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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자유케 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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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128회 작성일 08-07-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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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루트 08-07-09 11:08


안녕하세요, 선생님. 힘들 때마다 이곳으로 와서 선생님께 하소연을 늘어놓고도, 그런 모습이 제 문제를 바로 보지 않고 피하는 제 모습이 아닌가 싶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힘이 들더라도 어떻게든 혼자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완전히 괜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몇 번이나 글을 남겼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의 글을 읽고 다 나아 괜찮아져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남기고자 했었는데, 몇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한 모습으로 다시 글을 남기게 되어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왜 제 머리 속에서, 제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생각들이 저 자신을 이토록 아프고 힘들게 할까요? 어떻게 마음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 게 저 자신을 위해서 좋은 건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저 자신을 초라한 인간으로 만들어 자책하고 아파하고 벼랑 끝까지 내몰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다 끝난 일에 매여서 아까운 시간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 답답합니다. 정말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 제게 화가 납니다. 그런데도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저를 보면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싶어, 사는 게 싫어지기도 합니다. 머리로는 여러 가지로 잘된 일이다 생각하면서도 제 마음은 어느 한 가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용서'란 말은 어쩌면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을 달리 표현할 적합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네요. 누군가를 용서하고 안하고는 하늘의 몫이겠지요?

왜 제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저를 이토록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지 너무 답답합니다. 노래 중에 '내가 아파했던 것만큼 네게 아픔을 줄 수는 없어. 다만 너의 자유로움만큼 나도 자유로웠으면 해'란 가사가 있더군요. 저두 정말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각오를 붙잡고 있다 잠시 마음을 놓아두면 또 다시 그 아픔에 잠수하고 있는 저 자신을 느낍니다. 이제 그만 이 상황을 끝내고 다른 기운으로 살고 싶습니다. 잠들고 깰 때 제발 다른 생각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잊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벌여놓고도 새로운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제 가슴 속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아픔에 여전히 휘둘리고 있는 저를 어쩌면 좋을까요? 제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제게 힘이 되는, 저를 살려줄 수 있는 생각들이었음 좋겠습니다.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시면서까지, 다 나아 괜찮아져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남기고 싶어하신 님의 마음에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힘들 때 이곳으로 오셔서 하소연을 하는 것은 님의 ‘문제’로부터 피하려는 몸짓이 아니라 낫고자 하는 애틋함이니, 맘껏 오셔서 편안히 말씀해 주세요. 진정 님의 아픔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도 오랜 세월 동안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아픔과 목마름 때문에, 한없는 저의 초라함 때문에 못견뎌하며, 영원한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 마음에 깊은 안식이 찾아왔을 때, 다시 말해 존재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아! <진실>은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저는 한없는 저의 초라함이 싫어 어떻게든 그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뜻밖에도 초라함은 마음의 평화와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며, 깨닫고 나면 무언가 가득 차고 충만하며 위대한 존재가 될 줄 알았는데, 그냥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되는 것뿐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제가 그토록 꿈꾸어 왔던 ‘그 자리’는 저의 생각과 기대와 노력의 끝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의 생각과 기대와 노력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롯이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곤 인연이 닿는 대로 사람들에게 그 <진실>을 얘기해 주면서 이런저런 경전(經典)들을 읽어보니, 그 속에서도 제가 알았던 것과 똑같은 것들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공자님의 말씀을 담아놓은 논어(論語)에서는 ‘天理人欲之間每相反(하늘의 이치와 사람이 하고자 하는 바 사이는 매번 서로 반대된다)’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제가 늘 강의하는 도덕경(道德經)에서는 ‘玄德, 深矣, 遠矣, 與物反矣(현묘한 덕은 깊고도 아득하여, 세상의 이치와는 반대되는 것 같다)’라고도 하고, ‘正言若反(바른 말은 마치 반대인 듯하다)’라고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예수님은 유명한 산상수훈(山上垂訓)에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태복음 7:13~14)’라고 말씀하고 있으며, 석가모니 또한 금강경에서 ‘如來者, 卽諸法如義(여래라는 것은, 곧 부처라는 것은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라는 뜻이니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냐 하면, 지금 님이 하고 계신 생각과 행동을 반대로 한 번 해보자는 것입니다. 님은 “왜 제 머리 속에서, 제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생각들이 저 자신을 이토록 아프고 힘들게 할까요?”라고 하시면서 “어떻게 마음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 게 저 자신을 위해서 좋은 건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저 자신을 초라한 인간으로 만들어 자책하고 아파하고 벼랑 끝까지 내몰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요?”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즉, 님은 머리 속에서,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거나 자유케 되어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지요.


이걸 반대로 하면, 우선 첫째, 님의 머리 속에서,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생각들은 마음껏 일어나게 내어버려 두고, 또한 어떤 식으로든 그 생각들을 정리하려 하거나 바꾸려 하거나 잊으려고 다른 일들을 벌이거나 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여전한 마음의 아픔과 힘겨움만 남을 텐데, 그 마음의 모든 아픔과 힘겨움과 고통들은 거부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하고 치르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생각’을 버리고 ‘평화’를 구했다면, 이제부터는 '생각'은 있는 그대로 내어버려 둔 채, 아니, 오히려 더 깊이 더 마음껏 그것들을 허용해 주면서, 그로 인해 빚어지는 온갖 고통은 있는 그대로 당하는 것이지요.


님이여.

인생의 단 한 순간만이라도 진심으로 마음을 돌이켜 그렇게 한 번 해보십시오.

‘생각’을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은 이제 놓으리라....

그로 인한 고통은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여 보리라....

그렇듯,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한 번 해보리라....


그리고 님은 또 “머리로는 여러 가지로 잘된 일이다 생각하면서도 제 마음은 어느 한 가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한 가지가 용서가 되지 않거든 용서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 온갖 갈래의 감정과 미움들을 믿어주십시오. 지금 중요한 것은 님 안에서 솟구쳐 오르는 바로 '그것'이지, ‘하늘’이 아닙니다.


님은 또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각오를 붙잡고 있다 잠시 마음을 놓아두면 또 다시 그 아픔에 잠수하고 있는 저 자신을 느낍니다....” 라고.

아뇨, 각오하지 마십시오. 각오로는 머리털끝만큼도 님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냥, 지금껏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그 모든 생각들에 님을 맡기십시오. 그리하여, 잠수하면 더 마음껏 잠수하십시오.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지, 님의 노력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그만 이 상황을 끝내고 다른 기운으로 살고 싶습니다. 잠들고 깰 때 제발 다른 생각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님은 애틋한 말씀을 끝맺고 있습니다.


예,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진실로요...

다만 님의 발걸음을 돌이킬 때에만 그것은 가능합니다.


저도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안에서 돌이킬 수 있는 한 힘과 지혜가 일어나 스스로 자유케 될 수 있기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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