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이 괴롭고 힘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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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103회 작성일 08-08-26 21:05본문
안녕하세요..
손님 08-08-21 14:03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 남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고,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국민학교 때 성적이 대부분 양, 가였고, 운동 신경도 둔했고, 친구도 없었고, 누가 건드려도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맞기만 했고, 놀림이나 왕따를 당한 기억이 많습니다. 저보다 잘 살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를 보면 나하고 다른 차원의 애들이라 여기고, 어릴 때부터 항상 저를 보잘것없는 아이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중학교 올라와도 마찬가지였고..학업도 꼴등이고, 싸움도 못하고..친구도 없고..오히려 놀림이나 당하기도 했고..
어쩌다가 중3때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만 둔 이유는.. 학교 생활 자체가 지옥처럼 느꼈고..실업계 말고, 인문계라도 가고 싶어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공부가 밑바닥이라..기초실력이 없고.. 수업시간에 선생이 설명을 해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학교를 그만두고 만나는 친구도 없어졌고, 늘 집에서만 있다보니..10대 후반 때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2년 동안 밖에도 못나간 상태에서 지냈습니다..이때 턱관절 이상이 생기고.. 등, 어깨, 허리가 아파서 고통에 시달렸고..집 근처에 도로가 있어서 차가 지나가면 소음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잤습니다..당시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라디오를 듣거나..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무의미하게 지냈구요.. 점점 대인기피.. 대인공포가 생겼고.. 밖에를 나가면.. 항상 사람을 의식을 했습니다..제일 고통스러운 게.. 사람들 앞에서 글씨나 싸인을 할 때..손이 경직이 되고 떨려서..도저히 못쓸 정도가 되어버렸고.. 턱관절 영향인지..아니면 제가 정신적으로 오랫동안 억압한 상태에서 지내서 그런 건지..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혓바닥이 굳어서.. 시원스럽게 말을 못합니다..
20대 중반 때까지 친구도 없이 늘 혼자 지내가다.. 우연찮게 국민학교 동창 몇 명을 알게 되었으나..검정고시 출신에다가.. 대학도 못나오고, 군대도 못가고, 직업도 없고..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으니..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항상 그들의 눈치만 보기만 했고.. 그들에게 인격적인 무시를 당하기도 했고, 한동안 어떤 친구에게 피해의식에 시달렸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 육체적인 문제와...대인공포, 손떨림(서면공포)를 해결해 보려고 이런 저런 많은 노력을 했으나 헛수고였습니다..우연찮게..선생님의 도덕경 홈페이지를 알게 되었고, 두 권의 책도 구입을 해서..읽긴 읽었는데...아직 제 자신에게 와 닿지가 않습니다..지금 제가.. 어떻게 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는지..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장에라도 이력서 써서..취직하라고 주변에서는 권유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손이 떨려서.. 자필 이력서 쓰기도 힘들고, 군대도 못가고, 별다른 이력 경력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학력도 없고.. 이 사회에서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습니다. 부모님은 아프시고, 집안 경제도 안 좋고, 친척들은 저만 보기만 하면 못마땅하듯..어른 대접도 안해주는 거 같습니다....저의 정신적, 육체적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밖으로는..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면 좋을지요..
인생의 오랜 시간을 많이 힘들어하며 살아오신 님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제 가슴이 다 먹먹해 옵니다....
그런데 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검정고시 출신에다가..대학도 못나오고, 군대도 못가고, 직업도 없고..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으니...친구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항상 그들의 눈치만 보기만 했고...”
또한
“손이 떨려서..자필 이력서 쓰기도 힘들고, 군대도 못가고, 별다른 이력 경력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학력도 없고..이 사회에서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습니다....”라고 하셨지만,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님 안에 언제나 웅크리고 있음을 봅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자기부정의 마음입니다.
인생에 단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을 긍정해 본 적이 없는....
사실 군대 못가고, 별다른 이력과 경력이 없고, 자격증도 없고, 학력도 없고, 직업도 없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이 없다고 해서 인생을 절망하거나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결국,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님의 <마음>입니다.
우리네 인생이 정말 괴롭고 힘들게 되는 것은 무엇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거부하는 우리네 <마음>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님에게는 ‘서면공포’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님이 하신 말씀을 들어보면,
“제일 고통스러운 게.. 사람들 앞에서 글씨나 싸인을 할 때..손이 경직이 되고 떨려서..도저히 못쓸 정도가 되어버렸고...”라고 하셨습니다.
즉, 님은 자신에게 ‘서면공포’라는 것이 있다는 게 너무나도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이지요.
그러면서 님은 생각할 것입니다. 님의 삶이 불행한 건 ‘서면공포’ 때문이라고요.
아뇨, 결.코.그.렇.지.않.습.니.다.
님의 삶이 힘들어진 건 서면공포 때문이 아니라, 서면공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그것에 저항하고 거부하고 저주하는 님의 <마음>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님이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항상 그들의 눈치만 보게 되는 것은, 님이 검정고시 출신에다가 대학도 못나오고 군대도 못가고 직업도 없고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긍정해주지 못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부정하는 바로 그 <마음>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님이여.
<마음>을 돌이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해 보십시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자신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짓을 이젠 그만두고, 오래 주눅들어왔을 님과 님 안의 많은 것들을 살포시 껴안아 주십시오. 서면공포도 사랑해주고, 혀가 굳는 자신도 괜찮다고 보듬어주고....
모든 고통과 힘겨움은 오직 ‘저항’에서 옵니다.
그 모든 마음의 구속을 풀고 진정으로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은 오직 ‘사랑’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다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해주는 것입니다.
님이여.
님은 잘못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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