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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죄를 하는 마음 안에는 '모범답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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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255회 작성일 07-06-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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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죄를 하면 할수록 道에서 어긋나는 명확한 이유
죄와벌 07-06-12 08:21
밑의 글은 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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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어느 날 밤 슈로운을 찾아가서 말했다.
"슈로운이여, 나는 그대가 입문하기 전에 왕자라고 들었다. 그리고 시타를 아주 잘 연주하는 훌륭한 음악가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면 내가 한 가지 물어보겠다. 그대가 시타를 연주할 때 줄이 너무 느슨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러자 슈로운이 말했다.
"그러면 소리가 나지 않아서 연주를 할 수 없습니다."
붓다가 또 물었다.
"만약 줄이 너무 팽팽하면 어떻게 되는가?"
슈로운이 말했다.
"그래도 안됩니다. 너무 팽팽하면 줄이 끊어집니다. 줄은 항상 적당하게 조여져야 합니다. 너무 느슨해도 안되고 너무 팽팽해져서도 안됩니다. 오직 시타의 명인만이 줄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만이 훌륭한 음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붓다는 말했다.
"삶도 그와 똑같다.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해서도 안되고 오직 적당해야 한다. 나는 그대를 6개월 동안 유심히 지켜보았다. 삶을 포기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삶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은 오직 삶의 명인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슈로운 그대가 삶의 명인이 되고자 한다면 적당하게 중도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무심이 되어야 한다. 마음이 그 기능을 멈추지 않는 한 항상 극단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극단은 마음이 볼 때 환상적으로 보인다. 중도에서는 마음이 죽는다. 시계추를 보라. 시계추는 항상 양극단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만약 시계추가 중간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오른쪽으로 가려면 일단 왼쪽으로 가서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계속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대의 마음 역시 이와 같다. 그대는 한 가지 일을 하려고 결심한다. 하지만 일이 잘 안되면 어느 순간 그대는 화를 낸다. 그리고는 화를 낸 사실을 후회한다. 그대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이제 이것은 충분하다.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 결단코 말이다."
그러나 이 '결단코'가 바로 극단인 것이다. 그대는 결단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라. 그대는 그와 똑같은 결심을 몇 번이나 했는가? 그대가 '결단코 화를 내지 않겠다'라고 결심하는 것은 다시금 화를 내기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제 그대는 후회를 한다.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되었다. 이제 그대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종교적인 사람도 물론 아니다. 이제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적어도 그대의 눈에는 결코 화를 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단코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 마음이 다시금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이전에 그대가 후회한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대가 결심한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후회하고 다시 결심한다. 하지만 그대는 결코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은 항상 분노에서 후회로, 후회에서 분노로 움직인다. 중도에 머물러 있으라. 화를 내지도, 후회하지도 말라. 그대가 화를 낸다면 그때는 적어도 후회는 하지 말라. 다른 극단으로 가지 말라는 말이다. 그때는 이렇게 말하라.
"나는 화를 내었고, 본래 그런 난폭한 놈이다. 그러니 그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절대로 후회하지는 말라. 다른 극단으로 가지 말라. 중도에 머물러라. 그대가 거기에 머무를 수 있다면 더 이상 추진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시는 화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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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죄를 하면 할수록 道에서 어긋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분명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그런 정죄로부터 벗어나기 쉬울 거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정죄' 또한 개체마음(ego)에서 나오는 '생각'에 불과하기 때문] 일까요? 반면에 '참회'를 통해 거듭나는 부류의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머리로 하는 '참회'는 정죄이고, 저절로 열리는 '참회'만이 도움이 된다고 해석해야 될 듯하네요.
* * *

정죄를 하는 마음 안에는 '모범답안'이 있습니다.
그것은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게 하고 언제나 그것을 판단하고 심판함으로써 생(生)의 에너지들을 소진케 하는 일종의 기준과 잣대 같은 것입니다.
옛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케피소스 강가의 침대와 나그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프로크루테스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는 아테네 교외에 있는 케피소스 강가에 침대를 하나 갖다놓고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거기에 눕힌 다음, 그 사람이 자기 침대보다 키가 크면 잘라 죽이고 작으면 늘여서 죽이는 일을 언제나 되풀이합니다. 그는 아마 대단히 힘이 센 사람이었던 모양인데, 그러나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그 자신도 결국 바로 그 침대에서 테세우스라는 사람에 의해 잘려 죽는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크루테스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인 바, 우리도 우리 자신 안에 '모범답안'이라는 침대를 하나 갖다놓고는 그때그때마다 지나가는 나그네―이것은 곧 매 순간 순간 우리 안을 스쳐 지나가는 감정, 느낌, 생각들을 가리킵니다―를 잡아다가, 혹은 길다고 정죄하며 잘라 죽이고 혹은 짧다고 탄식하며 늘여서 죽이곤 합니다. 그러면서 더욱 더욱 애타게 갈구하는 것은 오직 침대에 딱 맞는 존재가 되어 더 이상 죽일 나그네가 없는 사람이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어느 순간 우리 안에서 '게으름'이나 혹은 '무기력'이라는 나그네가 지나가면 우리는 잠시도 참지를 못하고 대번에 그것을 잡아서는 '성실' 혹은 '열심'이라는 침대에 눕힙니다. 그리곤 탄식하며 울부짖으며 그 나그네를 한없이 늘이려 하는 것으로써 잔인하게 죽여버리지요. 또 '미움'이라는 나그네가 지나갈라치면 이번엔 '사랑'이라는 침대를 들이대어서는 숨 한 번 쉴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대번에 그것을 죽여버립니다. '교만'이라는 나그네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요. '겸손'이라는 침대를 어느새 갖고 와서는 너무나 마땅하고도 당연하다는 듯 그 머리와 다리를 잘라버립니다. 아, 때때로 우리 안을 지나가는 '말더듬'이라는 나그네, '강박'이라는 나그네, '우울'이라는 나그네, '불안'이라는 나그네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요. 그때마다 우리는 시퍼런 칼과 침대를 들고 와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 생명의 싹들을 무참히 잘라버리지 않나요.
그러나 정작 잘못된 것은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니라 바로 그 침대라는 사실을 우리는 까마득히 모릅니다. 아니, 잘못된 정도만이 아니라 오직 그것만이 있지도 않는 허구(虛構)요 미망(迷妄)인데도, 우리는 오히려 그것만이 참되고 진실하여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니, 이 깊은 어리석음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그리하여 그 침대만 걷어 치워버리면 더 이상 나그네를 길다 짧다 하고 판단할 기준과 잣대도 동시에 사라져버려, 삶의 모든 순간이 있는 그대로 긍정되게 됨으로써 정죄와 심판도 영원히 끝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평화가 찾아오고, 마침내 우리 영혼은 자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나그네는 어느 곳에도 머무르지 않기에
어떻게 하려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내어버려 두기만 하면
제 스스로 길을 떠나 간답니다.
다시 말하면,
나그네가 곧 '자유'였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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