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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공포'를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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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106회 작성일 06-10-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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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중학교 1학년 발랄한 여학생 때 갑자기 찾아온 '시선공포' 때문에 그 이후의 모든 삶이 무한히 힘들어져버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그는 여느 때처럼 그저 까르르거리며 웃고 떠들며 친구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아, 친구랑 얘기하면서 서로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게 어쩐지 좀 어색하다……'라는 생각이 선명히 뇌리를 스쳐, 그만 눈을 아래로 내렸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후부터는 어느 누구를 만나더라도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는 점점 강화되어 나중엔 대인기피와 대인공포로까지 발전하게 되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오랜 세월을 살았답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떤 청년한테서 제게 전화가 왔는데, 급히 좀 만나고 싶다는 겁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저를 알았는데, 자신의 고민을 좀 상담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시내 찻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한 시간에 나갔는데, 참 건실하게 생긴 청년 한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삶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그 순간을 얘기해 주는데, 아,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땐가 어느 쉬는 시간에 우연히 뒷자리에 앉은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답니다.
"야, 저 녀석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데이……."
그날 이후 이 청년은 누군가가 자신의 뒤에 있기만 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행여나 남에게 들킬까봐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으며, 그것이 나중에는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차단해버려 무한히 힘든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그와 아주 가까이 마주앉은 그 몇 시간 동안 그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밖에도 참으로 많은 유사한 경우를 저는 만났습니다만, 그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 더욱 저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즉, 그들은 무한히 착하다는 것입니다. 마음도 한없이 여려 남에게는 눈곱만큼의 피해도 주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어색할 때 남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색해 하거나 힘들어 할까봐 이리저리 마음쓰며 피해 다니거나 도리어 괴로워하고, 또한 아예 그런 순간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쓰며 혼자만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고…….
아, 님이여.
님의 '시선공포'를 좀 사랑해 주면 안되나요. 남과 만났을 때 시선을 어디다 둘 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을 좀 용납하고 용서하며 따뜻이 대해주면 안되나요. 지금의 님의 마음상태로서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이해하고 좀 받아들여 주면 안되나요. 시선처리를 언제나 어색하지 않게 잘 해야 하나요. 그냥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좀 사랑해주면 안되나요.
언제나 그렇게 자신을 정죄(定罪)하며 심판하며 한없이 몰아붙여야만 하나요.
아닙니다, 님이여.
먼저 자신의 그 부족과 결핍을 사랑해 주십시오. 지금의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먼저 용납하고 용서하며 따뜻이 보듬어주십시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먼저 받아들여 주십시오. 정녕 사랑받아야 하는 것은 <시선처리를 잘 하는> 님이 아니라, <시선을 어디다 둘 지 몰라하는> 지금의 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님이 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해 줄 때, 시선은 저절로 제 있을 곳을 향할 것입니다. 진실로....
고맙습니다.
님에게 '평화'가 임하기를!
* * *
이런 경우...저만 그런 걸까요?
질문 06-10-11 18:55

선생님! 안녕하세요..혼자 고민하다 도저히 답이 안나와서..한 가지 생각에 계속 집착하게 될 때, 첨엔 그냥 대인공포증이라는 고정된 생각으로 생활하던 중 직장 선배분과 눈이 마주치니 못보겠더라구요...사실 누구나 그런 면이 조금씩 있는데, 그 당시 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그러니 고치려는 어리석은? 생각에 몰두하다(고칠 것이 아니고 자연스런 감정, 맘이 눈으로 표현되어진 거뿐이잖아요..) 시선처리 어케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이제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싶은데 떨어지질 않고 더 생각나고....생각하면 생각과 함께 의식이 되고...이럴 땐 생각을 안할 순 없을까요? 아님 생각이 나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폐인되겠어요ㅠ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할지..그 문젤 넘 크게 생각하고...칭구랑 야그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싶어도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싶고...자존심 상하궁...답답한 맘에 이렇게 그냥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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