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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문에 대한 답(答)은 '나'를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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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857회 작성일 06-06-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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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선생님.
그 날 잘 올라가셨는지요?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 어느 날엔가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데,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제 딸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난데없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는 죽으면 천국 갈 것 같애, 지옥 갈 것 같애?"
아마 제 엄마 손을 잡고 늘 교회에 다니다 보니 그런 말을 자주 들었을 터이고, 그날 따라 문득 그 말이 생각나면서 아마 제가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응? 글쎄……그런데 아빠는 벌써 천국에 와있는 걸?"
그러자 녀석은 얼굴을 반쯤 돌리면서 놀리듯 입을 삐죽거리며,
"에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겁니다.
어느 날 아침엔가는 또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아빠는 왜 밥 먹을 때 기도 안 해?"
"으응?"
그날 따라 유난히도 배가 고파 밥상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데,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며 딸아이가 문득 그렇게 묻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아빠가 생각하는 기도는 말이야, 눈을 감고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 입 속으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것만이 '기도'가 아니거든? 아침밥이 나왔을 때 맛있게 먹는 것이 바로 기도요, 숨쉬는 것도 기도야. (이 대목에서 녀석은 벌써 입을 삐죽거리며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저를 흘겨보고 있었습니다.) 또 말해 볼까? 길을 걸어가는 것도 기도요, 하루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기도이며, 어떤 생각에 잠기는 것도 기도야. 뿐만 아니라 잠이 올 때 곤히 잠을 자는 것도 기도이며……그와 같이 아빠에겐 삶의 모든 것과 모든 순간이 곧 기도야. 그래서 아빤 오히려 기도하지 않는 순간이 없는 걸?"
그러나 녀석은 어느새 제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시간적인 개념도 아니고, 공간적인 개념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만 우리들의 '마음' 안에 있습니다.
저는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천국'과 '지옥'이란
나 자신을 만나지 못했을 때 그것이 바로 지옥이었으며,
나 자신을 만나고 나니 아! 그보다 더한 천국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여기가 바로 지옥이며
또한 지금 여기가 바로 천국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나 자신을 만나고 났을 때 나는 없었으며,
없는 그것이 바로 나요 또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없으니, 그 무엇으로도 나를 한계지을 수가 없고
또한 그러면서도 분명히 하나의 개체로서 지금 여기에 살아있으니
생(生)이 주는 그 모든 감사한 것들과 한계들을 낱낱이 경험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자유함과 평화를 누리게도 되니
아, 삶은 이대로가 기적이요 신비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만약 님의 마음이 오직 '지금' '여기'에 있게 된다면
'지금'이 곧 '영원'이요,
'여기'가 곧 모든 곳인 바
'시간'과 '공간'이 전제된 그와 같은 이분법적(二分法的)인 질문은 떠오르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실재(實在)는 그렇게 둘로 나누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 님이여. 그와 같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答)은 '내' 안에 있어
'나'를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아니, '내'가 곧 답입니다.
* * *
삶과 죽음
고선생 06-06-07 09:37

5월23일 대구모임에서 선생님의 성의 있는 인간적 강의가 생생합니다. 서울모임이 기다려집니다.
구도의 길을 걸어왔고 진리를 깨우친 분으로서 우리의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천당과 지옥, 연옥이란 걸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김기태 선생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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