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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작성일 07-05-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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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조회 7,3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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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걸림없이 07-05-16 03:22

김기태 선생님, 안녕하세요? 흔히들 나라고 하면, 이 육체로 오인하고 살아 왔지만, 이제는 나라고 할 변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또한, 모든 존재가 연관되어 있으므로 나 아닌 것이 없다는 것도요. 그러므로 우주 또한 나와 둘이 아니라는 것도요. 그러나 우주 또한 긴 시간으로 보면 변하니, 고정된 실체의 나는 없다는 것을요. (무아) 그렇다면 나란 존재계 이 자체이며, 존재계 스스로가 창조하고 있으니, 창조성(창조적 에너지 또는 스스로 모든 것을 창조하는 힘)...라고 이해해도 될는지요.
나가 없다(무아)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는 우주의 주인이다 라고도 말씀들 하시는 걸 절에서도 들었는데, 제가 헷갈려서 질문 드렸습니다.
p,s; 어떤 분은 '관조자'라는 표현을 쓰셨던데...그렇다면 이 모든 생각을 지켜보는...또는 생각들을 만드는 (창조하는) 의식을 나라고 하는지요. 제가 의식이란 표현을 쓴 것은...예를 들면,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모두 생각이잖아요. 그러니 생각이 일어나는 바탕이라는 의미로 쓴 것입니다.
* * *
'나'는 누구일까요?
아니, 이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나는 무엇일까요?'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이 육체가 아닙니다.
'나'는 이 육체 안에 갇히는 한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나'는 오고 가는 존재가 아니며, 있다가 없어지는 존재도 아닙니다.
그런데 마음의 오랜 습관과
마음이 일으키는 끊임없는 '자기 동일시'가 우리로 하여금
이 육체가 곧 '나'이며, '나'는 그와 같이 한정된 존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나'는 이 육체가 아니기에,
이 육체 안에서 일어나는 그 어떠한 생각과 감정과 느낌들도 다 '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는 의식(Awareness)도 '나'가 아닙니다.
'나'는 그 무엇도 아니며,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바로 그러하기에 '나'는 또한 그 모든 것이요,
그 어떤 것도 '나' 아님이 없습니다.
거기에는 '존재계'니 '우주'니 '창조'니 하는 그 어떠한 개념도 갖다 붙을 수 없으며,
오직 '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이며,
'나'의 실상(實相)입니다.
그런데 그 '나'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 건강한 사회인 혹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겠지요.
님이여.
또 이렇게도 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두어 해 전에 어떤 사람이 저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승복 빛깔의 개량한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는데, 마음 공부를 많이 하신 듯 말과 몸짓들이 무척 단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차를 마시면서 그 분이 들려주는 이런저런 삶의 방황과 수행의 길들을 오랜 시간 듣고 있는데, 제 가슴 속에는 뭔가 아직 닿지 못한 그 분의 허허로움과 끝나지 않은 갈증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분도 그것을 숨기지 않으면서 이윽고 말씀하시기를,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그 많은 수행과 체험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저 자신[眞我]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 가슴 속에는 아직 평화가 없고, 목마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저 자신을 만나고 또 진실로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된다면 저의 이 오랜 방황도 끝이 나고, 마침내 제 삶 속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 분의 모습에서 아, 이 사람은 참 진실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느끼면서도,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분리감 같은 것을 느껴 제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님께서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는 그 '나'는 무엇입니까?"
"그것은……있다 할 수도 없고 없다 할 수도 없으며, 오는 것도 아니요 가는 것도 아닌, 모든 것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영원불멸의 그 무엇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그만 머리가 먹먹해지면서 아, 이 사람은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에 화가 나서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뇨, 님이 정작 만나야 할 그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저와 이렇게 마주앉아 차를 마시면서 잠시 얘기를 나누는 이 짧은 순간에도 그냥 편안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얘기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저를 의식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미화(美化)하고 멋들어진 말들로 자신을 포장하며, 그런 속에서 자신은 남과는 달리 뭔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어하는, 바로 그런 자신을 만나야 합니다. 다시 말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가식하고 포장하며 긴장해 있는 그런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선생님. 저는 적어도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수년 간 수행도 하며 도도 닦았는데, 적어도 도를 헛닦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 오직 저의 진실된 목마름을 얘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화가 난 어투로,
"좋습니다. 님은 지금 제가 하는 말을 전혀 못알아듣는 것 같으니, 방금 제가 했던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대신에 님에게는 '호흡'을 줄 테니, 앞으로 한 달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잠들기 전에 5∼10분간을 코끝을 들락날락하는 '호흡'을 지켜보십시오. 그리고 매주 대구모임에도 오셔서 도덕경을 들으십시오. 그러면 됩니다. 지금 님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정말이지 매주 대구 도덕경 모임에 나왔고, 저와의 약속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호흡'을 지켜봤답니다. 어쨌든 그 모든 일들이 협력하고 또 그의 갈증이 합하여, 오래지 않아 그는 마침내 자신의 진실과 허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곤 그의 오랜 의문과 갈애(渴愛)로부터 걸어나오게 되지요.
님이여.
우리는 곧잘 우리 자신에게 속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를 잘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자신은 지금 잘 가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님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게 두 가지 경우로 답변을 드려봅니다.
저의 이야기가 님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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