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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순간이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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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319회 작성일 06-10-0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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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모든 순간이 '기회'랍니다.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다만 눈이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면요.
어느 스님이 있었습니다. 이 스님은 나이 40이 다 된 늦은 나이에 출가를 했는데, 힘든 행자생활을 마치고 마악 승가대학 1학년이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스님이 계시던 절에서는 마침 재가신도(在家信徒) 공부모임과 자매결연을 맺고선 정기적으로 교류를 갖고 있었는데, 만남이 있는 날이면 절을 찾아온 신도 누구나 스님인 자신에게 두 손 모아 공손히 합장하며 인사를 했답니다. 그러면 자신도 미소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곤 했는데, 그런데 유독 총무되는 한 사람만은 자신을 본체 만체 하거나, 보더라도 인사는커녕 아주 묘한 얼굴로 '네까짓 게 알면 얼마나 알겠냐' 하는 듯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기가 일쑤이더랍니다.

처음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스님의 마음에도 점점 미움과 분노가 치솟아, 나중에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겉으로는 스님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속으로는 정말 온갖 거친 생각과 욕들을 하며 그 사람을 비아냥거리거나 무시하며 낱낱이 재단(裁斷)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를테면, 이와 같은 것이지요.
"흥, 네가 재가신도 총무였으면 총무였지, 스님에게 인사할 줄 모르는 그 하나만 봐도 네놈의 인품이 어떠한가를 대번에 알겠다……."
"듣자하니 오랫동안 재가신도회에 몸담고 있으면서 제법 공부가 되었다고는 들었다만, 그 모든 공부가 말짱 도루묵이구나! '내 앎네' 하고 고개 쳐들며 스님 앞에서 교만을 떠는 네놈의 모습을 보면……."
"하이고, 저 거동 좀 봐! 인간이 저래가지고 무슨 공부를 한다고……."
급기야 그 스님은 재가신도회와의 교류가 없는 많은 날들 속에서도 오랫동안 그 사람을 씹으며 미워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스님은 바로 그럭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과 똑같이 아니 그 사람보다 더욱 치졸하고 유치하며 잔인하게까지 그 사람을 욕하고 멸시하며 정죄(定罪)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문득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아, 그렇게, 단지 자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 때문에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인간으로서의 모욕마저 서슴지 않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는 그는 한 순간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이럴 수가……내가 저보다 더한 놈이구나…….
성경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 중에 잡힌 여자' 이야기에서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에워싸고는, 그녀를 더럽고 추악하며 가증한 여자라고 욕을 하며 돌로 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예수는 그들을 향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은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향하던 눈길을 거두어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고,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하나 둘씩 손에 들고 있던 돌들을 내려놓고는 모두가 돌아가고 맙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처음으로 '바깥'이 아닌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고, 그러자 지금 그들 앞에 잡혀와 있는 간음 중에 잡힌 여자와 사실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보다 더욱 추악한 자신들을 똑똑히 보게 된 것이지요.

너 자신을 알라…….
이는 오래 전 소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만, 그러나 인간은 참으로 아이로니컬하게도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눈이 언제나 '바깥'으로만 향해 있으니 자기 자신을 볼 기회가 잘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자신을 힘들게 하고 부담스럽게 하며 또 이런저런 모양으로 괴롭게 하는 어떤 '사람'과 '상황'이 있게 된다면 인간은 그때 비로소 모든 '포장'이 벗겨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얼마쯤은 자신을 괜찮은 모습으로 포장하고 살지만, 그러나 그런 힘든 '상황'과 '사람'이 그 포장들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사람은 거의 드뭅니다. 왜냐하면, 그 적나라한 상황 속에서도 눈이 너무나 '바깥'으로만 향해 있어 전혀 자신을 볼 수 없거나, 슬쩍슬쩍 자신이 보여도 그것을 인정하거나 시인하기가 싫어 오히려 모든 탓을 '바깥'으로만 투사해 버리기 바쁘거나, 그것도 아니면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부터의 '도망'이면서도 도망은커녕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또 한 번 자신을 덧씌우고는 그 그럴 듯함 뒤로 숨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한 인간은 그리 대단하거나 훌륭한 존재가 못됩니다. 정말 그런 것처럼 보여도 그 잘난 한 껍데기만 벗겨보면 그 안에는 참으로 볼 품 없고 보잘것없는 것들로 가득한 것이 바로 인간존재의 실존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바로 그 보잘것없고 볼 품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만날 때 인간은 비로소 겸허해질 수 있으며, 비로소 진실해질 수 있고, 또한 비로소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진정한 위대성은 바로 그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님은 지금 바로 그 '기회' 앞에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부담스럽고 힘이 들며 괴롭기까지 한 '상황'과 '사람' 앞에 있지 아니하면 어떻게 님이 있는 그대로의 님 자신을 그토록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이건 참 소중한 인생(人生)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바깥'만을 보거나 '바깥'으로만 모든 것을 투사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눈을 돌이켜 자기 자신을 한 번 보십시오. 매 순간순간 자신 안에서 어떤 것들이 올라오는가를 똑똑히 한 번 보십시오. 그 하나 하나가 낱낱이 님 자신입니다.
그것들이 낱낱이 님 자신임이 진실로 시인되는 때, 지금의 그 부담과 괴로움은 오히려 님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자유케 하는 고마운 출구였음을 님은 이윽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와 같이, 인생의 모든 순간은 우리 자신을 영적으로 비약(飛躍)케 하는 '기회들'일 수 있습니다.
진실로.


* * *
마음에 걸리는 자...
힘든자 06-09-30 07:01

안녕하세요?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는 마음으로 많은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많이 공감가는 글들.....
선생님 저두 고민이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 제 밑으루 2명의 쫄따구가 배치됐는데, 한 명은 착하고 순해서 제가 일을 시키기 편하거든요. 맘두 맞고...그런데 한 놈이 저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한데 성격도 별로 맘에 안듭니다. 그놈도 절 안좋아 하고요. 회사에 출근하면 그 놈이랑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 싸움이 시작되는데 제가 항상 집니다...아, 쪽팔려....(누구누구씨 불러도 못들은 척 대답을 외면합니다...쓰벌눔)
회사에 가기 싫을 정도로 맘이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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