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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게 살려고 하는 님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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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6,184회 작성일 07-03-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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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선행을 하려고 노력을 해보기도 하고......생사일여의 불생불멸한 불성은 언제 나타날지 기약도 없고......매 순간순간 청빈하지 못한 채 나만을 위한 사리사욕을 하려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상당한 스트레스고.....차라리 단식을 며칠 하거나 이런 저런 계율을 얼마간 지키면 깨달음이 온다는 식이라면 쉽겠지만...그런 시도들로 깨달음을 얻는 사례는 드물고, 깨달음 얻은 자의 말로는 그런 시도들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고..."
님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님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저도 꼭 그랬습니다.
제 나이 서른 네 살 때, 거의 마른 낙엽 타들어가듯 하는 저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하며 경북 상주에 있는 어느 자그마한 시골집에 열흘 단식을 하러 갔었더랬습니다. 당시 그곳엔 제가 지리산에 있을 때 인연된 어떤 선생님 한 분이 살고 계셨는데, 그 분에게 이런저런 질문도 하며 잠시 의탁할 수 있었기에 직장에서 휴가를 내어 갔던 것이지요. 그런데 거기에서 뜻밖에도 이미 43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어떤 분을 만납니다.
아, 그것은 제게 충격이었고, 부러움이었고, 타는 듯한 저의 갈증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그 분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던지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 그 분이 툇마루를 따라 힘없이 걸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 그 허약해진 몸이라도 따숩게 해드리고 싶어 그 분이 기거하는 방의 아궁이 앞에 앉아 하루 종일 군불을 때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마침 여름 장마철이라, 불은 제대로 붙지 않고 연기만이 연신 일어나 애틋한 제 마음을 태웠더랬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무척 명랑해 보이는 어떤 청년이 제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여기 오셨어요?
"제 목이 너무 말라서요……. 어떻게든 목축일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싶은데, 온 세상을 다 돌아다녀도 그 물을 찾을 수가 없네요……."
저의 그 말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한참을 함께 군불을 때우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가 일어나면서 한 말은 지금도 제 가슴 속에 선명합니다.
"아저씨의 그 갈증이 결국 아저씨를 자유케 해줄 거예요."
아, 제겐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요!
나도 언젠간 이 목마름이 끝날 때가 있구나……!
나도 언젠간 자유케 될 수 있구나……!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지리산에 있을 때의 일인데, 어떤 사람이 제가 있던 토굴에 찾아왔었습니다. 그 전날 길을 가다가 우연하게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눈 게 전부였는데, 어떻게 제가 있는 곳을 알았는지 불쑥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는 좀 꺼벙하게 생겼지만, 뭔가 '한 소식'을 한 듯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말들은 너무나 주옥같아서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좋은 등산길이 있다며 함께 산행할 것을 제안하길래 선뜻 따라 나섰지요.
그렇게 길을 나서선 한참을 얘기 나누며 걷다가, 저는 문득 타는 목마름에 울컥하며 걸음을 멈추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모든 목마름이 끝이 난 자유한 사람이 될 수 있나요? 제게도 그런 순간이 올까요……?"
그러자 그는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봄에는 개나리가 피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핍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가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를 보며 너는 왜 그렇게 늦게 피느냐고 하지 않고,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가 봄에 피는 개나리를 일찍 핀다고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볼 때에는 늦고 빠르고가 있지만, 그러나 개나리와 코스모스에게는 늦고 빠르고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다 제 필 때에 피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의 그 말이 제게는 왜 그렇게도 위안이 되던지요!
'아, 나도 언젠가는 될 수 있겠구나……! 나도 언젠가는 꽃 피겠구나……!'
님이여.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님도 곧 자유케 될 수 있습니다.


* * *
자유롭게 수행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자유 07-03-04 00:13

한때는 선행을 하려고 노력을 해보기도 하고(그렇다고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김기태님 말씀대로 아무 것도 안 해보기도 해보았는데, 이렇게 저렇게 구속이 되는 상태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더군요. 생사일여의 불생불멸한 불성은 언제 나타날지도 기약도 없고......매순간순간 청빈하지 못한 채 나만을 위한 사리사욕을 하려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상당한 스트레스고..... 차라리 단식을 며칠 하거나 이런 저런 계율을 얼마간 지키면 깨달음이 온다는 식이라면 쉽겠지만... 그런 시도들로 깨달음을 얻는 사례는 드물고, 깨달음 얻은 자의 말로는 그런 시도들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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