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生花)와 조화(造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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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872회 작성일 06-12-07 14:56본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누구나 곧잘 경험하는 일입니다만, 요즘엔 워낙 조화(造花)를 잘 만들어 생화(生花)와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요. 얼마 전에도 어느 전시회장에 갔다가 전시회장 옆에 있는 한 무리의 예쁜 꽃들을 보고는 눈부셔 하며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으로 만져봤더니, 세상에! 기가 막히도록 똑같이 만든 조화였습니다.
사람들이 조화를 만들 땐 꽃이 가장 예쁘고 화려하고 완전하게 핀 순간을 포착하여 만들지요. 그래야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고, 분위기를 화사하게 띄울 수 있으며, 나아가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아름다운 그 모습만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거기다 자그마한 물방울 같은 것도 만들어 잎과 꽃에 영롱히 붙여놓으면 정말이지 금방 물을 뿌린 꽃밭에서 따다 놓은 생화처럼 탄성이 절로 솟아 나오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에게는 '생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 놓아 영롱하고 눈부시기까지 해도 손으로 한 번 슬쩍 만져보기만 해도 금세 서걱거리며 그 메마름이 드러나는, 물기 하나 없는 한낱 천조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저 보기에만 좋은…….
반면 생화는 온갖 변화를 다 겪습니다. 보기에도 싱싱하고 힘있게 자라나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가도 한 순간 허망히 져버리는가 하면, 때로 벌레가 먹어 잎이 흉해지기도 하고, 누렇게 변색되기도 하지요. 또한 물이 없어 땅이 메마르면 보기에도 안쓰러울 만큼 축 처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추운 겨울이 오면 마치 죽은 듯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듬해 봄이면 어김없이 따스한 햇살 속으로 자신의 생명을 드러내 보이지요. 왜냐하면 그는 살·아·있·기·때·문·입·니·다.
님은 "예전엔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라고 하시다가도 "요즘은 자주 슬퍼집니다. 이룬 것 없는 삶 속에서 마치 나무늘보처럼 권태로움에 빠져있는 절 보면 답답한 맘에 분노만 치밀어 오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님이여.
너무 아름답기만을 바라지 마십시오. 너무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순간'만을 바라지 마십시오. 그 마음은, 아름답기는 하나 생명 없는 조화와도 같이, 결국 우리를 숨막히게 할 뿐입니다.
너무 아름답기만을 바라지 마십시오. 너무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순간'만을 바라지 마십시오. 그 마음은, 아름답기는 하나 생명 없는 조화와도 같이, 결국 우리를 숨막히게 할 뿐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때로는 '나무늘보처럼 권태로움에 빠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자신에 대해 너무 답답해하거나 분노하지만 말고, 그냥 그 권태를 가만히 한 번 싸안아 보십시오. 그리곤 그것과 하나가 되어 온전히 한 번 권태로워 보십시오. 권태를 사랑해 보십시오. 권태로울 수 있다는 것도 살아있기에 가능한, 참 아름다운 일 중에 하나랍니다.
님이 진실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님의 삶 속에서 다시는 권태를 맛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권태 또한 님의 삶 가운데 하나로 깊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생화가 피고 지고 시들고를 거듭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생명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님이여.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권태로울 수 있다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랍니다.
그렇게 간택(揀擇)하지 않는 마음 안에 삶의 진정한 힘과 평화가 가득 들어 있답니다.
* * *
처음처럼...
징징이 06-12-06 01:37
안녕하세요? 선생님.
여전히 이곳은 고향 같은 곳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더 그리워지는...
요즘은 자주 슬퍼집니다. 이룬 것 없는 삶 속에서 마치 나무늘보처럼 권태로움에 빠져있는 절 보면 답답한 맘에 분노만 치밀어 오릅니다. 예전엔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진정 저 자신이 뭘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맘만 괴롭힙니다.
겨울엔 잎조차 낮게 운다더니...어서 봄이 왔으면 합니다.
징징이 06-12-06 01:37
안녕하세요? 선생님.
여전히 이곳은 고향 같은 곳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더 그리워지는...
요즘은 자주 슬퍼집니다. 이룬 것 없는 삶 속에서 마치 나무늘보처럼 권태로움에 빠져있는 절 보면 답답한 맘에 분노만 치밀어 오릅니다. 예전엔 목표와 결과가 분명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진정 저 자신이 뭘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맘만 괴롭힙니다.
겨울엔 잎조차 낮게 운다더니...어서 봄이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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