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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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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468회 작성일 20-12-1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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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님은 글의 말미에 “정신질환의 경우 마음공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정신 장애나 지적 장애 등 정신병변에 심각한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는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접근해야 할지 궁금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님이 올리신 글을 보면, 그 문장의 간결함이나 표현의 정확성, 그리고 의미 전달의 분명함과 정중한 예의까지를 넉넉히 갖추고 있음을 보면, 님이 자신에 대해 언급한 ‘정신질환’이니 ‘정신장애나 지적장애’ 등등의 표현은 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4학년 때 받은 ‘따돌림’이라는 상처로 인해 지금까지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삶의 많은 힘겨움과 괴로움들은 있을지언정, 그런 것들로 인해 자신에 대해 그렇게까지 말할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온 말은, 그래서 님에게 진심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님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다.”는 것입니다. 유년시절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었던 그 어린 아이가 ‘따돌림’이라는 깊은 상처를 받고서 사람에 대한 공포와 긴장, 경계심 등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로 (님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은둔형 외톨이로 살게 되기까지, 님이 스스로를 지키고 예전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기울였을 그 모든 처절한 몸부림과 애틋한 노력과 남모르게 흘렸을 그 수많은 눈물들을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님의 삶에서 고통과 괴로움이 여전하여 끝나지 않는 까닭은 오직 하나,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부정하고 외면하며 끊임없이 그것에 저항하고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선생님 강의 들으면서 많은 위안과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만, 강의를 들을 때 잠시일 뿐... 조금만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자신과 삶에 좌절하게 됩니다.”


   보세요, 님은 님이 원하는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답’이라는 것은 오직 님의 상상과 생각 속에만 있을 뿐 결코 존재하지 않기에 실현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 환영(幻影)과도 같은 ‘답’ 때문에 님은 끊임없이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부정하고 외면했던 것입니다.


   "조금만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자신과 삶에 좌절하게 됩니다……"

   "제 자신이 너무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참 혐오스럽고……"


   아닙니다.

   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속에 있습니다. 

   지금 있는 님의 모습 그대로가 이미 ‘답’입니다. 

   그러므로 단 한 번만이라도 님이 '갖고 있는' 그 답을 내려놓고, 미래가 아니라 ‘지금’으로 눈길을 돌이켜 보십시오.

 

   사람에 대한 공포와 긴장, 경계심 등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초등학교 4학년인 그 어린 아이가 '따돌림'을 받았다면 정녕 그런 감정들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건 어.쩔.수.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아이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극도로 신경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고 눈을 마주쳐야 할지 하나하나 숙고하기 시작했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지옥처럼 느껴진 것”은 잘못되거나 비난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주고 그 아픔과 슬픔을 감싸주며 사랑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해줄 수 없었다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만, 지금도 늦지 않았답니다.


   또 님은 “저 같은 경우는 대인공포, 강박증, 자폐성향,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회피성 인격 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증’이니 ‘~성향’이니 ‘~장애’니 하는 말들은 지금 당장 걷어치워야 하는 말들입니다. 그런 '말'들에 스스로가 오랫동안 갇혀왔던 것이지요. 아닙니다. 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단지 그런 몸짓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몸짓들 또한 잘못된 것이 아닌데, 그 허망한 ‘답’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혐오하며 비난하며 외면하며 스스로 고통과 괴로움을 쌓아왔던 것이지요.


   ‘지금’으로 돌아오십시오.

   지금 있는 님이 님 자신입니다.

   ‘되어야 할 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금’으로 돌아와, 있는 그대로의 님 자신에 대한 모든 저항과 거부를 그칠 때, 그래서 매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할 때 비로소 님 안에서는 평화가, 그토록 목말라 했던 자유가, 늘 맛보고 싶어 했던 진정한 기쁨과 감사가 님의 가슴을 채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본래 님은 늘 그 모습 그대로 완전했는데, ‘완전’이라는 혹은 '더 나은'이라는 허망한 모습을 쫓기 시작하면서 모든 결핍과 고통이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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