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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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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댓글 1건 조회 8,349회 작성일 11-06-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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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2세 남성이고 현재 백수입니다. 16세때 사회공포증이 발생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구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심해져 지금은 완전한 고립상태입니다. 대학교 들어가면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중독에 빠지게 됐습니다. 최근 5년간은 중독 그 자체의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사경고 제적과 재입학 결국 최종학기에 자퇴를 선택했구요.... 학자금대출에 대부업체 빚까지 2천만원의 부채가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심한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구요.. 저번달에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면서 그냥 펑펑 쓰고 죽어버리자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동안 각종 치유모임에 참석하고 각종 서적들을 읽고 훈련,자기탐구해봤지만 결국 중독에 빠져버리는 걸로 결판이 나더군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조차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으로 괴로웠습니다.
제가 특히 힘들어하는 상황은 주위로부터 소외되는 상황입니다. 이 느낌은 사회공포증이 발생하기 전부터 느꼈었던 것입니다. 초등학교 3,4년때부터 느꼈던 것인데, 학년초에는 주위에 내게 관심가져주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다가 학년말이 되면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저는 내 주위의 아이들과는 다른 애들이 공유하는 친밀함을 형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공포증이 발병한 후로는, 어릴 때의 이 느낌이 엄청나게 커져서 절 괴롭혔습니다. 학창시절엔 어딘가로 가는 게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수학여행,수련회,소풍 이런 행사때마다 정말 끔찍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친구들과는 다른 나를 봐야만 했습니다. 왜 나는 저들과 같은 친밀감을 형성할 수가 없을까.. 왜 나 혼자만 이런 것일까... 사실 혼자는 아니였죠.. 저는 저와 같은 부류의 인간을 알아볼 수가 있었는데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한반에 한두명씩 그런 사람이 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나를 더 비참하게 했습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역겨움과 혐오감을 느껴야했으니까요.
대학에 진학한 후 이러한 나를 고쳐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으나 모조리 실패한 후 결국 방구석에 틀어박혀 중독에 빠지기 시작했고, 갈수록 더 심해지더군요..
게시판의 선생님의 상담글들을 읽어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란 일상생활의 갖가지 생각,감정 등이라고 하셨는데요..그에 대한 왜곡으로 형성된 특성들에 주의하라고 하신 걸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저같은 경우 수치심이 심하고 감추는게 많아서 왜곡된 특성들도 많습니다. 현실에서 이를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이를테면 분노를 느낄 때 이 분노가 있는 그대로의 나에서 비롯된 것인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분노인지 구분하기가 힘이 듭니다. 지배욕 또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나온건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특성인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생활중에 하는 생각들이나 느끼는 감정들에 대하여 그것들이 왜곡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구분짓는 작업을 해야할까요....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게 하나의 도달해야할 목표점이 되어버려, 이전에 해왔던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작업들과 차이가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것 아닌가 싶은데요...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경 요한복음 5장에 보면, 38년 된 병자(病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에 예루살렘 양문(羊門) 곁에는 ‘베데스다’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이 연못은 가끔씩 물이 동할 때에 맨 먼저 그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 어떤 병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깨끗하게 완치되는 기적의 연못이었습니다. 38년 된 병자도 자신의 병이 낫고 싶어서 맨 먼저 그 물에 들어가기를 시도하고 또 실패하기를 거듭하다가 어느덧 3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그의 병도 깊어간 것이지요. 그리하여 스스로 일어설 힘조차 없이 누워있게 된 바로 그 즈음 예수가 그의 앞에 나타나 이렇게 묻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거기 삼십팔 년 된 병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동할 때에 나를 못에 넣어줄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요한복음 5:5~9)

  그렇게 그 사람은 자신의 오랜 병으로부터 놓여나게 된 것이지요.

  저는 오늘, 32년 된 병자(病者)인 박지훈님께 묻고 싶습니다.
  “님은 정말 낫고 싶습니까?”

  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정말로 낫고 싶은가....

  *      *      *

  모든 마음의 고통과 괴로움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거부하고 저항함으로써 비롯됩니다.
  사회공포증을 받아들이고, 열등을 받아들이고, 소외를 받아들여 보십시오.
  수치심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엄청난 고통과 비참함을 받아들이십시오.
  님의 괴로움은 오직 그것들을 거부하고, 그것들에 저항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노를 느낄 때 이 분노가 있는 그대로의 나에서 비롯된 것인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분노인지....지배욕 또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나온 건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특성인지....일상생활 중에 하는 생각들이나 느끼는 감정들에 대하여 그것들이 왜곡된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것.들.을.구.분.하.려.하.지.말.고, 다만 매 순간 그 속에 있어 보십시오.

  상처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정 낫고자 하는 마음과
  상처를 받아들이고, 상처로 인한 온갖 왜곡과 뒤틀림을 인정하고 시인하며, 상처와 하나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님이 이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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