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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명줄'을 한 번 놓아볼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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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852회 작성일 07-05-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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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수행하려 할까요?
그것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갈증과 고통과 목마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뭔가 이대로 그냥 살아가서는 안 될 것 같고, 왠지 모르게 자신의 내면은 끊임없이 서걱거리기만 하며, 또 이런 저런 관계와 삶 속에서 문득문득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라며 결핍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수고와 노력과 수행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의 부족과 결핍을 채우고 못난 것을 극복하여, 보다 완전하고 충만하며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지요.
그 '완전'을 향한 길에 있어서는 수행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자유에로 인도해 줄 유일하고도 참된 길로 보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수행이야말로 우리를 구제해 줄 진정한 '생명줄'로 보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생명줄'을 한 번 놓아볼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생명줄'이 사실은 우리를 죽이고 더욱 메마르게 하는 '썩은 동앗줄'일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 '동앗줄'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것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부여잡게만 할 뿐 결코 자유를 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무언가를 함으로써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노력과 수고를 통하여 미래의 어느 순간에 마침내 쟁취하거나 얻게 되는 무엇이 아닙니다. 자유는 그와 같은 '소유'의 영역이 아니라 '존재'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냥 이대로일 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자유라는 것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라' 하면 잘 합니다. 왜냐하면, 그럼으로써 그에게는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겼고, 동시에 도달해야 할 목표도 있게 되었으며, 그것은 분명 자신이 보기에 의미 있고 가치 있어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어떠한 방법도, 이루어야 할 목표도 제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번에 막막해 하거나 불안해하며 어찌 할 줄을 몰라 합니다. 그런데 자유란 바로 그 '무위(無爲)'와 '정지(止)' 속에서 비로소 잉태하기 시작하는 무엇이랍니다. 그것은 마치 기어 다니는 애벌레가 창공을 날아 다니는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고치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치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위'와 '정지' 속에서 어떤 근본적인 변화 ― 다시는 애벌레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생일대의 비약(飛躍) ― 가 일어나는 존재의 집과도 같은 것입니다.
님은 오래 전에 어느 수행단체에 입문을 한 이래로 지금까지 오직 <수행을 통하여> 무언가를 이루려고 해오셨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행이라는 '생명줄'을 마음으로부터 놓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그 '생명줄'을 한 번 놓아 보지 않으시렵니까.
님에게는 '생명줄'로 보이는 그것을 제가 감히 '썩은 동앗줄'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아니고 미래의 어느 순간'이라는 그림 자체가 마음이 만들어낸 허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유란 그 허구 안에는 없어요. 자유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의 현존(現存)이기 때문입니다.
* * *
정해진 수행법이 있나요?
일우선 07-04-24 21:27

안녕하세요. 김기태 선생님! 지금 현재 여기에 있는 그대로 다가오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 도이며 수행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몸과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도라고 말합니다. 전 오래 전에 어느 수행 단체에 입문을 하고 수련을 시작했는데, 도반들이 마음을 닦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고 잘 알지 못하지만 반드시 있는 이 마음! 수행방법에 따라 초발심 때 열심히 했는데, 오직 하나에 집중이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어요. 도가나 요가에서 말하는 처음에 맛보는 신비체험임을 나중에서야 이해했습니다. 사람마다 최초의 경험은 다를 수 있으나, 첫 단추를 끼운 것만은 같다고 봅니다. 잘 끼웠는지 잘못 끼웠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확실히 알거라 사료됩니다. 풀어지면 다시 끼워야겠고요. 처음에 잘 끼웠는데 나중에 잘못끼울 수도 있고요. 지금은 초발심은 온데 간데 없는 것 같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하기는 해야 되는데 게을러서......, 다른 일에 신경 쓰이고 수행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정식은 가끔 하고 약식으로만 합니다. 사람은 재미있거나, 꼭 필요하면 하게 되어있지요.
선생님의 수행 편력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이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느 길이나 대개 먼저 갔던 사람의 길을 비슷하게라도 따라 가게 된다고 봅니다. 책을 보거나, 수행을 하거나, 사색을 하거나, 고행을 하거나 등등등......,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제시할 만한 수행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제가 하는 수행법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과, 수행 체계를 정리하셨는지도...) 경을 열심히 보면서 궁극적인 의미를 깊이 사색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도를 구하는 갈증이 극에 달해서 집중될 수도 있고요, 어느 한 생각에 깊이 빠져서 화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생각과 행동이 진아를 찾게 되는 씨앗이 되었는지 궁금한 것입니다. 나아가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일정한 결과가 나오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질의응답을 모두 둘러보고 제가 드릴 질문이 중복되는지 찾아 보려했으나, 포기하고 질문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문현답을 원하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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