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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결국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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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067회 작성일 09-02-0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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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극복하지 못했네요.

sue 09-02-03 13:09


앞에서 상담을 했던 9년차 교사인 사람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새겨들었지만, 저는 결국 지금의 나로 살지 못하고 올해에 휴직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내년에 복직할 시기가 왔을 때 정말 복직하기 싫어질 것 같아 지금도 두렵습니다.

선생님, 저는 교사로 있는 지금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교사로 있지 않는다면 행복할 것이라 말할 수도 없지만, 지금 저는 그렇습니다. 놓지도 못하고 잡지도 못하는 지금, 저는 너무 힘이 듭니다.

* * *


아뇨, 님은 결국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양의 삶을 선택하신 것이지요.

님은 이번 선택을 통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양으로 자기 자신과 삶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며 배워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신 것이구요. 삶을 살아가면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정말이지 흔치 않은 축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눈을 바깥으로 돌리면 성공이냐 실패냐, 극복이냐 좌절이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다가오겠지만, 조금 다른 각도로 삶을 바라보면, 그 양편 모두는 다만 보다 풍성히 삶과 ‘나’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일 뿐이며, 그 속에서 보다 깊이 ‘나’를 만나고 ‘나’를 경험하며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고맙고 감사한 순간들일 수 있습니다.


만약 삶을 바라보는 눈이 이럴진대, 거기 어디에 실패가 있으며 좌절이 있습니까. 다만 끊임없는 배움과 성장이 있을 뿐이지요.


9년 동안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잠시 뒤로 하고 이제 휴식을 택하셨으니, 편안히 쉬십시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잘 하셨습니다. 삶에는 때로 그러한 결단과 휴식도 필요한 것입니다. 1년 후에 복직할 시기가 왔을 때 정말 복직하기 싫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그때 가서 하기로 하고, 그 힘겨웠던 세월들을 견뎌온 자신의 대견함을 스스로 격려하며 우선 편안히 쉬십시오.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는 시각으로 지금의 자신을 볼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배움의 장을 펼쳐놓은 자신의 숨은 지혜 앞에 감사하며, 지금의 휴식을 누리십시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 님 앞에는 님 자신을 향한 새로운 삶의 길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제 그 길을 함께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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