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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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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729회 작성일 06-07-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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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홈페이지에 오셔서 좋은 글과 영상들을 올려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시민사회활동을 하시면서 '살아있음의 소임'을 다하려는 님의 모습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마치 같은 길을 가는 동료를 만난 듯 반갑고 또한 기쁩니다.

그런데 님의 질문을 받고 보니, 아직도 제 가슴 속에 서늘히 남아있는 기억 한 편이 문득 떠오릅니다. 이제 그것을 말씀드려 보는 것으로써 님의 질문에 겸허히 답변 드리고자 합니다.

저 자신도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물론 조금씩의 빛깔은 서로 다르겠지만) "작금의 세계상황 속에서 인간들이 자본과 권력만을 쫓아서 자기를 잃고 살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별 필요도 없는 주변적인 것들을 주머니에 채우기 위해서 본질적인 것들을 내던져 버리는 사람들의 삶이 너무도 가련할 뿐입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물신화된 사회구조는 없는 자와 약한 자를 더욱 궁지에 몰기 때문에 더욱 답답합니다."라는 등등을 생각하며, 무언가 그러한 세상과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소임'을 찾아다녔습니다. 정말이지 세상은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았고, 모두가 그저 눈앞의 것들만을 좇다가 공멸(共滅)의 길로 가는 줄도 모르는 그 무지(無知)와 발걸음들이 제겐 너무나도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볼일이 있어 시내 중심가엘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그 모습은 그야말로 환락의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지나가고 있었고, 수많은 네온사인과 애드벌룬들이 눈이 어지럽도록 번쩍이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는데, 제 눈에는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유황불로 멸망하기 직전의 '소돔'과 '고모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런데요, 둥글이님.
그렇게 '나'와 '세상'을 고뇌하며 몇 년간을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제게 어떤 '궁극적인 변화'가 오고, 그래서 더 없는 마음의 평화와 (님의 표현을 빌리면) '혜안(慧眼)'을 갖게 되었을 때, 어느 날 우연히 또 다시 시내 중심가엘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웃고 떠들며 지나가고 있었고, 수많은 네온사인과 애드벌룬들도 여전히 눈이 어지럽도록 번쩍이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아! 그 모든 것들이 제 눈에는 그저 '생동감 넘치는' 무엇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그냥' 가고 오고 있었고, 애드벌룬도 '그냥' 번쩍이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모든 것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있었구요!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아,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지었었구나! 저들은 그저 저들일 뿐이요 다만 있는 그대로일 뿐인 것을, 내가 '물신(物神)'이다, 소돔과 고모라다, 자본과 권력만을 쫓아서 자기를 잃고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별 필요도 없는 주변적인 것들을 주머니에 채우기 위해서 본질적인 것들을 내던져 버리는 사람들이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운운하며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또 한편 마음 깊은 곳에서는 '소임' 운운하며 사람들을 일깨우려는 자신을 은근슬쩍 높여놓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요.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으냐 하면, 그·냥·일·하·라·는 것입니다.
꽃향기는 결코 벌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냥 피어있을 뿐인데, 벌은 제 스스로 찾아와 수많은 열매[생명]들을 잉태하지요. 꽃은 그들에게 '역할'과 '소임'을 강조하지도 않고, '문제의식'을 깨닫게 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피어있을 뿐이지요.

"사람들에게 아무리 해도 자신이 놓여있는 현실을 보여줄 수 없군요. 어떻게 사람들에게 그 '문제의식'을 깨닫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나서서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각자의 소임'임을 알릴 수 있을까요."라는 님의 말씀 속에 이미 "수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해왔으나... 감이 안 오는군요."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먼저 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님 자신으로서 '그냥' 피어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힘은 인도하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여주려 하거나 깨닫게 하려 하거나 알리려 하기 전에 먼저 그냥 묵묵히 님의 길을 가십시오. 님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그냥' 하십시오. 조금만 더 마음을 비우고 그냥 존재하십시오. 진정 '일'하는 자는 '내 일한다'는 그 마음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님 안에서 먼저 '온전히' 꽃필 때 그 향기는 절로 세상을 바꿀 힘이 되어 향기롭게 멀리멀리 뻗어나갈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세상과 사람들에게 쓰임 받고 싶은 근본 마음을 갖고 계신 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 *
궁금합니다.
둥글이 06-07-27 12:10

하여간 끝없는 수련을 통해서 진리의 빛을 찾으신 그 의지가 감탄스럽습니다. 혜안을 가지신 분의 눈으로 보는 것을 듣고 싶은데요.
저는 작금의 세계상황 속에서 인간들이 자본과 권력만을 쫓아서 자기를 잃고 살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물론 저 자신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 생각하는 것도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별 필요도 없는 주변적인 것들을 주머니에 채우기 위해서 본질적인 것들을 내던져 버리는 사람들의 삶이 너무도 가련할 뿐입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물신화된 사회구조는 없는 자와 약한 자를 더욱 궁지에 몰기 때문에 더욱 답답합니다.
나름대로 사회복지 전공해서 밥벌이도 포기하고 5년 째 혼자 시민사회활동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에게 아무리 해도 자신이 놓여있는 현실을 보여줄 수 없군요. 어떻게 사람들에게 그 '문제의식'을 깨닫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나서서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각자의 소임'임을 알릴 수 있을까요. 수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해왔으나... 감이 안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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