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님의 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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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049회 작성일 08-06-22 23:56본문
후.. 화 속에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영혼의 곰 08-06-19 23:54
안녕하세요, 선생님. 푸른 오월... 선생님 책을 만난 건..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한 달 넘게...있는 그대로 보며, 있는 그대로 들으며, 있는 그대로 느끼며, 그저 그냥 있는 그대로 살려고 노력했고 또한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그리고 작지만 큰 변화도 있었습니다..지병으로 지니고 있던 습관성 짜증과 벌컥증도 거의 사라지고...그냥 이유없이 기분 좋고 행복하고, 심지어는 골목에서 개똥을 밟아도 감사했습니다...밟을 발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누가 제게 화를 내어 그때문에 제가 화가 나더라도 그냥 이유없이 행복을 느꼈습니다...^^ 근데....딱 한 사람 때문에 나는 화는 어떻게 감당이 안 됩니다...바로 제 어머니입니다...이 글을 읽으시면서 이런 호로자식이 있나 그러실 수도 있겠지만..끝까지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이 힘들고 모든 일이 안되는 것이 바로 아들인 저의 탓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하십니다...물론 노상 그러시는 건 아니지만...기분이 좀 안 좋으시거나...저와 의견 충돌이 있을 시 무조건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래!!" 하시며 육두문자를 적절히 곁들여 주십니다...후...정말 그럴 때면.....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습니다..실제 끈을 놓고 대든 적이 몇 번 있습니다...어머니 말씀을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죠...그럼....이런 반응이 옵니다.."어디서 말대꾸야!! 그 애비에 그 새끼라더니, 서방 복이 없으면 자식 복도 없다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 화를 못 이기시고 망막에 출혈이 생기거나 두통 때문에 움직이시질 못합니다...그러시는 게 더 속상해서 그냥 참고 10년을 넘게 지내다 보니 오히려 화가 저를 잠식하더군요...그래서 20십대에 습관성 짜증과 벌컥증(일명 화병)을 지병으로 얻었습니다....못 믿으시겠지만..이 지병으로 모 의료원에서 운영하는 화병클리닉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선생님 책을 만났고, 화 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그런데...어머니께서 제게 내시는 화는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 속에 그냥 있어도...그 화 속에 있어 보아도, 그런 나를 인정해보아도, 정신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온 몸 세포 하나하나가 폭발하려고 합니다...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그 모든 것이 나의 탓이라고 인정을 해도..몸이 인정하지 않습니다...어떻게 해야 할까요...그 화를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선생님. 화내는 나 자신을 인정해?.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도와주세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머니께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것은 결.코.님.의.탓.이.아.닙.니.다. 그리고 정확히, 어머니의 화는 님을 향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어머니 자신을 향한 끝없는 탄식과 한숨과 절규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어머니 안에도 켜켜이 쌓인 분노와 좌절감과 슬픔과, 그 모든 것이 뒤범벅이 된 억울함 같은 것이 가득하다 보니, 그것이 그냥, 어쩔 수 없이, 때때로 님에게로 터져 나오는 것일 뿐입니다.
상처의 대물림....
어머니의 가슴 속에 있는 그 한없는 상처가 그대로 님에게로 흘러 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느 누구의 탓도,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가슴 아픈 일들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것이지요.
(아, 이것을 님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어머니의 분노를 허용해 주십시오, 더 깊은 마음으로부터, 더 마음껏!
그것은 님의 탓도 아니요, 님의 몫도 아닙니다.
오직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풀어져 나와야 할 어머니의 몫이요, 어머니의 상처입니다.
이 모든 것을 깊이 이해했을 때, 이제 님은 님 자신의 몫에만 온전히 주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머니와 맞서지 않으면서도 (아니, 오히려 맞서지 않기에 더욱)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섬세히 만나며
‘나’ 또한 온전히 허용해 줄 수 있는 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듯, 님에게
어머니와의 깊은 분리로부터 비롯된 한 지혜가 생겨나
님이 살고, 어머니가 함께 살아나는 감사한 순간을 맞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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