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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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552회 작성일 06-08-04 19:22본문
안녕하세요?
도표까지 그려가면서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두 시간이 넘게 작성한 답변이 "작성자의 이름은 기입해야 합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다 날아가 버려 다시 작성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은 그 어떤 무엇과도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깨달음'은 결코 어떤 원인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며, 또한 '시간'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님은 제게 "분명 '지금 여기'를 말하고 있는 경전들은 김기태 선생님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만약 그런 경전들이 없었다면 선생님은 지금도 내달리고 계셨을까요?"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서의 질문에서는 "여러 경전에서 '지금 여기'라고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기태 선생님께서도 지금 여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까?"라고도 물으셨네요.
그런데 제가 눈을 뜰 당시엔 그 모든 것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크리슈나무르티나 라마나 마하리쉬 등의 책들을 많이 읽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나 '있는 그대로'라는 말들을 익히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정작 그 말이 무슨 뜻인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가슴을 설레며 읽고 또 읽었던 크리슈나무르티의 다음의 말이 생각납니다.
"'있는 그대로의 것' 속에 진리랄까 자유랄까 깨달음이랄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 있는 그대로의 것......알 듯 모를 듯하고,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바로 그 말! 그러나 결국 알 수 없는......그래서 급기야 저는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따로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앉으나 서나 그것을 생각하며 그것을 추구하고 또 얻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것을 얻기만 하면 생(生)의 모든 갈증이 끝이 나고 영원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아, 이 얼마나 아이러니합니까! 이미 '있는 그대로' 살고 있는 자가 또 다시 '있는 그대로'를 얻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것이요!
"'있는 그대로의 것' 속에 진리랄까 자유랄까 깨달음이랄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 있는 그대로의 것......알 듯 모를 듯하고,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바로 그 말! 그러나 결국 알 수 없는......그래서 급기야 저는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따로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앉으나 서나 그것을 생각하며 그것을 추구하고 또 얻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것을 얻기만 하면 생(生)의 모든 갈증이 끝이 나고 영원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아, 이 얼마나 아이러니합니까! 이미 '있는 그대로' 살고 있는 자가 또 다시 '있는 그대로'를 얻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것이요!
다시 말하면, 경전이 있건 없건 저의 '내달림'은 계속 되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 혹은 사고(思考) 자체가 이미 이분법적이어서, 아무리 많은 경전과 책을 통하여 '지금 여기'와 '있는 그대로'를 읽고 또 읽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라는 말의 '진의(眞義)'를 깨닫게 하여 '지금 여기'에서의 '불이(不二)'에 존재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고로는 결코 사고 너머의 것을 알 수가 없거든요? 그렇기에 이미 오래 전부터 옛 선사(禪師)들은 한결같이 "책을 버려라."라고 말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달렸습니다. 오직 '저기[彼岸]'에 가 닿고 싶은 열망과 '내달림'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 앞에서는 '지금 여기'니 '있는 그대로'니 하는, '읽고 듣고 배운 것들'은 제게 조금도 기억되거나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저 바람에 나는 겨와 같았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전혀 뜻하지 않게, 저의 '내달림'은 멈춰졌습니다. 그리곤 문득 모든 것이 고요해졌고 ― 좀 멍청해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 그 '고요' 속에서 새록새록 설명할 길 없는 '평화'가 저를 가득 채워왔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존재는 비로소 안온(安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저는 '본래부터' 그러했음을 또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것의 비약(飛躍)'이 제게 왔던 것이지요.
그렇게 저는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오고 나니까, '돌아왔다'도 없고, 오히려 단 한 순간도 '지금 여기'를 떠난 적이 없음을 알게도 되었습니다. 참 싱겁지요?
님의 그 열정과 진지함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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