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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 사람이 저의 거울은 아닌가요?

작성일 11-01-07 22:01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형기 조회 5,907회 댓글 1건

본문

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선생님의 가르침 덕에 저는 참 사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드리고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 요즘 절 붙잡는 한 가지 문제를 여쭙고자 합니다.
저의 직장에 상사(선배?)가 있는데요
이 분은 남의 일상사에 너무나 관심이 많습니다. 밥을 먹다가보면 수사하듯이 누구와 어디서 언제까지 술을 먹었는지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다른 부서에 과장이 누구와 만나 술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그게 자신에 인생에세 뭐가 그리 중요한지
누가 승진했는지 자기가 전에 있던 부서에는 요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오지랖이 넓은지
그리고 전혀 진심을 느낄 수 없는 가식적인 말과 말들을 들으면 그걸 바로 알아차리는 제가 예민한 건지 한 두번 듣다가 이제는 들으면 구역질이 납니다.
그렇게 남들에게 책 안 잡히고 자기는 주위에 모든 이들의 신변잡기를 알고 있으면서
좁은 사무실에서 변비에 묵혀 놓은 방귀는 왜 뀌는지.
그리고 저의 옛날 모습처럼 어떻게든지 진급해서 자신이 다른 부서에서 뒤쳐진 것을 만회하려고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아주 짜증이 납니다.
막상 일을 나가면 총기가 없고 우둔해서 제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것도 저는 불만입니다.
예의바르고 책 잡히지 않으려고 온갖 형식적인 말과 행동을 할수록 전 더 이 사람에게 질려버립니다.
이젠 아주 이 인간이 꼴도 보기 싫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저의 어떤 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기 자신에게 아주 뚜꺼운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려고 두터운 가면과 방패와 갑옷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이 사람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과연 바른 것일까요?
혹시 저 자신이 가장 대면하기 싫은 것을 저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한 편으로는 나의 어떠한 모습이라고 그냥 이해하려하면 할수록 아주 속이 뒤집어지겠습니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기태
작성일

“선생님, 이 사람이 저의 거울은 아닌가요?”

  이런 제목으로 님이 글을 올리신 것을 보면
  님에게도 어떤 ‘감(感)’이 오는가 봅니다.
  그런데 때로 우리에게 전해져오는 어떤 ‘감’들은 우리의 생각이나 판단보다 훨씬 더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그 분에 대한 님의 마음을 한번 보세요.

  “....수사하듯이....”
  “그게 자신의 인생에서 뭐가 그리 중요한지....”
  “얼마나 오지랖이 넓은지....”
  “전혀 진심을 느낄 수 없는 가식적인 말과 말들....”
  “이제는 구역질이 납니다....”
  “좁은 사무실에서 변비에 묵혀 놓은 방귀는 왜 뀌는지....”
  “아주 짜증이 납니다....”
  “총기가 없고 우둔해서....”
  “예의바르고 책잡히지 않으려고 온갖 형식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이 사람에게 질려버립니다....”
  “이젠 아주 이 인간이 꼴도 보기 싫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두터운 가면과 방패와 갑옷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이 사람에 대한 증오와 분노....”
  “아주 속이 뒤집어지겠습니다....”

  예, 불가사의해탈보살(不可思議解脫菩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 사람이 사실은
  나를 해탈시켜 주기 위해 바로 그런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불가사의한 보살이라는 것이지요.
  그 보살은 나를 비추어주는 거울인데,
  님의 경우에는 그 직장 상사(선배?)가 바로 그런 사람이네요.
  왜냐하면, 그 분이 아니고서는 결코 어느 누구도 위에서 열거한 것과 같은 것들을
  님 안에서 올라오도록 해줄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좋습니다.
  기왕에 올라오는 것, 더 마음껏 그런 감정과 판단들이 님 안에서 올라오도록 허용해 주십시오.
  다만
  너무 그 분만을 판단하는 데에 함몰되어 있지 말고
  다시 말해, 너무 ‘바깥’으로만 올인해 있지 말고
  조금만 눈을 돌이켜
  바깥으로만 올인해 있는 자신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님의 관심은 지금 온통 바깥으로만 올인해 있느라
  님 자신은 조금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자각이 님 안에서 일어나
  문득 님의 눈이 님 자신을 향하게 되고
  이윽고
  그 분을 대할 때 님 안에서 올라오는 온갖 감정과 판단들을
  있는 그대로
  님이 감각할 수 있고, 님이 볼 수만 있다면
  아, 그때는
  매일 매 순간 그 분을 만나지만
  동시에 매일 매 순간 님 자신을 만나는 놀라운 ‘전환’이 님 안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그때부터 님은 매일 매 순간의 자신과의 만남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며 깨닫게 될 것이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에 또한 성장도 해갈 것입니다.
  그 배움의 과정이 때로 몹시도 아프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담대히 그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아, 그러한 ‘전환’이 님 안에서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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