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본문 바로가기

질의응답

분별(分別)이 곧 도(道)입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833회 작성일 06-05-28 13:28

본문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오랜 세월 안심입명(安心立命) ― 불교에서, 믿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어 하찮은 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이르는 말 ― 과 깨달음을 추구해 오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을 살펴 스스로 마음을 닦고 때때로의 수행(修行)도 하면서, 구도자(求道者)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애를 써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가벼운 산행을 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자꾸만 잡생각이 일어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산만한 잡생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를 쓰면서, 그 한 방편으로 때로는 호흡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걸어가는 자신의 발만을 바라보면서 산을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보면 또 다시 이런저런 잡생각에 사로잡혀 이미 한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참 힘들었다는 겁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잠시도 마음을 모으지 못할까? 이렇게 잡생각에 끄달리면서 어떻게 도(道)를 구할까……?'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 잡생각이 바로 도(道)입니다. 잡생각이 문제가 아니라, '잡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는 바로 그 한 생각이 한갓 '잡생각'에도 자유롭지 못하고 걸려 넘어지게 하는 등의 온갖 번뇌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한 생각만 내려지면 온갖 잡생각이 끊임없이 몰려오지만 그 어디에도 물들지 않아, 그것들이 오고 감에 영원히 자유로운 진정한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분이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데, 언제나 그 분의 가슴 속에는 '마음공부'라는 것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갈 때에도 늘 홀로 창가에 앉아 명상에 잠기거나 호흡에 집중하기를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다른 곳에도 빈 자리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이 굳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더랍니다. 그래서 얼마나 마음이 불편해져 버렸는지! 이건 도무지 그 사람이 신경 쓰여서 명상은커녕 호흡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금방 자리를 옮겨버리면 그 사람이 또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불편해 할까봐 한동안 그렇게 더 앉아 있다가, 도저히 답답하고 못견뎌서 그만 멀찍이 빈 자리가 많은 곳으로 옮겨갔답니다. 그래서 이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잘 됐다 싶어 곧 호흡에 마음을 모으려는데, 이번엔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이 몰려오더랍니다. 즉, '아, 한낱 지나가는 행인(行人)이 잠시 내 옆자리에 앉은 것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이렇게 자리를 옮겨오고 말았구나! 이러고서야 어떻게 어떤 경계에도 물들지 않는 안심입명의 자리에 들꼬……?'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마음이 불편해 다른 자리로 옮겨온 거기까지도 도(道)입니다. 그냥 마음이 좀 불편해 옮겨온 것뿐이지요. 단지 그뿐입니다. 그런데 한 생각이 또 일어나 온갖 분별을 일으키지요. 그래서 옮겨오고도 불편하고, 옮겨오지 않아도 불편하며, 또 다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여전히 마음이 쉬지를 못하는, 그리하여 그 어디에서도 '안심(安心)'하지 못하는……. 그런데 그 한 생각이 내려지면 옮겨오지 않아도 편안하고, 옮겨와도 ― 이는 곧 '분별' 이후의 모습입니다 ― 편안하며, 다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여전히 편안할 뿐인 진정한 안심입명(安心立命)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분별(分別)하며 삽니다. 분별한다는 건 곧 살아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분별이 곧 도(道)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분별하지 않는 것이 도(道)'라고 생각하고는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분별에 매번 스스로 걸려 넘어지거나, 분별하는 자신을 정죄하거나, 분별 없기만을 바라지요. 아닙니다. '분별'이 문제가 아니라, '분별을 분별하는 바로 그 마음'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그 한 생각만 내려지면 온갖 분별에도 물들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自由人)이 되는 것입니다.
'기(氣)'라는 것도 다만 '나[眞我]'의 또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 * *
안녕하세요^^꾸벅
헬로우 06-05-26 16:16

김기태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기 싸이트를 우연히 알게 되어서 많은 가르침 얻고 있는 청년입니다. 근데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 승찬스님께서 한 말씀처럼 간택하지 말아라, 그 한마음 분별하지 말아라, 그럼 도 깨달음 진리라는 것과는 멀리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느낌, 그리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지금 여기서 있는 그대로 생각한다고 한다면 그 생각에 빠져서 분별하고 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그때 생각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두 잘 몰겠고, 감정이나 느낌은 뭐 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생각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게...받아들인다는 거 자체가 간택할 수밖에 없고, 분별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구요...그러면 '우리가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 이런 말두 분별심인가요^^
그리고요 선생님^^옛날에 들은 것 중에 모든 것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것두 우리 인간의 마음이 만든 분별심인지 알고 싶고요^^ 옛날에 기공을 제가 약간 배웠는데 '氣'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요.
두서없는 글이었는데 좋은 답변 바라고, 선생님 건강하시고요 정말 훌륭하신 것 같아요. 그럼 꾸벅~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960건 96 페이지
질의응답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0 김기태 8291 06-05-28
59 달그림자 7509 06-05-27
58 김기태 8796 06-05-28
57 anan 7973 06-05-27
56 헬로우 9282 06-05-26
열람중 김기태 8834 06-05-28
54 김삿갓 8614 06-05-26
53 김기태 8198 06-05-26
52 김삿갓 7594 06-05-24
51 크로스 7706 06-05-22
50 김기태 8778 06-05-24
49 고문길 8084 06-05-18
48 움직이는 8280 06-05-16
47 김기태 8486 06-05-17
46 물소리 8177 06-05-16
45 김기태 8787 06-05-17
44 껍대기 8430 06-05-13
43 껍대기 7655 06-05-09
42 김기태 8437 06-05-12
41 나마스테 7639 06-05-09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2,966
어제
13,850
최대
18,354
전체
5,904,727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