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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바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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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801회 작성일 06-10-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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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님.
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교직(敎職)에 있을 때 꼭 그랬었음을 기억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두렵고, 눈을 뜨면 이 긴긴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옥죄어 들고 입술이 타들어가 애꿎은 담배만 연거푸 피워댔으며, 출근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지옥과도 같은 하루를 겨우겨우 버티듯 보내고 나면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는데, 아 너무나도 사는 게 괴롭고 힘들어 저녁 내내 그저 발만 동동거리다가 밤이 이슥해 잠자리에 들라치면, 이번엔 또 한없이 몰려오는 가위눌림에 어찌할 줄을 몰라 꺼억꺼억 울음 울어야 했던 세월을 보냈습니다.
출근길에 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면 이렇게 인사를 받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저런 모양으로 인사를 받는 것이 맞는지를 몰라 출근길의 그 우연한 조우(遭遇)조차 피하려 했던 일,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교무실 제 자리에 붙박이처럼 앉아 있으면서 언제나 '교사용 지도서'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는 뚫어져라 보고 있긴 했지만, 온통 남들을 의식하느라 단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일, 그러면서도 다른 선생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일정한 시간이 되면 규칙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던 일, 또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나면 내가 제대로 수업을 했는지 말았는지를 몰라 미친 듯이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목구멍에서 피가 올라오도록 자학하면서 담배를 피워물던 일, 어느 날의 아침조회 시간에는 그 많은 학생들 앞에 서있는다는 게 한없이 두려워 5층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도망가 조회가 끝날 때까지 서성이던 일…….
저는 그렇게 끝없이 남들을 의식하느라 제 스스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삶의 모든 순간을 안절부절못하며 살았습니다. 아, 그 고통과 그 지옥 같은 삶이란! (그런데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 줄을 몰랐는데, 나중에야 사람들은 그것을 '대인공포증'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요…….
그런 속에서도 저는 끊임없이 저 자신을 멋지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거의 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늘 겸손한 척 했지만 사실은 오만했고, 성실하고 지혜로운 척 했지만 사실은 게으름 속에서 그저 몇 줄의 책을 읽고 얄팍하게 공감(共感)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보일려고 애를 썼지만 그러나 속으로는 언제나 주눅들어 두리번거리며 매 순간 불안했고, 때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고뇌하는 사람인 듯이 말하고 행동했지만 사실은 바로 그런 것들로써 자신을 특별하게 두며 그저 우쭐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님이여.
안타깝게도, 저는 님의 글에서 저의 지난날의 모습을 봅니다.
님은 저에게 "그냥 나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 왜 이리 안 되는 걸까요? 나의 못난 모습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왜 이리 힘드는 걸까요……정말 미쳐버리겠습니다."라고 하셨지만, 그러나 사실은 자신의 '진실'을 맞닥뜨리거나 그것을 알려 하기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수고도 치르지 않고 단박에 영예스러울 수 있는 방법과 요행을 구하는 님의 마음을 봅니다.
님이여.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하물며 우리 영혼이 자유롭게 되기를 바라는 일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치를 건 치르고, 아플 건 아프며, 볼 건 봐야 합니다. 달리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렇게 담대히 자신의 '진실'을 보며 그것이 바로 '나'임을 시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우리에게는 조금씩 자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유는 바로 그 있는 그대로의 것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님이여.
자기를 바로 봅시다.
고맙습니다.

* * *
선생님, 너무 힘들고 죽고만 싶습니다.
너무 힘들어… 06-10-17 21:54

안녕하세요? 사는 게 왜 이리 괴롭고 힘든지, 아마도 지옥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리도 힘들고 괴로운지, 잠자는 시간 외에는 편한 시간이 없습니다. 잠들어서 다음날이 오는 게 너무나 두렵습니다....그냥 이대로 잠들어서 깨어나면 모든 게 꿈이었다면, 정말 악몽을 꾸고 난 것이었다면 좋으련만.....아니면 그냥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그냥 나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 왜 이리 안 되는 걸까요? 나의 못난 모습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왜 이리 힘드는 걸까요? 나는 왜 자꾸만 무엇이 되려고만 하는 것인지요? (심지어는 무엇이 되려고 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무엇이 되지 말자며 노력하는 이 무뇌충 같은 짓을 왜 평생 하고 있는 건가요?) 왜 자꾸만 나를 잠시도 가만 두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요? 가만 두자고 생각하며 계속 노력하고 있는 이것은 또 무엇인지....
선생님, 정말 미쳐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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