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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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064회 작성일 08-05-10 09:43본문
제게도 고민이...
은파 08-05-06 08:57
안녕하세요, 선생님..저도 고민이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때까지 한 번도 마음을 펴고 산 적이 없었습니다. 매번 다른 고민, 다른 생각으로 한없이 제 자신을 짓누르고 힘들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대했지만 내 자신에게는 그렇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 너무 힘듭니다..과거일에 너무 빠져 살고 있어요. 그것도 제가 하지도 않은 일들을 제 자신이 했었을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그리고 분명 제가 꾸며낸 상상인데, 그게 정말로 있었던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제 자신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누구나 과거는 있고, 그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될 텐데, 그 과거 때문에 내 미래는 걱정과 불확실 속에서 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제 주위 사람들이 많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런지 우울증도 너무 심했고...동생도 저를 보면서 "언니는 너무 언니 자신을 힘들게 할려고 해"라고 했습니다. 그게 정말 맞습니다.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니지만 내 자신에게만은 정말로 관대하지 못했었습니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다시 저렇게 될 수만 있다면..' '다시 태어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왜 저한테만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요? 저도 정말 행복해지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고, 너무나 하고 싶은 건 이 세상에 많은데, 왜 이런 걱정들이 나를 붙잡고 있는 걸까요? 선생님..정말 너무 힘듭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인제는 그게 말도 안 되는 걱정인지, 정말 내가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할 걱정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인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도 분별을 못하겠습니다....저는 인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입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구름이 하늘을 더럽힐 수 없듯, 호수에 비친 어떤 그림자도 호수를 물들일 수 없듯,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생각도 그냥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구름이나 그림자와도 같은 것일 뿐 결코 우리에게 ‘상처’를 줄 수 없는,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생각과의 분리’가 오지 않으면, 그 생각 하나하나가 마치 자기 자신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어, 엄청난 무게로 그 생각 하나하나 마다마다에 끄달리게 되는 것이지요.
오래 전에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모임에 오셨습니다. 그 분은 몇 번 강의를 듣더니, 어느 날 문득 ‘꿈’에 대해서 물으셨습니다.
“선생님, 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신은 꿈을 자주 꾸게 되는데, 그것이 너무나 현실에서 자주 맞아떨어진는다는 겁니다. 무언가 불길한 꿈을 꾸고 나면 그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현실에서 이루어져, 처음에는 참 신기하기도 하고 또 남들에게 미리 조심하라고 얘기해 줄 수도 있어서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점점 걱정과 염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게 되었답니다. 왜냐하면, 꿈이 자주 현실과 맞아떨어지다보니 자꾸만 꿈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만 꿈에 사로잡히게 되어, 나중에는 현실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되어버렸답니다. 그래서 이젠 잠을 잔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려운 일이 되어 온통 그 걱정만 하며 산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꿈은 단지 꿈일 뿐입니다. 비록 꿈 가운데에는 현실에 꼭 맞아떨어지는 것 같이 해몽이 되는 꿈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 또한 ‘잠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의 몫입니다. 다시 말하면, 꿈은 그냥 꿈일 뿐인 것을 거기에다가 온갖 의미와 가치와 무게를 부여하면서 끊임없이 꿈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것은 잠에서 깨고 난 뒤의 사람이 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즉 ‘꿈의 무게’라는 것도 사실은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스스로가 지게 되는 허구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래서 잠에서 깨고 난 뒤에 꿈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그 짓을 그만두게 되면, 마치 하늘이 구름을 부여잡지 않듯, 호수가 그림자에게 무심하듯, 꿈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마음으로부터 끊어지게 되어 마침내 꿈으로부터 자유하게 되지요...”
꿈은 그냥 꿈일 뿐이라는 저의 이야기가 그날 그 아주머니에게는 희한하게도 귀로 들리지가 않고 가슴으로 들렸던 모양입니다. 그 다음 주 모임 때 그 분을 다시 만났을 때 그 분은 환한 얼굴로 제게 다가와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선생님, 희한하게도 그날 이후로 저는 꿈을 꾸지 않아요! 꿈이 제게서 사라졌어요! 그래서 얼마나 편안히 푹 자게 되었는지 몰라요....고맙습니다.”
님이여.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도 그냥 생각일 뿐입니다.
아, 이 말의 참뜻이 그대로 님의 가슴 속에 꽂혔으면ㅡ!
그리하여, 님 안에서 ‘생각과의 분리’가 일어나 우선 염려하고 걱정하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고, 그럼으로써 수많은 생각과 염려 속에서도 거기에 함몰되지 않는 삶의 자유와 어떤 힘 같은 것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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