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본문 바로가기

질의응답

'꿍꽝도사'님께 ㅡ 그 힘겨움과 함께 가십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기태 댓글 2건 조회 6,150회 작성일 07-05-29 11:56

본문

힘드네요..
꿍꽝도사 07-05-27 21:26

제겐...약 30년을 기다려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때론 절절한 마음으로, 때론 야속함으로...그런데 기적처럼, 그가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너무 반가워 감히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을 만큼...
그와 만나는 동안 느꼈습니다. 제 마음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시기와 질투...그가 온전히 내 사랑이길..내 소유이길 바라는 욕심과 더불어...그가 이런 제 마음 때문에 많이 힘들어합니다. 저 역시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자책과 후회로 마음속이 지옥입니다.
어찌해야 하나요...
* * *
님이여.
그 힘겨움을 이해합니다.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온 사람인데, 그리곤 기적처럼 그 사람을 만났는데,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퍼주어도 부족할 판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꾸만 그 사람을 소유하려 하고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오직 님의 사람이기만을 바라는 바로 그 마음으로 인해 도리어 모든 것을 힘들게 해버리는……그리고 님의 그 끝없는 자책과 후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그를 힘들게 하는 그 어쩔 수 없는 마음까지도요.
어쩌면 님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 후의 오랜 세월 동안 이런저런 결핍과 박탈 속에서 사랑 받지 못하고 따뜻이 보호받지 못한 채 깊이 상처받으며 많이 외로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랑 받고 싶었고, 그 사랑 속에서 영혼이 깊이 위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운명처럼 기다렸고, 마침내 기적과도 같이 만났는데, 너무 반가워 감히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님의 마음과는 달리 어릴 때 받았던 그 상처와 결핍이 자꾸만 님으로 하여금 사랑과 감사보다는 소유와 집착 쪽으로 내몰았던 것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고 님이 충분히 자기 자신에게 닿아있는 사람이라면 님은 깊이 그 사랑에 감사하며 눈부셔 하며, 사랑이 주는 모든 것을 다만 누릴 뿐 소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님이여.
지금의 님의 모습은 어·쩔·수·없·는·것입니다.
아무리 후회하고 자책하며 오직 그 사람을 사랑하기만 하리라 굳게굳게 다짐해도 님의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그 상처와 결핍은 님의 결심보다 앞서서 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만을 만나지 말고,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에 님 안에서 올라오는 그 어쩔 수 없는 시기와 질투와 한없는 소유에의 욕망도 함께 만나십시오.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한 자가, 그래서 무엇이건 자기것으로 진정으로 소유해본 적이 없는 자가 지금 그런 마음을 낼 수밖에 없음을 깊이깊이 이해하고, 그 마음을 보듬으며, 오히려 그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도 더 따뜻하고 적극적으로 님 안에서 올라오는 그 상처와 결핍들을 만나십시오. 그 마음들은 악마가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이 내지르는 절규이기에, 그것은 정죄하거나 억압할 것이 아니라 더 마음껏 님 안에서 경험되어져야 하고 더 깊이 사랑받아야 하는 무엇입니다.
님이여.
어쩌면 님은 그 사람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묻혀있던 님 안에서의 억압과 상처와 아픔들의 치유와 해방을 기다려온 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만을 만날 것이 아니라, 님 안에서 올라오는 그 상처와도 깊이 만나십시오. 지금의 님의 힘겨움은 그런 님 자신을 만나지 않고 오직 그 사람만을 만나려고 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랑은 먼저 자기 자신을 만나는 데에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만나지 않고 어떻게 남을 온전히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님이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님에게 온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그럼으로써 또한 그 사람도 진정으로 만나
온전한 사랑으로 꽃피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꿍꽝도사님의 댓글

꿍꽝도사 작성일

잠시 생각해 보니 올린 글이 너무 부끄러워 망설이다가 내렸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제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보고 계시는 것 같아 차라리 후련하네요.

어린시절 제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가슴앓이까지 ...

그러나 이젠 그를 질투와 집착이 아닌 진정한 가슴으로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탄님의 댓글

감탄 작성일

선생님은 너무 사람을 울려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요~

Total 1,960건 91 페이지
질의응답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60 솔잎 5343 09-09-18
159 가시리 5341 09-07-30
158 빛나랑 5332 10-04-28
157 종선 5324 09-04-14
156 김기태 5318 21-11-21
155 전광표 5311 09-09-15
154 갈대 5308 08-12-20
153 그대 5304 09-04-18
152 성주 5296 21-05-25
151 소하 5280 08-11-04
150 5275 10-08-13
149 별명 5271 08-01-06
148 길벗 5269 10-04-26
147 슬픔 5269 09-04-09
146 그루터기 5268 09-03-11
145 랑군 5265 09-04-24
144 *_* 5264 11-03-16
143 레드 펜슬 5264 08-01-02
142 종선 5261 09-04-17
141 중요한질문 5260 08-07-25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462
어제
13,495
최대
15,794
전체
3,256,383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