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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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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862회 작성일 06-12-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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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제안한 '한 달간의 무위(無爲)실험'에 동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는 '실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배움'이 있을 뿐이지요.

비록 님은 "며칠 하다 보니 답답한 걸 견디지 못하고 바깥출입도 하고 컴퓨터도 하고 했습니다."면서 "모쪼록 저에게 약속까지 해주셨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한 허접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스럽기도 하고요."라고 하셨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아무 것도 안하고 삭막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더니, 하루 24시간이 얼마나 길고 따분하게 느껴지던지요."라고 하신 말씀에서 보면, 님은 어쩌면 난생 처음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실험' 속으로, 그 권태와 무료함과 막막함 속으로 자신을 한 번 던져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 님은 감당할 길 없는 답답함을 느끼셨겠지만,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새로운 '발견'과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만으로도 이 '실험'은 이미 유효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님의 삶의 길에 협력하여 선(善)을 이룰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잘 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거나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고 느껴지면 거기에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들과 '비교'까지 해가면서, 힘들어하면서도 처벅처벅 그 길을 걸어가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쩌면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스스로 확인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아무 할 일이 없거나 걸어갈 길을 걷어치워 버리면 대번에 막막해하거나 무료해하거나 한없이 답답해하면서, 잠시도 그 '무위(無爲)'와 '정지[止]' 속에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그리고 어떤 구실을 찾아내어서라도 그 무료함과 답답함을 달래거나 극복하려 하는 가운데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또한 해야 할 일과 걸어가야 할 길을 스스로 만들지요.
그러나 정작 진정한 '생명'은 우리들이 그토록 못견뎌 하는 바로 그 '무의미' 속에 있답니다.
아니, 인생은 온통 '의미'밖에 없건만, 그리하여 어느 한 순간인들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건만, 우리는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그렇게 '의미'와 '무의미'를 나누어놓고는, 하나는 버리고 다른 하나는 취하려는 수고함으로 스스로 거기에 갇혀 버리고 말지요.
아닙니다. 진리는, 도(道)는, 깨달음은, 그리하여 존재의 완전한 자유는 매 순간순간의 이 있는 그대로의 것 속에 있습니다. 아니, 매 순간의 있는 그대로의 것, 그것이 바로 자유요 깨달음이요 도입니다. 다만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의미'와 '무의미'를 나누어, 어떤 것은 취하고 다른 것은 버리려는 그 한 마음만 내려지면, 지금 이대로가 곧 지복(至福)이요 완전함인 것입니다.
그 무간택(無揀擇)의 마음, 그 무분별(無分別)의 마음, 그리하여 다만 매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인 그 마음 안에서만 진리는 눈부시게 살아 있답니다.
님 안에 진정한 '갈증'이 있는 한 님이 가시고자 하는 그 길도 또한 협력하여 선(善)을 이룰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 * *
결말
Let it be 06-12-24 00:06

지난 번에 1달간 아무 것도 안하기로 선생님과 약속을 했던 사람입니다. 약속까지 하였으니 처음 며칠간은 정말로 아무 것도 안하고 삭막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하루 24시간이 얼마나 길고 따분하게 느껴지던지요. 그리고 어떤 번뇌 중 하나는, 누워만 있다가 머리가 아파서 앉아 있는데 기왕 앉아있으려면 구부정하게 앉는 거 보다 가부좌 자세로 앉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눈 뜨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니 눈감고 있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는데 그럼 그건 수행이 아닌가? 하는 등의 별의별 잡념이 다 떠올랐었습니다. 며칠 하다보니 답답한 걸 견디지 못하고 바깥 출입도 하고 컴퓨터도 하고 했습니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아무 것도 안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약속까지 하였으니까 최대한 지켜보려고 했죠.
또 있는 그대로 있기를 하면서 무언가 내면의 평화를 발견해 보기도 했으니까요. 내면의 이런 저런 마음에 대해 저항을 일체 그쳤을 때 오는 깊은 평온함이랄까요.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 of wisdom, let it be.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께서 다가와 지혜로운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냥 그대로 두라.)" 라는 가사가 떠오르더군요.
그러나 있는 그대로 두기로 얻는 평온함에는 한계가 있고 굳이 바깥 출입을 금하고 일체 아무것도 안하는 억압 속에서 괴로워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두기로 물론 평온함을 찾을 수 있지만 마음의 겉부분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있어 보았자 존재의 근원에 도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평온함에 한계가 있고, 궁극적으로 석가모니 부처와도 같은 경지인 색즉시공 공즉시색 생사일여 육신통에는 이르지 못함을 느끼고 다시 자각수련에 들어가려 합니다.
모쪼록 저에게 약속까지 해주셨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한 허접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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