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h님께 ㅡ 지금 님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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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008회 작성일 08-08-20 14:58본문
불안과 두려움,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myh 08-08-17 14:55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인가 서늘하게 가슴을 베고 지나갑니다. 겨우 겨우 눈을 뜨는 아침, 현재와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불안...아이를 내보내 놓고 나면 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상상들로 인한 걱정...막연한 두려움과 허망함...
20년 가까이 마음공부 책과 영적 성장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고 질문했던 사람입니다. 저는 한 번도 제가 수행자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고, 수행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습니다. 그러나 참 많은 곳(깨달은 스승이 있다는)을 기웃거리고, 참 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저 좀 편안하게 살고 싶어서요. 혹자는 밖을 보지 말고 내면을 보라 하고, 혹자는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하고, 두려움이 없으면 이 세상은 가장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터라고 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책과 글을 읽고 나니 없어진 줄 알았던 그 모든 것이 그대로 들고 일어납니다. 마치 물밑에 가라앉았던 흙이 미꾸라지에 의해 다 일어나듯 아! 그것은 그대로 나를 속인 채 가라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모든 두려움과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자유할 수 있을 까요? 저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제 형편이 이런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러다가 여러 책들에서 위로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하나도 해결된 것은 없군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제가 안 것이 아니니...어떻게 하면 진정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럴 때 있는 그대로 있으라는 것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요?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이 이전에 올렸다 지우신 글을 여기에 다시 올려봅니다.
(제가 답변을 드릴려고 따로 복사를 해두었었는데, 답변 드리기 전에 먼저 지우셨더군요.)
가라앉아 있던
억지로 가라앉혀 놓은
가끔 들고 일어나도 모른 척했던
많은 것들을
모조리 다시 일어나게 하시는 군요.
다시 한 번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게 하시는군요.
아!
가슴속의 이 돌덩어리
아침마다 가슴을 베고 지나가던
서늘한 칼날....
어찌하오리까.
이 불안함, 정서불안, 지난날에 대한 후회, 허망함, 외로움, 분노....
그 많은 책들이, 법문들이,
깨달은 스승들의 말씀들이
하나도 소용이 없었단 말입니까?
어찌하면 좋을까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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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님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그것은, 20년 가까이 그렇게 애쓰고 노력해왔건만 사실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진실로 인정하고 시인하는 것입니다. 님 스스로가 “가라앉아 있던, 억지로 가라앉혀 놓은, 가끔 들고 일어나도 모른 척했던 많은 것들을 모조리 다시 일어나게 하시는군요.”라고 말씀하고 있듯이요.
님은 또 말씀하셨습니다. “그저 좀 편안하게 살고 싶어서요...”라구요.
그러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기에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진실로 스스로에게 시인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님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님에게서는 아직 그런 인정과 시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엄연한 <사실>인데도 말입니다.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자신을, “가라앉아 있던 많은 것들이 모조리 다시 일어나는” 자신을 한탄하고 원망하며 저주하고 있을 뿐임을 봅니다.
님은 이번에 올리신 글에서 “어떻게 하면 이 모든 두려움과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자유할 수 있을까요?”라고 애틋하게 물으셨습니다. 아뇨, 그렇게 묻기 전에, 그리하여 또 다시 ‘지긋지긋한 삶’을 떠나 평안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엉덩이를 들썩이기 전에, 먼저 <지금>의 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보십시오. 20여 년의 갖은 마음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또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자신을요.
자유는 ‘지금’을 떠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속’을 떠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님이 진실로 ‘지금’의 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토록 멀게만 느껴지던 자유는 어느새 조금씩 님의 품 안에 안겨 온답니다.
아, 20여 년의 오랜 님의 갈증과 몸부림에 깊은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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