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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이 기회이며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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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200회 작성일 06-03-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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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렇게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오랜 방황과 고통과 절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한 켠이 몹시도 아파옴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님의 현재의 상황과 처지가 안타깝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님의 영혼이 질적으로 '변화'하여 마침내 오랜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 님 앞에 와있음에도 불구하고 님은 전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입니다.
님이여.
삶의 모든 순간이 기회이며 희망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님은 "타는 갈증으로 속세(가족포함)와의 인연을 끊고 떠돌다가……"라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왜 그렇게 님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떠나야 했으며, 왜 그렇게 황망히 천지를 떠돌아야 했습니까. 또한 왜 그렇게 무언가에 그토록이나 목말라 했습니까.
우리 인간이 육신(肉身)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오직 하나, 자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유란 곧 우리 자신의 본질이요 참모습[眞我]이며, 우리가 영원토록 거할 '본래의 집'이기에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그것을 그리워하며 찾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근본 목마름'이며, 그 갈증이 채워지기 전에는 우리 영혼은 결코 쉴 수가 없는 것이지요.
님의 '타는 갈증'도 결국은 그 '자유'를 향함인데, 그 마음 앞에서는 사실은 건강의 상실도,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음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느새 님은 자꾸만 '형편'을 보게 되고 '상황'을 보게 되어, 건강을 잃음과 남에게 의탁함과 아내의 반응 등등의 모든 것이 문제가 되고 걸림이 되고 무게가 되고 힘겨움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즉, 지금까지 님에게 벌어진 모든 일은, 그리고 작금의 상황도, 어떤 의미로 보면 님의 진아(眞我)가 님을 애틋하게 부른 모습들일 뿐이요, 하나님이 진실로 님을 만나고 싶어 벌인 일들일 뿐인데, 어느새 님은 삶의 그 '비밀한 뜻'은 잃어버린 채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난 상황과 형편의 '모양' ― 건강을 잃은 것, 남의 의탁을 받는 것,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 등등 ― 에 마음이 함몰되어 <스스로> 짐스러워하고 <스스로> 비통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님이여.
결국은 '마음' 입니다.
그 마음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우리가 처한 모든 '상황'과 '형편'은 오직 우리의 영혼의 진정한 비약(飛躍)과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일 뿐이지, 그 외의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님은 그 '형편'과 '상황' 앞에서 마음이 먼저 죽어 끊임없이 그것만을 문제삼고 있으니,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진정한 자유는 상황과 형편의 변화에 있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아니, '있다' 정도가 아니라 님 자신이 온통 기회 덩어리입니다. 님은 스스로 "죽음에 아주 가까이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기회'에 아주 가까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상황'과 '형편'에만 가있는 님의 마음을 님 자신에게로 돌이킬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아, 님이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삶에는 오직 '기회'만이 오며, 그렇기에 우리네 생(生)은 언제나 희망적일 수 있습니다.
아, 님이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를―!
(참고로, 제 홈 <비원단상>에 있는 "고통, 그것이 바로 진리였습니다!"라는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혹 님 자신과 님이 처한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고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입니다. 또한 지난 홈페이지 <질의응답>방에 있던 글 하나를 퍼서 여기에 올리겠습니다. 이 또한 삶의 모든 순간은 진정 '입체적'일 수 있음을 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 * *
계속 살아야 할까요…….
무루 06-03-05 00:24

타는 갈증으로 속세(가족포함)와의 인연을 끊고 떠돌다가, 마음이 통하는 어떤 공동체와 인연이 되어 발기인 자격으로 함께 개척정신으로 참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조금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중 제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공동체 집을 짓다가 떨어진 충격과 신장질환이 겹쳤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도반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공동체를 나왔고, 노숙자 생활을 거쳐 지금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평화의 집에서 그나마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저는 건강이 좋지 않으므로 하루종일 쉬면서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이 솔직히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가족에게(마누라와 딸 아들 남매 있음)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면목이 없어서 꿈도 못꾸고, 마누라도 솔직히 말해 저를 타인처럼 생각하며 산다고, 10년 넘게 욕이나 하면서 살았는데, 정도 없고, 남보다 더 못하다고, 받아줄 마음이 없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입니다. 제가 건강할 때는 마음도 평화롭고 겸허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욕망도 털고, 소박한 마음으로 상생하며 잘 살았다고, 앞으로도 잘 살아 아름답고 평화로운 유종을 할 것이라고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건강이 저의 인생길을 바꿔 버렸습니다.
몸이 아픈 고통보다 부자유스러운 몸을 누군가에게 의탁해야 한다는 사실이 현재 저의 짐입니다. 언제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이대로 밥을 굶어 지혜로운 동물처럼 스스로 밥을 굶어 죽고 싶습니다만, 이곳에서는 그것을 끔찍이 죄악시하며 계속 저를 보살펴줍니다. 사실 저는 불교집안에서 태어났고 불교성향의 공동체에 있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일신 종교에 와서 병든 몸을 의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까요. 솔직히 저는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고 또 죽음에 아주 가까이 있다고 느낍니다. 이렇게라도 계속 살아야 할까요. 여러분이 이런 처지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먼지 같은 중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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