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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존재하기와 ‘느끼기’

작성일 08-07-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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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조회 6,71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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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갑습니다.

쿠지 08-07-09 13:20


안녕하십니까..'곽동기씨'의 글을 우연히 접하고 김기태 선생님을 알게 되어 홈페이지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래 분과 같이 마음의 병(대인공포, 우울, 강박 등)을 앓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니.. 우울도 그 '우울한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마음을 거부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하셨는데요..이제까지는 우울함이 느껴질 때 그 우울함에 의식을 집중했었습니다. 그렇게 집중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 우울함을 마음에서 온 힘을 다해 밀어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울함이 떠나지 못해 점점 더 우울해지고..

선생님의 글을 읽고 그 우울함이 느껴질 때 그렇게 집중하고 밀어내는 대신..그 우울함을.. 마음의 덩어리로 느껴지는.. 혹은 퍼져있는 그 우울함을..하나하나 다 세세히 느끼려고 노력하니..그 아픔을 세세히 느끼려고 노력하니..마음이 우울해지고 좀 고통스럽다가 그 감정이 이내 다 사라져 버림을 느꼈습니다. 우울하고 답답해질 때 마음을 자각하고 그 감정을 마음으로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 그런데 어제는 괜찮았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속이 메스껍고.. 좀 이상해지네요..;; 자꾸 마음이 뭔가에 억눌리는 느낌이랄까..

1. 제가 뭔가 잘못 하고 있는 거죠? 자신에 대한 사랑(공감, 이해)가 빠진 노력들은 아무도움이 안되는 거죠? 그리고.. 감정은 '표현'해야 하는 것이지요..화나면 화내야 하고..우울하면 울어야 하고..불안하면 불안에 떨어야 하고..기쁘면 웃어야 하고..그런데 눈물이 나지 않을 만큼의 우울함은..그리고.. 답답함?? 은..그것도 그냥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요..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말이라도 해서 그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약간 우울하다 싶으면..우울함을 마음으로 느끼고.. '아 우울하네..' 라고 표현한다든지..무슨 일로 답답하다면..그 답답함을 그대로 느끼고.. '아 답답하다~!'는 식으로 해야 하는지..안그럼.. 그런 답답함마저 그냥 표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아님.. 그냥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마음만 있으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건지 궁금하네요..

2.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느끼는 숱한 우울, 불안 등이 과거의 가정에서의 부정적인 경험, 제가 가진 부정적인 자아상,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부정적인 경험 등에서 옵니다..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산다고 해야 할까요..

3. 그런 경험들로부터 오는 우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느껴주기만 하면.. 그런 마음의 상처들이 다 치유된다는 말씀인가요..? 참, 그리고 아직도 대구에서 도덕경 강의를 하시는지 궁금하네요..한번 들어보고 싶어서요. 그럼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글을 읽어보시고, 그에 따라 자신을 ‘실험’하는 가운데 이렇게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연(自然)의 모든 것은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공기는 생명 가진 모든 것들에게 호흡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태양은 그것들을 살리기 위해서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비는 살아있는 것들의 마른 목을 축여주기 위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고, 밤은 그것들에게 휴식을 주고 깊은 잠을 재우기 위해서 어두운 것이 아니며, 바다는 물 속에 사는 생명들을 품기 위해 깊은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들은 다만 '그냥' 존재하고 흐르며 충만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풍성하게 온갖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이지요.


님이 우울할 때 그 ‘우울함’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밀어내려 하는 대신 세세히 느껴보려고 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이킨 것은 참 잘 하신 일입니다. 어쩌면 그 ‘돌이킴’이 영원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이때, 어떤 의도나 목적, 혹은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님이 말씀하셨듯 “우울하고 답답해질 때 마음을 자각하고 그 감정을 마음으로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로부터 오는 우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느껴주기만 하면..그런 마음의 상처들이 다 치유된다는 말씀인가요?”라고 하시면서, '치유'를 바라거나 그와 같은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도 함께 갖고 계신데, 그러나 그런 마음은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自然)이 그냥 존재함으로써 모든 것을 풍성히 살릴 수 있었듯이, 그러한 '기대'나 '의도'를 님의 마음에서 뺄 수 있을 때, 님 또한 진정으로 배우며 살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와 ‘(의도를 가진) 느끼기’와의 차이입니다.

의도나 목적을 갖게 되면 진정한 배움이란 있을 수 없으며, 생명 길 또한 틀어막히게 된답니다.

1. 그리고 그런 마음일 수 있다면, 그것을 바깥으로 ‘표현’하고 안 하고는 그때그때마다 님의 마음에 와닿는 대로 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깨어있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또 님은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느끼는 숱한 우울, 불안 등이 과거의 가정에서의 부정적인 경험, 제가 가진 부정적인 자아상,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부정적인 경험 등에서 옵니다..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산다고 해야 할까요...”라고 하셨지만, 아뇨, 님은 ‘과거’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계십니다. 비록 과거의 경험에 의해 마음이 틀 지워지고 왜곡되긴 했지만, 그 행동 양식은 분명 <지금>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지금> 나타나는 그 초라하고 뒤틀린 자신의 마음의 온갖 양상들을 밀어내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껴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허용해 준다면, 그래서 그것과 하나가 된다면, 그 상처 투성이의 마음들이 결국 님을 자유케 해주는 선물이요 축복이요 씨앗이 될 것입니다.


3. 대구에서는 여전히 매주 월요일(계명대학교 한학촌, 저녁 8시)과 목요일(연암찻집, 저녁 7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제건 시간이 되실 때 편안히 한 번 오세요.


님도 이 무더운 여름 날씨에 언제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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