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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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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677회 작성일 06-10-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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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도덕경 모임에 나온 적이 있는 어떤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 아내가 먼저 모임과 인연이 되어 한동안 혼자 나오다가 나중엔 남편의 손을 잡고 함께 나왔는데, 그 남편은 이를테면 '완벽주의자'였습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나 자신의 일에 있어서, 심지어 아내에 대해서조차 그는 언제나 완벽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완벽주의'라는 것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었고, 아내의 손에 이끌려 모임에 나올 때쯤엔 거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모임에 나와 이런저런 얘기와 몸짓들을 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그의 영혼은 깊이 '자유'를 원하고 있으나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그 막을 찢고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마음먹고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막을 찢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씨, 저랑 술 한 잔 하십시다."
"하이고∼,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술 한 잔 하자 그러시면 저는 겁나는데요……."
"아닙니다, 그냥 ○○씨랑 소주 한 잔 하고 싶어서요."
이윽고 그와 동네 선술집에서 소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을 때 저는 그가 쳐놓은 막을 찢고 들어가며, 그가 맞닥뜨리고 싶어하지 않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끄집어내어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비로소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비통한 표정을 짓더니, 마침내 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지킬 수 없는 나를 지키려고 매일 매 순간을 애쓰며 수고하느라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어느 누구를 만나도, 어떤 순간에서도……."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자기 아내를 부르고 싶다는 겁니다. 아내에게 고백할 것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내가 달려왔을 때, 그는 눈물 가득한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며 통곡하듯 말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하다고……나는 언제나 당신에게 완벽하려고만 했다고……결혼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맡겨온 당신을 나는 완벽히 지켜주고 보호해 주고 싶었다고……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고……이제 와서 말이지만, 나는 심지어 침대에서조차 당신에게 완벽한 남자이고 싶었다고……그런데 그게 아니었다고……매 순간순간 완벽히는커녕 사실은 조금도 지켜주지 못하는 나를 보며 나는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고……그런 내가 너무나 싫었고 두려웠으며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고……그런데도 나는 그런 진실을 당신에게 말할 수 없었다고……아, 이제야 비로소 말한다고……미안하다고…….
그러자 그 아내도 그를 부둥켜안고 함께 울음 울며, 왜 이제야 말하느냐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하면서 그 자리는 그만 울음바다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두 사람의 진심이 만나는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우리는 행복하게, 참 기뻐하며 서로에게 감사하며 그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남편은 그때부터 '변화'된 삶을 살게 됩니다. 말하자면, 단 한 번 자신의 진실을 맞닥뜨린 그 순간 그토록 오래도록 그를 휘감고 있던 '완벽주의'라는 그 숨막히는 그물이 영원히 찢어져버린 것입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에도 두 사람에게는 더욱 감사한 일이 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늦은 술자리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을 때 제 핸드폰에는 벌써 어젯밤의 그 아내에게서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했더니, 자신은 지금 남편을 만나러 가는데 그 전에 저를 좀 만나고 싶다는 겁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대답은 않고 그냥 동대구역 커피숍에서 기다리겠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뛰어나가서 그와 다시 마주 앉았을 때, 그는 여느 때보다 더욱 예쁘고 말쑥하게 차려 입은 옷차림으로, 그리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아니, 무슨 일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단호한 어투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남편이랑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갑니다. 저는 어젯밤 단 한숨도 못잤어요. 처음 그가 저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했을 때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저는 저의 인생을 그에게 온전히 맡기기로 결심하고 결혼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 마음은 변함이 없구요. 그런데 그렇게 나의 전부를 다 바쳐 사랑해온 사람에게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에게 진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이제 더 이상 그와 함께 산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어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그만 아연해져버렸습니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그래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씨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남편을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씨는 단 한 순간도 남편을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씨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요. 40년 만에야 겨우 망설이며 주저하며 어렵사리 자신의 진실을 끄집어내어 본 사람 앞에서, 그 힘겨웠을 마음을 보듬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말해진 '내용'을 문제 삼아 결별을 선언하러 가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나요……?"
그 순간 □□씨는 문득 고개를 숙이며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그러면서 무슨 독백처럼 자신의 어릴 적 얘기를 하는데, 막내딸이었던 자신은 왠지 모르지만 언니나 오빠처럼 엄마 아빠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고, 그래서 늘 주워온 자식인 것 같은 마음이 되어 매사에 주눅들고 서먹해져 버렸으며, 그러다 보니 늘 불안해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자신은 겉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듯 했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살았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며……그러고 보니 남편에게조차 그렇게 하며 살아왔음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 울었습니다.
"그렇네요……맞아요……나는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그 사람을 사랑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 순간도 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네요……한없이 사랑해 주는 그 사람 앞에서도 나는 잔뜩 웅크린 채 불안해하며, 어릴 때의 그 아이처럼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네요……그런 줄도 모르고 오히려 그 사람에게 달려가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했으니……아, 미안해요……남편에게 정말 미안해요……."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이제 비로소 두 사람은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제 비로소 두 사람은 진정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이제 비로소 두 사람은 진정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지금 두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다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님이여.
저는 님에게 이 긴 이야기를 통하여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님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습니까?"
제가 보기에 님의 문제는 결혼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아는 데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님은 긴 질문글을 통하여 이렇게 해야 할지 혹은 저렇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말씀하셨지만, 그러나 그 긴 글 어디에도 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12월에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랑을 말씀하시면서 그를 사랑한다고 하셨지만, "지금까지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넘쳐나는 사랑을 경험하게 해 준 사람입니다. 제가 아플 때 제 머리를 감겨준 사람...제가 이 남자 만나기 전에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이 전혀 없는 말...사랑한다는 말...이 말을 수백 번도 넘게 나에게 해 준 사람...그가 절 너무 사랑해 주니깐...그저...결혼해서 불행할 거라 생각되지 않아서..."라는 등등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가 따뜻하게 잘 해주니까, 오랜 직장생활에 지쳐있던 님에게 위로가 되니까, 그가 사랑해주고 또 사랑한다고 수백 번도 넘게 말해주니까 님도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 뿐, 진정 님 자신의 깊은 뿌리에서 나온 감정과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랬기에 그의 한마디에 님의 모든 것이 뒤집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그가 결혼을 한 번 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에 대해 님이 하신 말씀들도 보면, "우리 부모님 생각이 나서 너무 화가 났어요....울 부모님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울 엄니...제가 농촌에 시집가는 거...때문에...많이 속상해 하셨을 텐데...이 사실을 아신다면.....진짜 충격 받으시겠죠...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구요....우리 가족들을 설득시킬 자신도 없구요......"라고 하셨어요. 보세요, 님은 어디 있나요? 어쩌면 님의 인생에 있어서 지극히 중요한 순간일 수 있는 이때, 님은 어디 있나요? 그 어디에서도 님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마음은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님은 "이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 만나서 사랑하고...결혼하면 되잖아...능력 좋은 사람 만나자...이 사람과 결혼하려고 생각해보니...사람을 안아줄 자신과...저의 북받치고 화가 나는 마음을..제 스스로 안아줄 자신이 없습니다. 이 사람과 헤어지자니....제 마음이 그 사람에게서 안 떠나 집니다...하지만..그 사랑도 언젠가는 변하겠죠......."라고 하십니다. 아뇨, 님의 진실을 만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선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님이여.
숨 한 번 고르며, 먼저 자신의 진실을 만나십시오.
그렇게 자신의 진실을 만날 때,
그 어떤 선택도 '나의 선택'이 되어
진정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님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 * *
어떻게 해야 할지요...
어느 누구… 06-10-07 14:07

안녕하세요? 이름 석자 밝히지 못하고 글로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12월에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랑이 있습니다. 무척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넘쳐나는 사랑을 경험하게 해 준 사람입니다. 제가 아플 때 제 머리를 감겨준 사람..제가 이 남자 만나기 전에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이 전혀 없는 말..사랑한다는 말..이 말을 수백 번도 넘게 나에게 해 준 사람..
결혼하자는 말 제가 먼저 꺼냈어요...지금 생각해 보니..전 어쩜 지쳐있는 오랜 직장생활을 관두고 새롭게 출발할 도피처로 결혼을 생각...했는 거 같아요..맞네요....그리고, 이 사람 너무 좋았어요...지금도 사랑합니다....이 사람이랑 결혼하면..난 그저 행복할거 같았고, '능력'이라는 기준으로 이 사람을 평가하자면..집에서 하는 가업을 이어 받아서 아버지랑 같이 하는 일...글쎄요..별로라고 말리는 사람 많을 겁니다...가족들도 반대 많이 했었어요..전 사랑에 너무 고파 있었는지...절 너무 사랑해 주니깐..그저...결혼해서 불행할 거라 생각되지 않아서...결혼해서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가족들 땜에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결혼을 결심하고 양쪽에 인사를 드렸어요...그리고, 이 사람 하고 있는 일도 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사랑하니깐...다 좋아보이나 봐요....
근데...며칠 전에..신랑 될 사람이 그러더군요...자기 결혼 한 번 했었다고...그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군요...그리고, 우리 부모님 생각이 나서 너무 화가 났어요....결혼날 잡고 이제서야 얘기를 하니깐...울 부모님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울 엄니...제가 농촌에 시집가는 거...때문에...많이 속상해 하셨을 텐데...이 사실을 아신다면.....진짜 충격 받으시겠죠...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구요....그 사람 왈...절 너무 사랑해서 놓치기 싫었대요..그 사람 자주 하던 말이..'지금 꿈은 아니지..'이 말..이었어요..절 만나서 행복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은 항상 어두웠대요.....양심에 찔려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저에게 고백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전 사실..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닙니다..이기적이고..소심하고...외로움을 가슴속까지 뼈저리게 느껴본 슬픔이 있는 사람..정신적으로 별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그렇지만...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모든 고통과..슬픔..행복...사랑...모두 다 주님께서 인도해 주셨다고 믿는 사람입니다...나름대로...다 그 속에...절 깨우쳐주는 하나님 마음이 있었어요....제 나이 31살인데...이제서야..이렇게...믿는 사람입니다..아주 강한 굳센...뿌러지지 않는 철기둥처럼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아니고..그저 그저...하나님이...절 유유한 강물의 느낌처럼 인도해 주신다고 믿는 사람입니다...하나님께서 사람을 왜 저와 인연이 되게 해 주셨을까요...이 사람의 아픔을 감싸주시라고 그러시는 걸까요?...전 그 사람의 아픔을 품어줄 만큼..마음의 큰그릇이 없습니다....우리 가족들...을 설득시킬 자신도 없구요......이 사람이랑 헤어지자니...제 가슴이 아픕니다...하지만, 감당해야겠지요...
그리고,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 만나서 사랑하고...결혼하면 되잖아...능력 좋은 사람 만나자...이 사람과 결혼하려고 생각해보니.. 사람을 안 아 줄 자신과...저의 북받치고 화가 나는 마음을..제 스스로 안아줄 자신이 없습니다. 이 사람과 헤어지자니....제 마음이 그 사람에게서 안 떠나 집니다...하지만..그 사랑도 언젠가는 변하겠죠........
김기태 선생님...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리고, 제가 받은 충격과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전 제 스스로 제 상처를 잘 보다듬어 주지 못하는 아이입니다...이 일이 생겼을 때...젤 먼저 제가 받은 상처를 신경써야 하는데...그냥 방치해 두고 아파하고만 있네요....선생님..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머리만 계속 아파 오고...눈물만 납니다....사실...이 사람을 안아주고도 싶습니다..하지만..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사랑이라는 콩깍지가 벗겨지면..그때는 저의 감정이 제 스스로 '감당'이 안 될 거 같습니다..사실...이 부분이 젤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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