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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을했어요..

작성일 09-10-3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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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충수 조회 5,5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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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기태 선생님, 전 21살의 대학생 새내기 남학생입니다.
전 좋은 고등학교를 막연하게 너무도 가고 싶어서 중2때부터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정말 하루에 3~4 시간만 자면서 공부했습니다.
결국 외대부속 용인외고 영어과에 입학도 했고 나름 만족했습니다.
거기 가서도 그저 막연하게 외국대학을 가기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큰 실의랄까 의문에 답을 내려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자퇴를 결심하게 됩니다. 제가 너무 결연해서 부모님 설득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자퇴를 하고 혼자의 시간이 계속 됩니다..
전 한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 좋다던 그 학교의 제1자퇴생이 되버리고 말았어요..
외가쪽에 특히나 정신병 환자도 많고, 친가쪽도 건강이 모두 좋지 않고..
우리 부모님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정말 진실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외국대학가는 걸 포기했지만,
지금은 제 전공을 정신과에 국한하고 있지 않아요
어쨌거나 그렇게 이 악물고 혼자 열심히 하고, 재수학원도 들어가고 해서
나름 괜찮은 의대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의대에 들어오고 나서 한 생각이에요.
어릴적의 저는 정말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매 순간 생명이 위태위태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발랄하게 놀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물론 자퇴직전까지도 그런 제 본성은 이어져 갔구요.
하지만 자퇴하면서 저는 스스로를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부터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진정한 통제는 하지 않았어요
열심히 하는 나와 즐거워 할 줄 아는 내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뭔가 자퇴하고 나서는 정말정말 여유없고 비장했습니다..
어떠한 장난기나 즐거움을 허용하지 않고 힘들게 힘들게 그러나 뿌듯하게
공부를 해 나갔어요..
하지만 대학에 이제 들어왔으니, 그동안에 억제된 본성에 자유를 부여하자
내가 하지 못했던 어떠한 체험도 허용하고, 즐기자. 그것이 퇴폐의 흉내일 지라도,
아니면 젊음의 특권을 남용하는 짓일지라고, 마초근성으로 끝까지 해보자..
그리고는 결국에는 훌륭하게 승화시켜서 경험적으로 균형잡힌 의사선생님이 되리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중고차도 얻어서 운전도 신나게 해보고, 귀도 뚫어보고 목걸이도 해보고, 옷도 사보고..
음악동아리에 들어서 홍대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공연도 해보고, 고백도 해보구요..
또 시험기간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주위에선 제가 참 때에 맞게 다이나믹한 삶을 살고 있다고 칭찬합니다.
하지만 요즘 큰 문제를 느끼고 있어요.. 그러한 제가 너무 무질서한 상태로 가고 있답니다
본성이 그랬던 것도 있지만, 정신을 놓고 산다랄까..
지갑도 잃어 버리고, 자취방에 계속 있었던 등산화가 어디있는지 모르겠고,
가방도 어디간지 기억이 안나고, 중고기타를 사는데 확인할 걸 안하고 그냥 사와서 문제가되고, 엄마에게 버릇없고 사려없이 말을 하여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심지어 오늘은, 도둑질까지 하였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친구 따라서 그냥 지하상가에 쇼핑을 하러 갔는데,
그리 비싼것도 아닌 16000원 짜리 티가 있었고 그냥 가지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호기가 발동했어요..
그래서 그걸 가방에 슬쩍 넣었고, 끝에는 주인 아저씨가 그걸 찾아내버렸습니다.
정말 무서운 아저씨셨습니다.. 그동안 없어진 물건들 다 손해배상 청구해서
덤탱이 씌워버릴 수도 있다고, 경찰서 가고 싶냐고..
왜냐하면 제가 바로 잘못을 사죄하지 않았어요.. 이거 다른 곳에서 산거라고
뻔뻔하게 말대꾸를 해버렸거든요...
계산하려고 했던 카드를 아저씨에게 뺐기고 그 아저씨가 내일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저는 제가 충분히 잘못했다고 사과 드리고 그러겠다고 했어요..
스스로가 용서되지가 않아요..
신성하게 지켜야할 내 손이, 환자들과 가족들을 어루만져야할 내 손이
너무도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 더렵혀 졌다..
반성하고 있지만, 나중에 또 이런 마음이 들지나 않을까...
웬만한 비밀은 아버지에게 말 했지만, 이것도 말 할 수 있울까...
혼자있기가 너무 무서워서 친한 동기 한명과 병맥주를 마시며 솔직히 다 말하고
하소연하고 자취방에 들어왔습니다..
자유와 무한 방기를 허용한 제가,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건가요....
제 정체성이, 어렸을때 순진무구하게 발랄하고 까불던 녀석인지,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범생인지,
아니면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개념없는 나쁜놈인지...
제가 누군가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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