구에게 고마워졌습니다.
지난 달에 여친이 생겼단 소식을 기태 쌤께 전했었는데..기태 쌤이
'그 아이의 영혼이 주환이 너에게 치유받기 위해 왔나 보구나' 라고 하셨는데...
그 친구도 저의 영향을 받아 많이 울었지만...실은
역으로 제가 이 친구 덕에 저의 영혼이 더욱 치유받고, 성장해나가는 느낌이 큽니다.
서로의 영혼이 치유받는다는 이 사실에 하늘에 감사할 뿐입니다. 누군가가 누구를
이끄는 건...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전 제가 여친을 이끌어야 할 줄 알았는데...아니요!
같이 성장해나가는 거였습니다. 우주의 그 어떤 곳에서도...
그리고 문득...'늘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단 건 참으로 기쁘고 행복한데, 난 한 번씩 왜 이리도
분별이 일어나서 종종 괴로울까나?' 싶을 때, 이빨이 생각났습니다. 이빨이 빠지고, 새 이빨이
자리 잡기 위해선 통증이 일어나고, 자리 잡기 위해 끝 없이 잇몸을 괴롭힙니다. 이 처럼
삶의 영혼이 자리 잡기 위해선 계속 아플 뿐이었습니다. 근데 그 아픔도...그 것도 아주 잠시일 뿐이었습니다.
아주 잠시...
자리를 잡고 난 이빨은, 그 이빨 나름의 아픔이 또 있겠지요. 굵직하고 자리 잡은 이빨의 통증..
그 아픔 역시 아주 잠시일테고...
아주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