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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떠나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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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138회 작성일 08-02-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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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만 이해하게 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ㅜ.ㅜ

호빵 08-02-05 15:50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 몇 달 동안 제가 느끼기에는 조금 힘든 일들로 수심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선생님의 책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말씀을 들어도 저는 현존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와 미래에 제 자신을 투영해서 스스로를 고통짓게 합니다. 일체의 노력을 포기하라는 그것조차도 제게는 버거운 또 하나의 노력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도달하신 것이, 처음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 오히려 여행을 떠나서가 아닌가 합니다. 직접 떠나보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가 바로 그 완전한 자리라는 걸 모르겠지요. 그러니 아무리 말과 글로 설명을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며, 받아들여지지도 않겠지요...저절로 깨달음에 이른 사람도 있겠지만, 저 같은 범부에겐 지금 이 자리의 그 온전함을 체득하기 위해선 떠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전엔 그저 머리로만 이해되고 말로써만 알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는 저도 경험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했으리라 봅니다. 그럼에도 원효대사는 자리를 찾았는데 저는 얄팍한 경험 몇 푼으로 남고 진득하니 체득되지 않은 채 그저 과거를 회상하며 '그래, 일체유심조였어...그랬었지.' 하며 안타깝게도 머리로만 이해하고 마는 걸까요....

어리석은 질문이겠지만 선생님께 묻고 싶은 이 마음 또한 어찌할 수 없네요...^^;

새해에도 청안하시길 바랍니다...

* * *

우리는 이미 떠나 와있습니다.

우리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를 찾는 여행길을 떠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얻거나 성취하기 위해 다시 떠나야 할 곳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오직 ‘지금’ ‘여기’ 뿐입니다.


님은 말씀하십니다. “좋은 말씀을 들어도 저는 현존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와 미래에 제 자신을 투영해서 스스로를 고통짓게 합니다.”라구요.


님이여, ‘현존’이 뭘까요?

지금 님이 느끼는 그 고통과 내면의 부조화와 머리로만 아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언제나 평화롭고 여여하며 분명하기만 한, 그래서 늘 체득만이 있는 그런 상태일까요? 그리하여 어떤 순간에도 당당하고 지혜로우며 늘 자유하여 삶에 아무런 문제도, 힘겨움도 없이 살아가게 되는 상태를 말할까요? ‘현존’은 정녕 그런 것일까요?


또 “직접 떠나보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가 바로 그 완전한 자리라는 걸 모르겠지요.”라고도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완전’이란 어떤 것일까요?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으냐 하면,

님 그대로가 이미 ‘현존’이며, 머리로만 이해함으로 말미암아 겪게 되고 치르게 되는 그 모든 고통과 쓰라림과 부조화와 답답함 등등이 그대로 '완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님은 그러한 모든 완전한 것들 ― 곧, ‘지금’ ― 은 조금도 경험하려 하지 않으면서 대뜸 미래에서 ‘현존’하기를 구하니, 어찌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아닙니다, 님이여.

님의 내면에 평화가 없고 삶의 갈증이 끝나지 않는 것은 ‘지금’을 경험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 때문이지, 결코 님이 현존하지 못해서라거나 혹은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 우리에게는 언제나 그러한 전도몽상(顚倒夢想)이 눈앞을 가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지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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